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왜우산풀

林 山 2022. 10. 13. 03:09

2022년 6월 중순 백두대간 정선 함백산을 찾았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와 태백시 혈동을 잇는 백두대간의 고개인 만항재에서 함백산에 이르는 능선 기슭에는 지리강활과 함께 왜우산풀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지리강활과 왜우산풀은 서식 환경이 거의 같다. 지리강활이 있는 곳에는 대개 왜우산풀도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왜우산풀(정선 함백산, 2022. 6. 11)

왜우산풀은 산형화목 산형과 누룩치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플레우로스페르뭄 캄차티쿰 호프만(Pleurospermum camtschaticum Hoffm.)이다. 속명 '플레우로스페르뭄(Pleurospermum)'은 '갈비뼈(肋)'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레우라(pleura)'와 '종자(種子)'라는 뜻을 가진 '스페르마(sperma)'의 합성어다. 분과(分果)의 배면(背面)에 3개의 뚜렷한 능선이 있어서 유래한 이름이다. 종소명 '캄차티쿰(camtschaticum)'은 처음 발견된 캄차카 반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명명자 '호프만(Hoffm.)'은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지의류학자 게오르그 프란츠 호프만(Georg Franz Hoffmann, 1760~1826)이다. 독일 괴팅겐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이자 식물원 원장이었던 그는 1804년부터 러시아로 건너가 모스크바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왜우산풀의 영어명은 캄차카 플레우로스페르뭄(Kamchatka pleurospermum)이다. '캄차카(Kamchatka)'는 '러시아 연방 극동의 캄차카 반도와 코랴크 산맥 남단으로 구성되는 지역', '플레우로스페르뭄(pleurospermum)'은 '누룩치속'이다. 일어명은 오카사모치(オオカサモチ, 大傘持, 大傘持ち)이다. 이명에는 오니카사모치(オニカサモチ, 鬼傘持, 鬼傘持ち)가 있다. '오(大)'는 '큰', '카사모치(傘持ち)'는 '자루가 긴 우산' 또는 '긴 우산을 들고 귀인의 행렬 등을 수행하는 사람', '오니(鬼)'는 '귀신'이다, 중국명은 렁즈친(稜子芹)이다. 이명에는 우랄렁즈친(烏拉爾稜子芹)이 있다. 

 

왜우산풀은 '우산처럼 가지고 논다'는 뜻에서 온 '우산풀'에 '작은'이라는 뜻의 '왜'가 붙어서 된 이름이라고 한다. 왜우산풀을 누린내가 나는 독특한 향이 나는 산나물이라고 해서 누리대, 누릿대, 누룩치, 개반디, 개우산풀, 좀우산풀, 왜우산나물, 우산풀, 왕우산바디라고도 한다. 

 

왜우산풀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중부 이북 지방의 산지에 분포한다. 중국에는 지린(吉林), 샨시(山西), 허베이(河北), 네이멍구(內蒙古), 랴오닝(遼寧) 등지에 자란다. 러시아에서는 극동, 시베리아, 우랄 산맥 등 유럽에 속하는 서부 지역에 분포한다. 왜우산풀은 러시아 연방 바슈코르토스탄 공화국의 국기와 국장에 등장하는 도안의 모델이다. 한강토에서는 전남, 경북, 강원, 경기 등의 깊은 산 양지에서 자란다.

 

왜우산풀은 뿌리가 굵다. 키는 50~100cm 정도이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줄기 전체에는 털이 없고, 원줄기 윗부분에서 굵고 짧은 가지가 나온다. 근생엽과 원줄기 밑부분의 잎은 엽병이 길고, 넓은 난상 삼각형이며, 3출엽으로서 2회 깃꼴로 갈라진다. 잎 길이는 20~40cm이며, 최종 열편은 좁은 달걀모양이다. 엽병과 털은 없으며, 맥 위와 가장자리에는 잔돌기가 있다. 잎 끝은 뾰족하며, 길이 4~15cm로서 깃꼴로 갈라지고 결각상 톱니가 있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원줄기 끝이나 가지끝의 겹우산모양꽃차례에 달린다. 원줄기 끝의 꽃차례가 가장 크다. 길이 7~15cm의 소산경(小傘梗)이 많이 나와 반구형으로 된다. 총포 및 소총포는 녹색이며, 가장자리가 흰색이고, 잎모양으로서 수가 많다. 꽃자루 길이는 1.5~3cm이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며, 길이 6~7mm이다. 분과의 능선에 작은 이 모양의 톱니가 있다.

 

왜우산풀(정선 함백산, 2022. 6. 11)

강원도에서는 왜우산풀의 어린잎과 잎자루를 누룩치 또는 누리대라고 하며, 나물로 먹는다. 다만, 특유의 누린내와 매콤한 맛이 있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역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몇 번 먹다 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독특한 산나물이다. 특히 왜우산풀은 고기를 먹을 때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돋궈주는 좋은 산나물이다. 왜우산풀의 뿌리와 어린잎에는 독성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중국 'A+의학백과(A+醫學百科)'에는 렁즈친(稜子芹)에 대해 '燥濕止帶。主帶下清稀, 蛇咬傷(습한 것을 마르게 하며, 대하를 멈추게 한다. 맑고 묽은 대하, 뱀에 물린 상처를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에는 왜우산풀에 대해 '강정'의 효능이 있어 '골통, 대하증, 도한, 오한, 정력 부족, 중독, 풍사'를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2022. 10. 1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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