야생화이야기

지리강활(智異羌活) '허무한 사랑'

林 山 2022. 9. 28. 14:52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지리강활 군락지를 만났다. 지리강활(智異羌活)은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강활(羌活)을 닮은 식물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지리강활을 개당귀라고도 한다. 당귀(當歸)는 본초학에서 보익약(補益藥) 가운데 보혈약(補血藥)으로 분류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그런데, 지리강활은 당귀와 닮았지만 독성이 있어 한약재로 쓸 수 없기 때문에 개당귀라는 이명이 붙었다.  

 

지리강활(정선 함백산, 2022. 6. 11)

지리강활(智異羌活)은 미나리목 미나리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안젤리카 아무렌시스 시슈킨(Angelica amurensis Schischk.)이다. 국가생물존지식정보시스템에는 학명만 기재되어 있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Angelica amurensis Schischk.'이 정명, 'Angelica anomala Avé-Lall. var. purpuraefolia (T.H.Chung) M.Kim'과 'Angelica purpuraefolia T.H.Chung'이 비합법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안젤리카(Angelica)'는 '천사'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안젤로스(angelos)'에서 유래했으며,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식물', '천사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유용한 식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종소명 '아무렌시스(amurensis)'는 처음 발견된 곳이 러시아 동부의 아무르(Amur) 지방임을 가리킨다. 명명자 '시슈킨(Schischk.)은 러시아의 식물학자 보리스 시슈킨(Boris Konstantinowitsch Schischkin, 1886~1963)이다. 

 

지리강활(정선 함백산, 2022. 6. 11)

지리강활의 영어명은 아무어 앤젤리커(Amur angelica)이다. '아무어(Amur)'는 '아무르 강' 또는 '헤이롱쟝(黑龍江)', '앤젤리커(angelica)'는 '당귀속' 식물을 뜻한다. 일어명은 에조노요로이구사(エゾノヨロイグサ, 蝦夷の鎧草)이다. '에조(蝦夷)'는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 '요로이구사(鎧草)'는 '미나리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중국명은 헤이수이당구이(黑水当归)이다. 이명에는 차오셴당구이(朝鲜当归, 东北植物检索表), 쯔친(子芹), 완얼친(碗儿芹, 辽宁), 차오셴빠이지(朝鲜白芷, 阿木日-朝古日高那), 헤이롱쟝당구이(黑龙江当归), 저우마친(走马芹) 등이 있다. '헤이수이(黑水)'는 '헤이롱쟝', '차오셴(朝鲜)'은 '조선(한강토)', '친(芹)'은 미나리, '완얼(碗儿)'은 '사발', '당구이(当归)'는 '당귀'이다. 지리강활은 참당귀와 매우 닮아 개당귀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갯구릿대라고 한다. 꽃말은 '허무한 사랑'이다.

 

지리강활(정선 함백산, 2022. 6. 11)

지리강활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 혼슈(本州) 동북 지방의 태평양 쪽, 중부 지방 이북 및 동해(東海)에 면해 있는 쥬고쿠(中国) 지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동북 지방 및 네이멍구(内蒙古)에서 난다. 한강토에서는 지리산, 덕유산, 치악산, 오대산, 함백산 등 산지에서 자란다.

 

지리강활(정선 함백산, 2022. 6. 11)

지리강활의 뿌리에서는 흰색 즙이 나오며 악취가 난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참당귀는 뿌리와 연결되는 줄기 하단부의 색깔이 흰색이지만, 지리강활은 붉은색을 띤다. 줄기는 곧게 서고 짙은 자주색을 띠며, 털이 없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호생하고, 3~4회 3출 깃꼴겹잎이다. 작은잎이 갈라지는 곳은 자주색을 딘다. 잎자루의 밑 부분이 넓은 잎집이 되어 줄기를 감싼다. 작은잎은 달걀 모양 또는 넓은 타원 모양이며, 끝이 얕게 3개로 갈라진다. 잎 가장자리에는 고르지 않은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참당귀의 잎은 물갈퀴처럼 붙어 있지만, 지리강활의 잎은 각각 독립되어 떨어져 있다.  

 

꽃은 7월에 흰색으로 핀다. 줄기 윗부분에 지름 10∼15cm의 복산형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소산경은 20여 개이고, 소화경은 30여 개이며, 꽃차례 밑부분에 총포와 소총포가 없다. 화관은 작고, 꽃잎은 5개이며, 안으로 굽는다. 열매는 분열과(分裂果)이다. 분열과는 0.5cm 정도의 타원형이며 둘레에 날개가 있다. 

