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산장대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

林 山 2022. 10. 15. 08:07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오르다가 길가 풀섶에 가녀린 모습으로 피어 있는 산장대를 만났다. '장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가늘고 나약한 모습이었다. 산장대는 '산+장대(나물)'로 분석할 수 있다. '장대'는 가지가 없이 줄기가 똑바로 자라는 모습이 장대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산장대(정선 함백산, 2022. 6. 11)

산장대는 양귀비목 십자화과 장대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아라비스 제미페라 (마쓰무라) 마키노[Arabis gemmifera (Matsum.) Makino]이다. 속명 '아라비스(Arabis)'는 아라비아 지역을 뜻하는 이름이다. 종소명 '제미페라(gemmifera)'는 '살눈이 달리는', 곧 '줄기가 옆으로 누워 땅에 닿으면 엽액에서 새싹이 돋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 명명자 '마쓰무라(Matsum.)는 일본의 식물분류학자 마쓰무라 진조(松村任三, 1856∼1928)이다. 마쓰무라는 독일에서 식물분류학을 공부하고 도쿄대학교(東京大學校) 교수를 역임했다. 그의 저서에는 '일본식물명휘(日本植物名彙)', '제국식물명감(帝国植物名鑑)' 등이 있다. 명명자 '마키노(Makino)'는 일본의 식물 분류학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富太郎. 1862~ 1957)이다. 일본 식물에 학명을 붙인 최초의 일본인이다. 그가 이름을 붙인 식물은 1000여 종, 1500여 변종에 이른다.

 

산장대(정선 함백산, 2022. 6. 11)

산장대의 영어명은 버딩 롸크레스(Budding rockcress)이다. '버딩(budding)'은 '싹트기 시작하는, 신예의', '롸크레스(rockcress)'는 '장대나물, 십자화과 장대나물속 식물의 총칭'이다. 일어명은 하쿠산하타자오(ハクサンハタザオ, 白山旗竿) 또는 쓰루타가라시(ツルタガラシ, 蔓田芥)이다. 하쿠산(白山)은 일본 혼슈(本州) 이시카와현(石川県)과 기후현(岐阜県) 경계에 있는 화산이다. '하타자오(旗竿)'는 '깃대. 장대', '쓰루(蔓)'는 '덩굴', '다가라시(田芥)'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두해살이풀인 '다가라시(田芥子)'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명은 쓰루타가라시(蔓田芥)이다. 일본의 '식물화명(植物和名) YList'에는 쓰루타가라시(蔓田芥)를 이명으로 처리했다. 중국명은 예야슈얼졔(叶芽鼠耳芥)이다. '예야((叶芽)'는 '엽아, 잎눈', '슈얼졔(鼠耳芥)'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이다. 이명에는 예야콰이즈졔(叶芽筷子芥), 예야난졔(叶芽南芥), 만톈졔(蔓田芥), 수이친차이(水芹菜) 등이 있다. 타이완명은 예야콰이즈졔(叶芽筷子芥)이다. 산장대를 큰산장대, 큰산장때라고도 한다. 꽃말은 '나는 당신을 믿습니다'이다.

 

산장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타이완, 중국 동북부 창바이샨(長白山) 지역, 러시아 극동 지방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의 쓰루기산(剣山), 규슈(九州)의 미야자키현(宮崎県) 등지에 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의 높은 산 응달에서 자란다.

 

산장대(정선 함백산, 2022. 6. 11)

산장대의 키는 15~30cm 정도이다. 줄기는 모여난다. 줄기가 가늘고 연해서 잘 넘어진다. 땅에 닿는 줄기 부분에서 새싹이 나온다. 줄기 밑부분에는 퍼진 털이 있다. 근생엽은 엽병이 있고, 달걀 모양 또는 타원형이다. 잎 길이는 2~3cm로서 깃꼴로 갈라지고, 끝이 크며 둔하다. 밑부분의 열편은 작아져서 소돌기로 되어 엽병과 연결된다. 정열편(正裂片)이 가장 크며, 측열편(側裂片)과 더불어 둔한 톱니가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타원형으로서 엽병이 없으며, 끝이 뾰족하고, 밑부분이 점차 좁아진다.

 

꽃은 5~6월에 흰색 또는 다소 홍자색(紅紫色)으로 핀다. 지름 5~7mm의 꽃이 총상꽃차례에 달린다. 꽃받침조각은 타원형이다. 꽃잎은 길이 5mm 정도로서 긴 타원형이다. 열매는 장각과(長角果)이다. 장각과의 길이는 1~2cm, 너비 1mm 정도로서 군데군데가 좁아져 희미한 염주상(念珠狀)으로 된다. 소과경(小果梗)은 길이 5~10mm이며 퍼지거나 밑으로 처진다. 암술대는 길이 1mm 정도이다. 종자는 편평하고 길이 1mm 정도로서 넓은 타원형이며 날개가 없다.

 

산장대(정선 함백산, 2022. 6. 11)

산장대의 유사종에는 참장대나물, 자주장대나물(Crown rockcress), 흰장대나물, 장대나물(Tower rockcress, ハタザオ), 털장대, 느러진장대(Pendulous rockcress), 주걱장대, 묏장대(Lyrate-leaf rockcress), 바위장대(Serrate-leaf rockcress, 섬바위장대), 갯장대(Coastal rockcress), 섬장대(Ulleungdo rockcress) 등이 있다. 

 

참장대나물(Arabis columnalis Nakai)은 뿌리가 비대하고 줄기가 갈라지지 않는다. 꽃은 7월에 흰색으로 핀다. 자주장대나물(Arabis coronata Nakai for. coronata)은 백두산, 함경남도 부전고원에 분포한다. 7월에 흰색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꽃이 핀다. 흰장대나물(Arabis coronata for. leucantha Nakai)은 함경남도 부전고원에서 자란다. 자주장대나물과 비슷하지만, 흰색 꽃이 핀다. 장대나물(Arabis glabra Bernh.)은 키가 70c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4~6월에 흰색으로 핀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털장대[Arabis hirsuta (L.) Scop.]는 전체에 2~4개로 갈라진 털이 있다. 꽃은 4~6월에 흰색으로 핀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느러진장대(Arabis pendula L.)는 충청북도 이북의 산과 들에 자란다. 키는 50~100cm 정도이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줄기 윗부분이 갈라지고 전체에 퍼진 단모와 3~5개로 갈라진 성모(星毛)가 있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주걱장대(Arabis ligulifolia Nakai)는 함경북도에 분포한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느러진장대와 비슷하지만, 잎이 주걱 모양이기 때문에 주걱장대라고 한다. 묏장대(Arabis lyrata L.)는 밑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산장대와 비슷하지만 각과가 길고, 꽃이 핀 다음에 곧추서서 새싹이 생기지 않는 것이 다르다. 바위장대(Arabis serrata Franch. & Sav.)는 한라산 정상 근처의 화산회토(火山灰土)에서 자란다. 키는 10~20cm 정도이다. 전체에 별 모양의 털과 차상(叉狀)의 털이 있다. 잎에는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갯장대(Arabis stelleri DC.)는 제주도, 울릉도 등의 바닷가에서 자란다.줄기에는 2~3개로 갈라진 흰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핀다. 섬장대(Arabis takesimana Nakai)는 울릉도에 분포한다. 전체에 털이 거의 없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핀다. 

 

2022. 10. 1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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