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정상 부근에서 쥐다래 꽃을 만났다. 쥐다래는 고산성 식물이어서 함백산처럼 높은 산에 올라야만 만날 수 있다. 쥐다래와 개다래는 비슷해서 구별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꽃봉오리를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꽃봉오리 외피가 흰색이면 개다래, 갈색이면 쥐다래이다.
쥐다래는 물레나물목 다래나무과 다래나무속의 낙엽 활엽 덩굴성 식물이다. 다래속 식물은 동부 아시아와 인도에 약 25종, 한강토(조선반도)에 4종이 분포한다.
쥐다래의 학명은 악티니디아 콜로믹타 (막시모비치 앤 루프레흐트) 막시모비치[Actinidia kolomikta (Maxim. & Rupr.) Maxim.]이다. 속명 '악티니디아(Actinidia)'는 '방사상(放射狀)'을 뜻하는 그리스어 '악티스(aktis)'에서 유래했다. 꽃의 암술머리가 방사상으로 갈라진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콜로믹타(kolomikta)’는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의 지명에서 유래했다.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루프레흐트(Rupr.)는 프란츠 요셉 루프레히트(Franz Josef Ruprecht, 1814~1870)이다. 그는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러시아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식물학자였다. 프란츠 이바노비치 루프레흐트(Frants Ivanovič Ruprekht)로도 알려져 있다.
쥐다래의 영어명은 베리어게이티드-립 하디 키위(Variegated-leaf hardy kiwi)이다. '베리어게이티드-립(Variegated-leaf)'은 '얼룩덜룩한 잎', '하디(hardy)'는 '강한, 내한성의, 단단한', '키위(kiwi)'는 '키위(새), kiwi fruit'이다. 쥐다래 잎의 색이 다양한 것을 반영한 이름이다. 일어명은 미야마마타타비(ミヤママタタビ, 深山木天蓼)이다. '미야마(深山)'는 '깊은 산', '마타타비(木天蓼)'는 '개다래'이다. 중국명은 꺼우자오미허우타오(狗枣猕猴桃)이다. 이명에는 꺼우짜오즈(狗枣子, 东北), 셴샨무톈랴오(深山木天蓼, 江苏植物名录) 등이 있다. '꺼우(狗)는 '개', '짜오(枣)' 또는 '짜오즈(枣子)'는 '대추', '미허우타오(猕猴桃)'는 '다래. 미후도', '셴샨(深山)'은 '깊은 산', '무톈랴오(木天蓼)'는 '개다래'이다.
쥐다래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중부 이북 지방에서 자란다. 중국에서는 윈난(云南), 지린(吉林), 헤이롱쟝(黑龙江), 랴오닝(辽宁), 허베이(河北), 쓰촨(四川)의 1600~2900m의 고산 지대에 난다. 한강토에서는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에서부터 지리산까지 백두대간의 고산 지대에 분포한다.
쥐다래는 키가 5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덩굴성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연한 갈색 털이 있으며, 속은 갈색이고 계단 모양이다. 잎은 어긋나기한다. 수(膸)가 단단하게 꽉 차 있지 않다. 잎 모양은 달걀형의 긴 타원형이고 점첨두 또는 예두에 원저 또는 심장저이다. 잎 길이는 10~12cm, 너비 4~8cm이다. 잎 표면에는 흔히 경모(硬毛)가 드문드문 있거나 양면, 특히 맥 위에 연한 갈색 털이 있다. 맥액(脈腋)에는 다발로 된 백색 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한 침상의 톱니가 있다. 수나무 잎의 상반부가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이 많다. 잎자루는 길이 5cm 정도이고 털이 있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5월 말~6월 초에 흰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1.5cm 정도이다. 꽃에서는 향기가 난다. 암수꽃은 일년생 가지 아랫부분의 잎겨드랑이에 1~3개씩 달려서 핀다. 꽃받침조각은 3~5개로 달걀형이며 흰색 연모가 있다. 꽃잎은 흰색이며 각각 5개이다. 씨방은 원통형이고 털이 없다. 수꽃에는 많은 수술과 헛암술이 있다. 암꽃에는 1개의 암술과 헛수술이 여러 개 있다.
열매는 장과(漿果)이다. 장과는 긴 달걀형 또는 타원형이다. 길이는 2~2.5cm 정도이다. 열매는 9월 중순~9월 말에 노란색으로 익으며 맛이 좋다.
쥐다래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을 만하다. 밀원식물로도 이용된다. 열매는 과일로 먹을 수 있다. 민간에서는 쥐다래 열매를 번갈, 산통, 괴혈병, 기침, 폐결핵 등의 치료에 쓴다.
쥐다래의 유사종에는 다래(Vine pear, 다래몽두리), 개다래(silver vine), 섬다래(Reddish-brown hardy kiwi), 녹다래(Red-nerve hardy kiwi), 털다래 등이 있다.
다래[Actinidia arguta (Siebold & Zucc.) Planch. ex Miq.]는 잔뿌리가 많다. 키는 20m까지 자란다. 암수딴그루이고, 꽃받침잎은 타원형이며, 겉에 잔털이 있고, 꽃잎 기부에 갈색이 돈다. 잎 맥액에만 갈색 털이 있다. 개다래[Actinidia polygama (Siebold & Zucc.) Planch. ex Maxim.]는 키가 5m 정도이다. 수가 꽉 차 있다. 잎은 넓은 달걀 모양이고, 표면 상반부는 흰색이다. 열매는 난상 타원형의 장과로 끝이 뽀족하다. 섬다래[Actinidia rufa (Siebold & Zucc.) Planch. ex Miq.]는 제주도 서귀포와 전라남도 신안군, 여수시, 진도군에 분포한다. 잎과 엽병, 일년생 가지, 열매에 갈색 털이 있다. 녹다래(Actinidia arguta var. rufinervis Nakai)는 키가 7m 정도이다. 잎 뒷면 맥액에는 갈색 털이 있다. 털다래[Actinidia arguta var. platyphylla (A.Gray) Nakai]는 잎 뒷면 맥 위에 돌기가 있고, 맥액에 백색 털이 있다.
2022. 9. 2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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