 

지리강활(정선 함백산, 2022. 6. 11)

지리강활의 유사종에는 참당귀(토당귀, 한당귀, 조선당귀), 중국당귀, 왜당귀(倭當歸), 바디나물(까막발나물), 처녀바디, 흰바디나물, 흰꽃바디나물, 잔잎바디(Diverse-petal angelica), 구릿대(Dahurian Angelica, 백지), 개구릿대, 삼수구릿대(Amrock angelica), 궁궁이(도랑대, 천궁), 왜천궁(Kneeling angelica), 고본(chinese lovage, 藁本), 갯강활(Japanese angelica, ハマウド, 일당귀, 일본당귀, 왜당귀), 두메당근(Montane angelica), 제주사약채 등이 있다.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의 키는 1~2m이다. 전체에 털이 없다. 줄기는 직립하고 자줏빛이 돌며, 세로맥이 있다. 잎은 기수 1~3회 깃꼴겹잎이다. 소엽은 3개로 완전히 갈라지고, 다시 2~3개로 갈라진다. 꽃은 8~9월에 큰 겹우산모양꽃차례에 자주색으로 달린다. 뿌리껍질은 어두운 갈색이다. 거풍진정(祛風鎭靜), 보혈화혈(補血和血), 활혈조경(活血調經)의 효능이 있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중국당귀[Angelica sinensis (Oliv.) Diels]는 뿌리껍질이 황갈색이다. 한강토에서는 풍토가 맞지 않아 재배되지 않기 때문에 참당귀를 대용한다. 왜당귀[Angelica acutiloba (Siebold & Zucc.) Kitag.]는 키가 60~90cm 정도이다. 원줄기와 잎자루는 검은빛이 도는 자주색이다. 꽃은 흰색이다. 뿌리껍질은 어두운 갈색이다. 보혈화혈, 조경지통(調經止痛), 윤조활장(燥滑腸)의 효능이 있다. 

 

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 (Miq.) Franch. & Sav.]은 키가 80~150cm 정도이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삼각상 넓은 달걀모양이며, 깃꼴로 갈라진다. 엽병 윗부분과 마디에 퍼진 털이 있다. 처녀바디[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Makino) Nakai]의 키는 50~80cm이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1회 깃꼴겹잎이며, 3~9개의 깃조각으로 된다. 흰바디나물[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var. distans (Nakai) Kitag.]은 멸종위기종이다. 처녀바디와 비슷하나, 잎의 첫번 갈래가 바로 엽초에 달리는 것이 다르다. 흰꽃바디나물(Angelica decursiva)은 흰색 꽃이 핀다. 잔잎바디[Angelica czernaevia (Fisch. & C.A.Mey.) Kitag.]는 키가 1m 안팎이다. 잎은 기수 2~3회 깃꼴겹잎으로서 엽병이 길다. 엽병 밑부분이 편평한 엽초로 되어 원줄기를 둘러싼다. 꽃은 7~8월에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구릿대[Angelica dahurica (Fisch. ex Hoffm.) Benth. & Hook.f. ex Franch. & Sav.]는 키가 1~2m 정도이다. 근생엽과 밑부분의 잎은 3개씩 2~3회 깃꼴로 갈라진다. 꽃은 6~8월에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개구릿대(Angelica anomala Ave-Lall.)는 줄기의 속이 비고, 털이 없으며, 흔히 자줏빛이다. 삼수구릿대(Angelica jaluana Nakai)의 키는 1m 정도이다. 줄기 속이 비었다. 잎은 깃꼴겹잎이고, 잔톱니가 있다. 7~8월에 흰색 꽃이 핀다. 함경남도 삼수를 비롯한 압록강 상류 지역에 분포한다. 

 

궁궁이(Angelica polymorpha Maxim.)는 엽초에만 털이 있다. 잎은 끝이 뾰족하며, 결각 모양의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흰색이고, 긴 타원형의 엽초가 발달했다. 진통, 진정의 효능이 있고, 두통을 치료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왜천궁(Angelica enuflexa Nutt. ex Torr. & A.Gray)은 강원도 금강산 이북에 분포한다. 왜천궁은 일본산 천궁이라는 뜻이지만 일본산이 아니다. 키는 80~200cm이고,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꽃은 8~9월에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행기개울(行氣開鬱), 거풍조습(祛風燥濕), 활혈지통(活血止痛)의 효능이 있다. 두통을 치료한다. 고본(Angelica tenuissima Nakai)은 키가 30~8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없으며, 향기가 강하다. 잎은 3회 깃꼴로 갈라지고, 열편은 선형이다. 꽃은 8~9월에 원줄기와 가지 끝의 큰 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발표산한(發表散寒), 거풍지통(祛風止痛)의 효능이 있다. 두통을 치료한다. 

 

갯강활(Angelica japonica A.Gray)는 제주도와 거문도에 분포한다. 줄기 속에 황백색의 수액이 있고, 겉에 암자색의 줄이 있다. 꽃은 7~8월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두메당근(Angelica florenti Franch. & Sav. ex Maxim.)은 제주에 분포한다. 줄기는 곧추서고 전체에 털이 없다. 꽃은 8~9월 줄기 끝의 겹우산모양꽃차례에 흰색으로 핀다. 제주사약채(Angelica fallax Boissieu)는 제주도 한라산에서 난다. 꽃은 처음에 칼집 같이 생긴 잎 모양의 총포에 싸인다.

 

2022. 9. 2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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