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울타리를 따라 난 길가에는 개오동 꽃이 이제 막 피어나고 있었다. 식물 이름 앞에 '개'자가 붙으면 원종보다 못하거나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는 가짜라는 뜻이다. 오동나무는 아니지만 오동나무와 비슷하다고 하여 개오동이란 이름이 붙었다.
개오동 또는 개오동나무는 통화식물목 능소화과 개오동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오동나무는 현삼과이다. 학명은 카탈파 오바타 조지 돈(Catalpa ovata G.Don)이다. 속명 '카탈파(Catalpa)'는 북미 남과 북 캐롤라이나 주에 거주하던 인디언 머스코지족(Muscogee people)이 쓰는 크리크어(Creek) '카탈파(katalpa)'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katalpa'는 'head-wing'(머리 날개의, 날개 달린 머리'라는 뜻이다. 종소명 '오바타(ovata)는 '알 모양(卵形)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오바투스(ovat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잎의 모양이 난형(卵形)임을 표현한 것이다. 명명자 '조지 돈(G.Don)'은 스코틀랜드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 조지 돈(George Don, 1798~1856)이다.
개오동의 영어명은 차이니즈 커탤퍼(Chinese Catawba)이다. '차이니즈(Chinese)'는 '중국의', '커탤퍼(catalpa )'는 '개오동나무'이다. 일어명은 기사사게(キササゲ, 木豇豆, 木大角豆)이다. '기(キ)'는 '나무(木)', 사사게(ささげ,大角豆·豇豆)'는 '광저기, 동부'이다. 이명에는 가미나리사사게(カミナリササゲ, 雷大角豆·豇豆), 가와기리(カワギリ), 히사기(ヒサギ, 久木·楸) 등이 있다. 생약명은 시지쯔(しじつ, 梓実)이다. 중국명은 쯔(梓, 植物名实图考引本草经) 또는 치우(楸, 长编), 화치우(花楸), 수이통(水桐), 허치우(河楸, 河南经济植物志), 처우우통(臭梧桐, 东北植物检索表), 황화치우(黄花楸, 云南造林树), 수이통치우(水桐楸, 湖南衡山), 무쟈오더우(木角豆, 杭州药用植物志)이다.
개오동을 재백피(梓白皮), 가목(榎木), 향오동, 목각두(木角豆), 재(梓), 가오동(假梧桐), 목왕(木王), 벼락이 피해가는 나무라 하여 뇌신목(雷神木) 또는 뇌전동(雷電桐), 자실(梓實), 자백피(梓白皮), 재수(梓樹), 추수(揪樹), 의수(椅樹), 의재(椅梓)라고도 한다. 중국 밍(明)나라 리싀젠(李時珍)이 쓴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는 '개오동은 백 가지 나무(百木)의 으뜸(長)이라 하여 목왕(木王)이라 부른다.'고 했다. 진(晋)나라 짱화(张华)가 쓴 '보우즈(博物志)'에는 '개오동을 뜰에 심어두게 되면 벼락이 떨어지는 일이 적다.'고 기록되어 있다.
개오동을 노나무라고도 한다. 개오동의 열매 꼬투리는 연필 굵기에 길이가 한 뼘~두 뼘 정도 된다. 열매는 해를 넘겨 다시 꽃이 필 때까지 달려 있다. 그래서 가늘고 긴 실을 뜻하는 ‘노’가 달리는 나무라 하여 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북한명은 향오동나무이다. 꽃말은 '고상'이다.
개오동의 원산지는 중국 양쯔 강(揚子江) 이북의 중부와 남부 지방이다. 개오동은 중국을 비롯해서 한강토(조선반도),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와 일본에서는 귀화식물로 전국 각지에서 재배한다. 야생화된 개오동은 개울가나 숲 근처에서 자란다.
'우리 나무의 세계 1'에서는 개오동의 귀화 시기를 조선 초중기로 보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숙종 43년(1717) 조에 '군사들이 땔나무를 조달하려고 무덤가에 심은 소나무든 개오동나무든 마을에 심은 뽕나무든 밤나무든 간에 묻지 않고 모두 다 베어서 거의 남아 있는 것이 없다'라는 기록, 영조 10년(1734)에 죄인을 다루는 내용 중에 '개오동나무 잎에 글을 썼다'라는 기록을 근거로 개오동이 대체로 조선 초·중기에 들어온 것으로 짐작된다는 것이다.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 <만물문(萬物門)>에는 '재동(梓桐)이란 것이 있는데, 그 열매가 팥과 같다. 나무의 성질이 썩지 않아서 관(棺)을 만들기에 알맞고, 심은 지 40~50년이면 재목이 된다.'라고 했다. 여기서 '재동(梓桐)'은 개오동을 가리킨다.
