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용머리/흰용머리 '승천(昇天)'

林 山 2022. 10. 26. 16:49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는 때마침 용머리와 흰용머리 꽃이 한창 피어나고 있었다. 용머리는 자주색,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 핀다.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이 피는 용머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용머리는 꽃이 상상 속의 동물 용(龍)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화(民畵)에 나오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 용머리 꽃은 같은 꿀풀과의 벌깨덩굴 꽃과도 많이 닮았다.   

 

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용머리는 통화식물목 꿀풀과 용머리속의 숙근성(宿根性)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드라코세팔룸 아르구넨스 피셔. 엑스 링크(Dracocephalum argunense Fisch. ex Link)이다. 속명 '드라코세팔룸(Dracocephalum)'은 '용(龍)'을 뜻하는 그리스어 '드라코(dracon)'와 '머리'를 뜻하는 '세팔라(cephla)'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꽃 모양을 용의 머리에 비유한 이름이다. 종소명 '아르구넨스(argunense)'는 '아르군 강(Argun river)에 분포하는'이라는 뜻이다. 아루군 강은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을 이루는 강이다. 에르구네 강(Ergune Bira)이라고도 부른다. 길이는 1,620 km이다. 따싱안링(大兴安岭) 산맥 서쪽에서 발원하여 네이멍구 자치구(内蒙古自治区)를 통과한 다음, 실카 강(Shilka river)과 만나 헤이롱 강(黑龍江, Amur river)이 된다. 

 

'피셔(Fisch.)'는 세 명이 있다. 에마누엘 프리드리히 루트비히 피셔(Emanuel Friedrich Ludwig Fischer, 1828~1907)는 스위스의 식물학자이다. 그는 주로 현화식물(顯花植物, phanerogams)과 은화식물(隱花植物, cryptogamous plants)을 연구했다. 알프레드 피셔(Alfred Fischer, 1858~1913)는 독일의 식물학자다. 그는 식물 병리학에서 박테리아의 역할에 대해 어윈 프링크 스미스(Erwin Frink Smith)와 벌인 논쟁으로 유명하다. 에두아르트 피셔(Eduard Fischer, 1861~1939)는 루트비히 피셔의 아들로 스위스의 식물학자이자 균류학자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링크(Link)'는 독일의 박물학자이자 식물학자 요한 하인리히 프리드리히 링크(Johann Heinrich Friedrich Link, 1767~1851)이다. 

 

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용머리의 영어명은 드래곤헤드(dragonhead)이다. 말 그대로 용머리다. 속명 드라코세팔룸(Dracocephalum)을 그대로 영역(英譯)한 것이다. 일어명은 무샤린도(ムシャリンドウ, 武佐竜胆)이다. '무사(武者・武佐)'는 '무사(武士)', '린도(竜胆)'는 '용담(龍膽)'이다. 일본 서부 시가현(滋賀県) 오미하치바타시(近江八幡市) 무사정(武佐町)에서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사용담(武佐竜胆)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서일본에는 자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명에는 무샤린도(ムシャリンドウ, 武者竜胆), 세이란(セイラン, 青蘭) 등이 있다. '무샤((武者)'는 '뿌리에서 여러 줄기가 서 있는 상태'를 뜻하는 '무샤타치(むしゃたち, 武者立ち)'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중국명은  광어칭란(光萼青兰, 光萼青蘭)이다. 용머리를 광악청란(光萼青蘭)이라고도 한다. 광악청란은 중국에서 들어온 이름으로 보인다. 꽃말은 승천(昇天)'이다. 

 

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용머리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중부 이북 산기슭의 양지바른 초원에 자생하며, 홋카이도(北海道) 해안 지방에도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랴오닝(辽宁), 네이멍구(内蒙古) 동부, 허베이(河北) 북부의 산비탈 초원 지대에 자생한다. 러시아에서는 시베리아 등 극동 지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충북 단양, 강원도 강릉, 평안북도, 함경남도 등지에 자란다. 포천 국립수목원에도 있다. 원예자원으로 개발되어 재배종이 널리 분포한다.

 

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용머리의 잔뿌리는 사방으로 뻗는다. 키는 15~4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짧은 근경(根莖)에서 모여나기하며, 원줄기에 밑으로 굽은 흰색 털이 있다. 원줄기는 직립하고 4각이 진다. 잎은 마주나기한다. 엽병(葉柄)은 길이 1~3mm이다. 엽병이 없는 것도 있다. 잎은 선형(線形)이고 끝이 둔하다. 잎 길이는 2~5cm, 너비는 2~5mm이다. 잎 표면에는 윤채가 있고, 뒷면 맥 위에는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뒤로 말린다.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짧으며, 흔히 달걀 모양으로서 가장자리에 톱니가 약간 있고, 잎겨드랑이에서 몇 개의 잎들이 모여난다.

 

꽃은 6~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입술 모양의 꽃이 줄기 끝에서 여러 개가 모여 이삭꽃차례로 달린다. 이삭꽃차례는 길이가 2~5cm 정도로 짧다. 꽃받침은 길이 12~15mm로서 보통 퍼진 털이 있으며, 굵은 맥이 도드라지고, 거의 중앙까지 불규칙하게 5개로 갈라지며, 열편(裂片) 끝이 바늘처럼 뾰족하고, 열편 사이가 도드라진다. 꽃부리는 길이 3~3.5cm로서 양순형(兩脣形, bilabiate, labiate)이며, 꽃밥과 더불어 겉에 털이 있다. 판통(瓣筒)은 갑자기 굵어진다. 상순(上脣) 끝은 약간 오목하고, 하순(下脣)은 3개로 갈라지며, 중앙열편이 가장 크고 자주색 점이 있다. 열매는 분과(分果)이다. 분과는 타원형이다. 종자는 8~9월에 익는다.

 

용머리는 꽃이 특이하고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여름 화단용으로 좋으며, 남청색 꽃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린순은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밀원(蜜源)으로 이용한다. 석회암 지대의 식생 복원용으로 쓰기도 한다. 용머리의 잎은 민간에서 결핵을 치료하는 데 쓴다.

 

흰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용머리의 유사종에는 흰용머리, 벌깨풀(Rupestrine dragon's head, 바위용머리) 등이 있다. 흰용머리의 학명은 드라코세팔룸 아르구넨스 에프. 알바 T.B.리(Dracocephalum argunense f. alba T.B.Lee)이다.

 

'f'는 '포르마(forma)'의 약자로 '품종'이란 뜻이다. 품종명 '알바(alba)'는 '흰색(white)'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T.B.리(T.B.Lee)'는 식물분류학자 '이창복(李昌福, 1919~2003)'이다. 흰용머리는 흰색 꽃이 피는 용머리이다. 

 

흰용머리(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벌깨풀(Dracocephalum rupestre Hance)은 강원도 삼척시와 정선군; 전라북도 부안군 등지에 분포한다.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자란다. 벌깨덩굴과 비슷해서 벌깨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키는 20~30cm이다. 줄기는 밑동에서 밀생(密生)하고, 다소 붉은색을 띠며, 밑을 향한 굵은 흰털이 산재한다. 근생엽(根生葉)은 질이 두껍고, 심장형 또는 콩팥 모양이며, 둔두(鈍頭)에 심장저(心臟底)이다. 줄기잎은 근생엽과 비슷하지만, 엽병이 짧고 잎이 작아져서 포(苞)와 연결된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에 꽃이 층층으로 달리고, 마디 사이가 짧아서 밀생한 것처럼 보인다. 꽃부리는 길이 2.8cm 정도로서 양순형이고, 겉에 잔털이 밀생한다. 

 

2022. 10. 2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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