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싸리냉이

林 山 2022. 10. 4. 14:43

2022년 6월 중순 정선 함백산 정상 부근 돌계단길을 오르다가 바위 틈바구니에서 싸리냉이를 만났다. 꽃은 이미 지고 가늘고 긴 열매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싸리냉이는 그 이름의 유래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싸리'는 황새냉이에 비해 잎이 싸리비처럼 잘게 갈라지기 때문에 붙은 접두어라는 설이 있다. '냉이'는 '남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싸리냉이(정선 함백산, 2022. 6. 11)

싸리냉이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황새냉이속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카르다미네 임파티엔스 린네(Cardamine impatiens L.)이다. 속명 '카르다미네(Cardamine)'는 디오스코리데스(Dioscorides)의 기재명으로 유채 종류의 채소(cress)를 지칭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페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 40~90)는 그리스의 의사, 약리학자, 식물학자이다. 그는 1,500년 이상 널리 읽혀진 약초 및 관련 의약 물질에 관한 그리스 백과사전인 'De materia medica(De materia medica)'의 저자다. 종소명 '임파티엔스(Impatiens)'는 '참지 못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온 이름이다. 열매가 익었을 때 건드리면 껍질이 톡 터지는 특징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명명자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싸리냉이의 영어명은 내로우-립 비터크레스(Narrow-leaf bittercress)이다. '내로우-립(Narrow-leaf)'은 '좁은 잎', '비터크레스(bittercress)'는 '황새냉이'다. 좁은 잎을 가진 황새냉이라는 뜻이다. 일어명은 쟈닌진(ジャニンジン, 蛇人参)이다. '쟈(蛇)'는 '뱀', '닌진(人参)'은 '인삼'이다. 잎이 당근(ニンジン)처럼 가늘기 때문에 뱀이 먹는 인삼(人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중국명은 딴례수이미지(彈裂碎米薺)이다. 이명에는 슈이차이화(水菜花), 슈이화차이(水花菜), 쓰촨수이미지(四川碎米薺), 뚠치쓰촨수이미지(鈍齒四川碎米薺)이다. '딴례(彈裂)'는 '튕겨지다', '수이미(碎米)'는 '싸라기. 쌀 부스러기', '지(薺)'는 '냉이', '수이미지(碎米荠)'는 '황새냉이'다. 싸리냉이를 싸리황새냉이, 긴잎황새냉이, 싹리냉이라고도 한다. 북한명은 싸리황새냉이다. 본초명은 탄열쇄미제(彈裂碎米薺)이다. 

 

싸리냉이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아시아와 유럽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부터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난세이제도(南西諸島) 등지에 분포한다. 규슈의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서는 준멸종위기종, 오키나와현(沖縄県)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쟝쑤(江蘇), 샨시(陝西), 지린(吉林), 시짱(西藏), 쓰촨(四川), 안후이(安徽), 신쟝(新疆), 허난(河南), 저쟝(浙江), 랴오닝(遼寧), 샨시(山西), 후베이(湖北), 구이저우(貴州), 샨똥(山東), 윈난(雲南), 쟝시(江西), 깐쑤(甘肅), 꽝시(廣西) 등지에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남 산지의 음습지에서 자란다.

 

싸리냉이(정선 함백산, 2022. 6. 11)

싸리냉이의 키는 50cm 정도까지 자란다. 원줄기는 곧추 자라며,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약간 꾸불꾸불해지고 털이 있다. 근생엽은 길이 10cm 정도로서 깃꼴로 완전히 갈라진다. 열편은 5~11개이다. 잎 가장자리는 2~3개의 둔한 톱니 모양으로 갈라진다. 줄기잎은 위로 갈수록 작아지지만 홀수깃모양겹잎으로 갈라지는 것이 근생엽과 같다. 소엽은 다시 3~5개로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있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과 원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많은 꽃이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4개이고, 길이 6mm 정도로서 도란상 긴 타원형이다. 넷긴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각과(殼果)이다. 각과는 길이 2~3cm이고, 소과경에서 굽어 위를 향하며, 탄력에 의해 터진다. 소과경은 길이 1cm 정도로서 비스듬히 옆으로 향한다.

 

싸리냉이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어린순을 데쳐서 나물이나 된장찌개, 국거리 등 냉이와 동일하게 이용한다. 중국에서는 활혈조경(活血调经), 청열해독(清热解毒), 이뇨통림(利尿通淋) 등의 효능이 있다고 하여 부녀월경부조(妇女月经不调), 용종(痈肿), 임증(淋证)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싸리냉이(정선 함백산, 2022. 6. 11)

싸리냉이의 유사종에는 섬싸리냉이(Island narrow-leaf bittercress), 털싸리냉이, 제주싸리냉이(Jeju narrow-leaf bittercress) 등이 있다. 섬싸리냉이[Cardamine impatiens var. obutusifolia (Knaf) O.E.Schulz]는 울릉도에 분포한다. 기본종인 싸리냉이에 비해 잎끝이 둔하다. 털싸리냉이(Cardamine impatiens var. eriocarpa DC.)는 제주도와 남부 지방에 분포한다. 기본종인 싸리냉이에 비해 과실에 털이 있다. 제주싸리냉이(Cardamine impatiens var. fumariae Lev.)는 제주도에 분포한다. 잎이 현호색과 유사하다.

 

2022. 10. 4.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발톱나무 '승리의 맹세'  (0) 2022.10.07
은분취 '순진, 가련'  (1) 2022.10.06
까치고들빼기 '순박함'  (3) 2022.10.01
쥐다래 '깊은 사랑'  (0) 2022.09.29
지리강활(智異羌活) '허무한 사랑'  (0)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