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에서 하순으로 넘어갈 무렵 포천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울타리 근처에서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는 복자기를 만났다. 복자기는 언뜻 봐서는 세 갈래로 갈라진 잎이 복장나무와 아주 비슷하다. 두 나무는 '복'자가 들어가 있는 이름부터 닮았다.
복자기와 복장나무는 이름 유래도 거의 같다. 옛날 점쟁이들은 삼지창(三枝槍)처럼 세 갈래로 갈라져서 붉게 물드는 복자기 또는 복장나무의 가지를 들고 귀신을 쫓거나 점을 쳤다. 점쟁이를 복자(卜者), 점치는 일을 복정(卜定)이라고 한다. 복자-복자기, 복정-복정나무-복장나무로 음운 변화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자기는 무환자나무목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학명은 아케르 트리플로룸 코마로프(Acer triflorum Kom.)이다. 속명 '아케르(Acer)'는 ‘날카로운(sharp)’의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왔다. 로마 병정들이 단단한 단풍나무로 창을 만들어 사용하였고, 단풍나무의 갈라진 잎이 뾰족뾰족하고 끝이 날카롭다는 데서 유래했다. 종소명 '트리플로룸(triflorum'은 '3'을 뜻하는 그리스어 '트리(tri)'와 '꽃'을 뜻하는 '플로룸(florum)'의 합성어다. 꽃이 3개씩 모여 피는 특징을 나타낸 이름이다. 명명자 '코마로프(Kom)'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블라디미르 레온티에비치 코마로프(Vladimir Leontyevich Komarov, 1869~1945)이다.
복자기의 영어명은 쓰리-플라워드 메이플(Three-flowered Maple)이다. '쓰리-플라워드(three-flowered)'는 '세 개의 꽃이 피는', '메이플(maple)'은 '단풍나무'이다. 일어명은 오니메구스리(オニメグスリ, 鬼目薬)이다. '오니(鬼)'는 '귀신', '메(目)'는 '눈', 구스리(薬)'는 '약'이다. '귀신 같은 눈약'의 뜻이다. 옛날 일본에서는 복자기 나무껍질로 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중국명은 산화치(三花槭)이다. '산화((三花)'는 '세 개의 꽃', '치(槭)'는 '단풍나무'이다. 이명에는 산화펑(三花枫)이 있다.
복자기를 복자기나무, 나도박달, 나도박달나무, 기슬박달, 산참대, 복자기단풍, 귀목약목(蒐目藥木)이라고도 한다. 귀목약목이라는 이름은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본초명은 삼화척(三花槭)이다. 본초명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명은 복자기나무이다. 복자기의 꽃말은 '약속'이다.
복자기는 한강토(조선반도)와 중국이 원산지이다.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长白山), 랴오닝(辽宁), 신쟝(新疆)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 각지에 자란다. 주로 중부 이북 지방에 자생한다.
복자기는 원뿌리와 곁뿌리가 잘 발달되어 있다. 키는 20m 정도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암수 모두 회백색이고, 가지에 붉은빛이 돈다. 껍질눈은 흰색이고, 동아(冬芽)는 검은색이며, 달걀 모양이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지질(脂質, lipid)이다. 소엽(小葉)은 3개이고, 긴 타원상 달걀 모양이며, 점첨두(漸尖頭)이다. 가운데 소엽은 예형(銳形), 옆 소엽은 일그러진 원저(圓底)로 끝부분 가까이에 2~4개의 큰 톱니가 있다. 정소엽(頂小葉)의 길이는 7~8cm(때로는 11cm), 너비 5cm로, 뒷면 맥 위에 센털이 있고, 가장자리와 잎자루에 털이 있다.
꽃은 잡성(雜性)으로 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편평꽃차례는 가지 끝에 달린다. 꽃이 3개가 달리며, 꽃대에 갈색 털이 있다. 열매는 시과(翅果)이다. 시과는 회백색이며 강모(剛毛) 또는 침상(針狀)의 센털이 있다. 날개는 예각(銳角) 또는 둔각(鈍角)으로 나란히 벌어진다. 시과의 길이는 5cm, 너비는 1.5cm이다. 종자는 9월 말~10월 말에 성숙한다.
복자기는 주요 조경수(造景樹)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가로수나 풍치림(風致林)으로도 가치가 있다. 단풍나무류 가운데 가을 단풍이 제일 곱고 진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경수이다. 복자기 목재는 치밀하고 무거우며 무늬가 아름다워 가구재나 무늬합판 등의 고급용재로 쓰인다.
복자기의 유사종에는 젖털복자기, 복장나무(Manchurian maple) 등이 있다. 젖털복자기(Acer triflorum for. subcoriacea Komarov)는 잎이 두껍고, 표면에 젓꼭지 모양의 털이 있다. 복장나무(Acer mandshuricum Maxim.)는 복자기에 비하여 잎이 가늘고 길다. 잎에는 털이 없으며, 뒷면 맥 위에만 미모(微毛)가 있다. 복자기의 잎 가장자리에는 굵은 톱니가 2~4개 있는데 비해 복장나무의 잎 가장자리 전체에는 잔 톱니가 이어져 있다.
2022. 10. 24.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머리/흰용머리 '승천(昇天)' (1) | 2022.10.26 |
---|---|
정향풀(丁字草) '첫사랑' (0) | 2022.10.25 |
고로쇠나무 '영원한 행복' (1) | 2022.10.22 |
개오동 '고상' (1) | 2022.10.20 |
새모래덩굴 '웃는 아이의 모자' (0) | 2022.1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