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國立樹木園)을 찾았다. 국립수목원에 따로 조성된 관목원(灌木園)에서 노란색 꽃이 피어 있는 물싸리를 만났다. 식물 이름의 앞에 '물'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물기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는 의미가 있다. 물싸리는 물을 좋아하고, 잎이 콩과 식물인 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싸리는 장미목 장미과 양지꽃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물싸리의 학명은 포텐틸라 프루티코사 바. 리기다 (월.) 테오도어 볼프[Potentilla fruticosa var. rigida (Wall.) Th.Wolf]이다.
속명 '포텐틸라(Potentilla)'는 '강력한(being powerful)의 뜻을 가진 라틴어 '포텐트(potent)'에 지소(指小) 접미사 '일라(illa)'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이다. 처음에는 궐마(蕨麻, Argentina anserina)의 강한 약효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과거 궐마는 양지꽃속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종소명 '프루티코사(fruticosa)'는 '관목의'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프루티코소(fruticóso)'에서 유래했다.
'바(var.)'는 '변종(variant, 베리언트)'의 약자이다. 변종명 '리기다(rigida)'는 '뻣뻣한(stiff), 단단한(rigid), 딱딱한(hard), 구부러지지 않는(inflexible)'의 뜻을 가진 라틴어 '리기두스(rigid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월(Wall.)'은 스리랑카의 식물학자 조지 월(George Wall, 1821~1894)이다. '테오도어 볼프(Th.Wolf)'는 갈라파고스 제도를 연구한 독일의 박물학자 프란츠 테오도어 볼프(Franz Theodor Wolf, 1841~1924)이다. 갈라파고스 제도의 울프 섬과 울프 산은 그의 이름에서 따왔다.
국생정에 등재된 물싸리의 영어명은 슈러비 싱크포일(Shrubby cinquefoil)이다. '슈러비(shrubby)'는 '관목의', '싱크포일(cinquefoil)'은 '양지꽃속'이다. 일어명은 긴로바이(キンロバイ, 金露梅)이다. 꽃이 노란색이고, 매화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명은 진루메이(金露梅) 또는 푸마오진루메이(伏毛金露梅), 진라오메이(金老梅)이다. 일어명과 그 유래가 같다. '푸마오(伏毛)'는 '누운털'이라는 뜻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다시포라 프루티코사 (린네.) 리드베르크[Dasiphora fruticosa (L.) Rydb.]가 물싸리의 정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다시포라(Dasiphora)'는 '물싸리속'이다. 물싸리는 양지꽃속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속을 이루었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리드베르크(Rydb.)'는 스웨덴계 미국 식물학자 페르 악셀 리드베르크(Per Axel Rydberg, 1860~1931)이다. 추천 영어명은 스팁 슈러비 싱크포일(Stiff shrubby cinquefoil)이다.
물싸리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일본, 히말라야 산맥 등 북반구의 유럽에서 북미 대륙까지 널리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백두산 등 함경남북도 고산지대 바위 틈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등지의 아고산대(亜高山帯)에서 고산대(高山帯)의 암석지대에 분포한다.
물싸리의 뿌리는 주로 잔뿌리이다. 국생정에는 '잔근성의 뿌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잔뿌리(根)'라는 뜻으로 '잔근'을 쓴 것 같은데, 다음 포털의 어학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용어다.
물싸리의 키는 1.5m 정도까지 자란다. 밑에서 많은 줄기를 내어 큰 포기를 만든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며, 세로로 잘게 갈라진다. 일년생 가지에는 잔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홀수깃모양겹잎이다. 소엽은 길이 1~2cm로 긴 타원형이고, 3~7개(보통 5개)이며, 양끝이 좁다. 잎 표면에는 털이 없고, 뒷면은 회록색 잔털이 있다. 잎 가장자리는 뒤로 말리고, 연모(緣毛)가 있다. 턱잎은 피침형(披針形)으로서 연한 갈색이고 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3cm 정도이다. 2~3개의 꽃이 새 가지 끝에 달리거나 잎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난다. 꽃받침조각은 달걀상 삼각형으로서 겉에 견모(絹毛)가 있고, 황록색이며, 지름은 1.5cm 정도로서 둥글다. 총포(總苞)는 선형 또는 피침형에 첨두(尖頭)이고, 연모(軟毛)가 있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달걀꼴로 윤채가 있으며, 긴 털이 있다. 종자는 7~9월에 성숙한다.
물싸리는 꽃이 피는 기간이 길고, 회록색의 잔털이 덮여 있는 잎과 가지가 관상 가치가 있어 정원의 생울타리나 경계용으로 심는다. 암석정원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좋다. 최근에는 원예종으로 다양한 장소에 조경수로 이용되고 있다.서울 등지에서는 종자가 결실하지 않으므로 무성생식(無性生殖)으로 증식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원예품종이 개발되어 있다.
물싸리의 유사종에는 흰물싸리 등이 있다. 흰물싸리(Potentilla fruticosa var. mandshurica Maxim.)는 한강토 북부 지방 고산 지대의 암석 지대에서 자란다. 흰꽃이 피는 물싸리이다. 최근에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다.
국생정에는 물싸리에 대해 '잎을 약왕다(藥王茶), 꽃을 금로매화(金老梅花)라 하며 약용한다. 약왕다는 청서열(淸暑熱), 익뇌청심(益腦淸心), 조경(調經), 건위(健胃)의 효능이 있다. 서기(暑氣)에 의한 현훈(眩暈, 현기증), 양목불청(兩目不淸), 위기불화(胃氣不和), 식체(食滯), 월경불순을 치료한다. 금로매화는 소화불량, 부종(浮腫), 적백대하(赤白帶下), 유선염(乳腺炎)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약왕다(藥王茶)나 금로매화(金老梅花)가 등재되어 있지 않다. 중국어판 의학백과(醫學百科)에는 '중국사막지구약용식물(中國沙漠地區藥用植物)'을 인용해서 야오왕차(药王茶)에 대해 '더위와 열을 사라지게 하고, 뇌를 보익하며,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월경을 고르게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한다. 더위를 먹어서 열이 나는 증상, 현기증, 눈이 맑지 않는 증상, 소화가 잘 안되고 더부룩한 증상, 식체, 월경불순 등을 치료한다.(消暑熱, 益腦清心, 調經, 健胃. 治暑熱眩暈, 兩目不清, 胃氣不和, 滯食, 月經不調.)'고 했다. 진라오메이화(金老梅花)에 대해서는 '네이멍구중초약(内蒙古中草药)'과 '중국사막지구약용식물'을 인용해서 '습기가 비위를 막은 것, 식욕부진, 소화불량, 부종, 적백대하, 유선염 등을 치료한다(治湿阻脾胃, 食欲不振, 消化不良, 浮肿, 赤白带, 乳腺炎.)'고 나와 있다. 국생정이 중국어판 의학백과를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약왕다나 금로매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2022. 11. 11.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조팝나무 '단정한 사랑' (0) | 2022.11.15 |
---|---|
갈퀴망종화 '변치 않는 사랑, 사랑의 슬픔' (2) | 2022.11.12 |
꿀풀 '추억(追憶)' (2) | 2022.11.08 |
조선흑삼릉(朝鮮黑三稜) (0) | 2022.11.02 |
삼백초(三白草) '행복의 열쇠, 가련' (0) | 2022.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