한강토에서는 1998년 12월 23일에 천연기념물 401호로 지정된 경북 청송군 홍원리 개오동나무가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나이는 400년 정도이고, 두 아름이나 되는 개오동나무 세 그루가 마을 앞에 나란히 자란다.
개오동의 키는 6~10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에서 가지가 퍼진다. 일년생 가지는 털이 없거나 간혹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 또는 3장씩 돌려나기한다. 잎 모양은 넓은 달걀형이고, 길이 10~25cm이며, 대개 3~5개로 갈라진다. 잎 표면은 자주빛이 도는 녹색이고 털이 없다. 잎 뒷면은 연한 녹색으로 맥 위에 잔털이 있거나 털이 없다. 잎자루는 자줏빛이 돈다.
꽃은 6월에 흰색 또는 황백색으로 핀다. 원뿔모양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리며, 길이 10~25cm로서 털이 없다. 꽃 지름은 25mm로서 화피에 양순이 있다. 화피 안쪽 양면에는 노란색 선과 자주색 점이 있다. 꽃부리는 종 모양 또는 비스듬한 심장형이다. 수술은 완전한 것이 2개, 꽃밥이 없는 것이 3개이다. 수술 기부에는 자주색 반점이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길이 20~36cm, 지름 5~8mm로서 긴 선형이고 암갈색이다. 종자는 10월에 익는다. 종자는 회갈색으로 편평하거나 또는 반관상(半管狀)이다. 길이는 3~4cm, 너비 3mm로서 양쪽 끝에는 긴 백색의 털이 있다. 성숙한 과실을 재실(梓實)이라 하고, 나무껍질을 재백피(梓白皮)라 한다.
개오동은 가로수나 공원수로 심는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개오동을 뇌신목(雷神木), 뇌전동(雷電桐), 목왕(木王)이라 하여 큰 건물 옆에 심었다고 한다. 경복궁의 뜰에도 여러 그루의 개오동이 있다. 일본에서는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거나 약용으로 재배한다. 개오동은 오동나무보다 조금 단단하며 판자로 켜면 아름다운 무늬가 있다. 또한 습기에 견디는 성질이 강하여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
개오동의 미성숙 열매는 식재료, 잎은 차로 이용할 수 있다. 잎을 우려낸 물은 숙취를 예방하는 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두통 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개오동 잎은 민간에서 무좀에 특효라는 믿음이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개오동의 뿌리껍질(根皮) 또는 나무껍질을 재백피(梓白皮), 목재를 재목(梓木), 잎(葉)을 재엽(梓葉), 과실을 재실(梓實)이라 하며 약용한다. 재백피는 청열(淸熱), 해독(解毒), 살충의 효능이 있다. 시병발열(時病發熱), 황달, 반위(反胃, 위의 메스꺼움 등), 피부소양(皮膚搔痒), 창개(瘡疥)를 치료한다. 수족(手足)의 통풍을 치료하려면 재목을 달여서 나무통으로 찌는데, 이때 김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곽란으로 토하지 않고 내려가지 않는 것을 치료하려면 재목을 잘게 썰어 달여서 농즙(濃汁)을 만들어 토제(吐劑)로 사용한다. 재엽은 수각(手脚)의 화란창(火爛瘡)을 치료한다. 소아장열(小兒壯熱), 일체의 창개, 피부소양증에 달여서 씻는다. 재실은 이뇨(利尿), 소종(消腫)하며, 외용으로는 살충의 효능이 있다. 만성신염(慢性腎炎), 부종(浮腫), 단백뇨(蛋白尿)를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들 약재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개오동의 유사종에는 꽃개오동이 있다. 꽃개오동(Catalpa bignonioides)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다. 1905년 평북 선천에 있던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여왔다. 키는 30m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기 또는 돌려나기, 달걀 모양 또는 난상 타원형, 끝 부분은 긴 꼬리 모양이다. 원뿔모양꽃차례는 길이 15~45cm, 측면에 2개의 황색 선이 있고, 안쪽에 2개의 황색 선과 자갈색 반점이 있다.
2022. 10. 20.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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