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수목원 울타리를 따라 걷다가 새모래덩굴을 만났다. 어린 시절 시골에 살 때는 새모래덩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요즘에는 무슨 까닭인지 시골에서도 새모래덩굴을 만나기 어렵다.
새모래덩굴은 열매가 새머루를 닮은 덩굴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새머루->새모래'로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새'는 기준 식물에 비해 품질이 낮거나 모양이 다를 때 붙이는 접두어다. '새머루'는 머루를 닮았지만 머루보다는 못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새모래덩굴은 미나리아재비목 방기과 새모래덩굴속의 낙엽 활엽 덩굴식물이다. 학명은 메니스페르뭄 다우리쿰 드 캉돌(Menispermum dauricum DC.)이다. 속명 '메니스페르뭄(Menispermum)'은 초승달 모양의 종자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영어 '문씨드(moonseed)'와 같은 말이다. '문씨드(moonseed)'는 '새모래덩굴' 또는 '초록색을 띤 흰 꽃이 피며, 초승달 모양의 씨가 생기는 방기과 새모래덩굴속의 기어오르는 식물의 총칭'이다. 종소명 '다우리쿰(dauricum)'은 '사이베리아 출신(from Siberia)'의 뜻을 가진 라틴어이다. 동시베리아 바이칼 호의 동쪽 지역인 자바이칼(Transbaikal)을 다우리아(Dauria)라고도 한다.
명명자 '드 캉돌(DC)'은 두 사람이 있다. 오귀스탱 피라무스 드 캉돌(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은 스위스의 식물학자이다. 그는 식물의 내부 생체시계 발견으로 유명하다. 알퐁스 루이 피에르 피라뮤 드 캉돌(Alphonse Louis Pierre Pyramus de Candolle, 1806~1893)은 오귀스탱 드 캉돌의 아들로 식물학자이다.
새모래덩굴의 영어명은 에이시애틱 문씨드(Asiatic moonseed) 또는 도리앤 문씨드(Daurian moonseed)이다. '에이시애틱(Asiatic)'은 '아시아의', 도리앤(Daurian)'은 '다우리아로부터 또는 다우리아와 관련된, 다우리아 원산의, 다우리아 자생의'라는 뜻이다. '문씨드(moonseed)'는 '새모래덩굴'이다. 일어명은 고오모리카즈라(コウモリカズラ, 蝙蝠葛)이다. '고오모리(蝙蝠)'는 '박쥐', '가즈라(葛)'는 '덩굴풀'이다. 중국명은 볜푸거(蝙蝠葛)이다. '볜푸(蝙蝠)'는 '박쥐', '거(葛)'는 '칡'이다. 이명에는 샨더우근(山豆根), 황탸오샹(黄条香), 샨더우양근(山豆秧根), 니은빠(尼恩巴), 베이더우근(北豆根) 등이 있다.
새모래덩굴을 편복등(蝙蝠藤), 편복갈근(蝙蝠葛根), 황등근(黃藤根), 소청등근(小靑藤根)이라고도 한다. 본초명은 만주방기(滿洲防己), 광두근(廣豆根), 북두근(北豆根), 산두근(山豆根), 편복갈(蝙蝠葛)이다. 중국명을 대부분 이명과 본초명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꽃말은 '웃는 아이의 모자'이다.
새모래덩굴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지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동베이(东北), 화베이(华北), 화동(华东), 후베이(湖北)의 바오캉(保康) 등지에 분포한다. 러시아에서는 극동 지역과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자란다.
새모래덩굴은 1~3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털이 없고, 길게 옆으로 뻗는다. 줄기는 녹색의 원주형이다.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첨두에 심장저이고, 3~7각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 길이와 너비는 각각 5~13cm이다. 잎 표면은 녹색이고, 뒷면은 흰빛이 돌며 털이 없다. 잎자루는 길이 3~10cm이며, 잎은 잎자루 끝에 방패처럼 달려 있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4월 말~6월 초에 연한 노란색으로 핀다. 원뿔모양꽃차례는 가지 옆에 달린다. 수꽃은 꽃받침조각이 4~6개, 꽃잎이 6~10개이다. 수술은 12~20개이다. 암꽃은 3개의 심피와 암술대가 2개로 갈라진 1개의 암술이 있다. 열매는 둥글며 검은색으로 지름이 1cm이다. 종자는 편평하며 둥근 콩팥 모양으로 지름이 7mm 정도이고, 요철이 심한 홈이 있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새모래덩굴을 '황폐지나 도로변의 절사면에 식재했을 때 사방효과가 좋다.'고 나와 있다. 농촌에서는 새모래덩굴을 잡초로 간주하여 일부러 심거나 하지는 않는다.
새모래덩굴의 줄기를 편복갈(蝙蝠葛), 뿌리를 편복갈근(蝙蝠葛根) 또는 만주방기(滿洲防己)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국생정에는 '편복갈은 요통, 나력을 치료한다.', '편복갈근은 거풍청열(祛風淸熱)하고 이기화습(理氣化濕)하는 효능이 있다. 편도선염, 후두염, 류머티즘에 의한 비통(痺痛), 마비(痲痺), 수종(水腫), 각기(脚氣), 이질, 장염, 위통, 복통, 방광염(膀胱炎), 풍종(風腫), 각기습종(脚氣濕腫)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편복갈이나 편복갈근은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중국에서는 새모래덩굴의 뿌리와 뿌리줄기를 본초명 베이더우근( 北豆根)이라고 한다.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베이더우근에 대해 '주로 급성인후염, 편도체염, 잇몸종통, 폐열해수, 습열, 황달, 변비 등을 주로 치료한다. 다소 독성이 있다.(主治急性咽喉炎, 扁桃体炎, 牙龈肿痛, 肺热咳嗽, 湿热, 黄疸, 便秘等症. 有小毒.)'고 나와 있다.
새모래덩굴의 유사종에는 털새모래덩굴이 있다. 털새모래덩굴[Menispermum dauricum f. pilosum (Schneid) Kitag.]은 설악산 이북에 분포한다. 주맥 기부와 엽병 상부에는 털이 약간 있다.
2022. 10. 19.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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