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에 7, 8부 능선에서 바위틈에 무리지어 자라난 은분취를 만났다. 은분취는 잎 뒷면과 꽃에 샘털이 빽빽하게 나서 마치 은분(銀粉)을 바른 것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잎 표면도 은가루를 뿌린 것처럼 은회색을 띠고 있다.
은분취는 초롱꽃목 국화과 취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우수레아 그라실리스 막시모비치(Saussurea gracilis Maxim.)이다. 속명 '사우수레아(Saussurea)'는 스위스의 지질학자이자 기상학자, 물리학자, 등산가, 알프스 탐험가 호레이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Horace Bénédict de Saussure, 1740~1799)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1760년 그는 스위스의 저명한 해부학자이자 생리학자, 식물학자인 알베르트 폰 할러(Albrecht von Haller, 1708~1777)의 부탁으로 식물 표본을 수집하기 위해 몽블랑 기슭에 있는 샤모니 계곡으로 많은 여행을 했다. 종소명 '그라실리스(gracilis)'는 '날씬한, 가느다란, 가냘픈, 호리호리한'을 뜻하는 라틴어 형용사이다.
명명자 '막시모비치(Maxi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카를 막시모비치(Karl Maximovich, 1827~1891)이다. 막시모비치는 평생 그가 방문한 극동 아시아의 식물군을 연구하고 많은 새로운 종의 이름을 지었다. 그는 1852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식물원에서 식물 표본 수집 큐레이터로 일했으며, 1869년에는 감독이 되었다.
은분취의 영어명은 실버리-헤어 소수레아(Silvery-hair saussurea)이다. '실버리-헤어(silvery hair)'는 '은발(銀髮)', 소수레아(saussurea)'는 '분취류'이다. 일어명은 호쿠치아자미(ホクチアザミ, 火口薊)이다. ' 호쿠치(火口)'는 '부싯깃', '아자미(薊)'는 '엉겅퀴'이다. 은분취를 실수리취, 산은분취라고도 한다. 꽃말은 '순진, 가련'이다.
은분취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의 나가노현(長野県)과 아이치현(愛知県) 서쪽,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지의 산지에서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산지에 분포한다.
은분취의 키는 10~30cm 정도이다. 줄기에는 날개가 없으며, 처음에는 거미줄 같은 털이 있다. 근생엽은 개화시까지 남아 있고, 밑부분의 잎과 더불어 길이 5~12cm의 엽병이 있다. 엽신은 타원상 3각형 또는 3각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전저 또는 심장형 또는 검 모양이다. 잎 길이는 5~12cm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샘털이 밀생하며 백색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치아 모양 톱니가 있다. 위로 올라갈수록 톱니가 작아져서 피침형 또는 선형으로 되며, 엽병이 없어진다.
머리모양꽃차례는 산방상으로 달리고, 화경은 길이 5~30cm이며, 총포는 길이 13~16mm, 지름 8~14mm로서 거미줄 같은 털이 약간 덮여 있다. 자줏빛이 도는 총포는 8~11줄로 배열되고, 뒷면에 7맥이 있다. 외포편은 난상 피침형 또는 달걀 모양에 예두이다. 중포편은 긴 타원형 또는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내포편은 선형이다. 꽃부리는 자줏빛이 돌며, 길이 12mm 정도이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길이 4.5~5.5mm, 지름 1.5mm 정도로서 자줏빛이 도는 줄이 있다.
은분취는 꽃이 아름다워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식물체 전체는 조경(調經), 지혈(止血), 진해(鎭咳)의 효능이 있어 민간에서 토혈, 혈열, 간염, 황달, 고혈압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은분취의 유사종에는 분취(Seoul saussurea), 버들분취(Maximowicz's saussurea), 톱분취(개분취, 톱날분취, 각시버들분취, 한라분취), 바늘분취, 북분취(Mongolian saussurea), 비단분취(Komarov's saussurea), 큰비단분취, 솜분취(Woolly-leaf saussurea), 털분취, 금강분취, 두메분취(Montane-wooly saussurea), 남포분취(Chinnampo saussurea), 가야산은분취(Gayasan silvery-hair saussurea), 긴분취(Recurved-leaf saussurea), 당분취(Tall-wooly saussurea) 등이 있다.
분취(Saussurea seoulensis Nakai)는 한강토 특산종으로 국외반출 승인대상 식물이다. 서울분취라고도 한다. 강원도와 경기도에 분포한다. 근생엽은 꽃이 핀 뒤에도 남아 있고 로제트형으로 퍼진다. 난형 또는 둥근 난형이며, 심장저에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잎 표면에 꼬불꼬불한 털과 거미줄 같은 털이 밀생한다. 잎 뒷면에는 거미줄 같은 흰색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에 뾰족한 톱니가 있다. 두상화는 자주색이다.
버들분취(Saussurea maximowiczii Herd)는 잎이 깃처럼 깊게 갈라지며, 길이는 11~30㎝이다. 키는 50~150㎝이다. 톱분취(Saussurea maximowiczii Herd)는 버들분취와 비슷하나 잎이 깊게 갈라지지 않는다. 바늘분취(Saussurea amurensis)는 포 조각의 끝이 뾰족하기 때문에 바늘분취라고 한다. 키는 45~90cm이며, 산지에서 자란다. 북분취[Saussurea mongolica (Franch.) Franch.]는 북부 지방 숲속에서 자라며, 키는 1m에 달하고 가지가 갈라진다. 비단분취(Saussurea komaroviana Lipsch.)는 하얀 털로 덮인 모양이 비단 같이 보인다고 하여 비단분취라고 한다. 한강토 특산종으로 북부 지방에서 자라며, 키는 40~70cm이다. 큰비단분취(Saussurea komaroviana var. macrophylla Chung)는 비단분취에 비하여 잎이 매우 크고, 잎자루에 날개가 있다. 한강토 특산종으로 강원도 오대산에 분포한다. 솜분취(Saussurea eriophylla Nakai)는 건조한 풀밭에서 자라며, 키는 15~75㎝이다. 전체에 털이 있다. 강원도 이북에 자라는 한강토 특산종이다.
털분취(Saussurea rorinsanensis Nakai)는 잎자루가 없고, 잎이 긴 타원 모양으로 양면에 털이 있다. 키는 14~33cm로 북한의 낭림산에 분포한다. 금강분취(Geumgang saussurea)는 전체가 솜털로 덮여 있고, 키는 30~80㎝이다. 금강산과 설악산 등지에 분포한다. 두메분취(Saussurea tomentosa Kom.)는 높은 산에서 자라며, 키는 10~20cm로 아주 작다. 전체에 갈색 솜털이 많이 나 있다. 남포분취(Saussurea chinnampoensis H.Lev. & Vaniot)는 서해안의 바닷가 습지에서 자라고, 키는 20~55cm이다. 가야산은분취(Saussurea pseudogracilis Kitam.)는 가야산에 분포한다. 잎 표면은 붉은빛이 도는 녹색이고, 털이 나지 않는다. 긴분취[Saussurea recurvata (Maxim.) Lipsch.]는 백두산에 분포한다. 뿌리잎은 꽃이 필 때 시들거나 없어지고, 밑부분의 잎은 긴 타원형이다. 당분취(Saussurea tanakae Franch. & Sav. ex Maxim.)는 한강토 특산종이다. 뿌리줄기가 굵다. 약간 옆으로 자라고, 키는 약 1m이다.
2022. 10. 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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