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節氣)와 밀접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있다. 2022년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光陵)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갈퀴망종화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망종화(芒種花)는 24절기 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 무렵에 꽃이 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종(芒種)'은 '까끄라기 망(芒)'과 '씨 종(種)'이 합해서 된 말이다. 망종은 일 년 중 논보리나 벼 등 씨앗 끝에 수염 같은 까끄라기가 달린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가장 알맞다는 날이다. 2022년도 망종은 6월 6일이었다. 갈퀴망종화는 같은 물레나물속(屬)의 망종화와 비슷한데, 잎이 꼭두서니과의 갈퀴덩굴을 닮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갈퀴망종화는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작은 떨기나무(小灌木)이다. 학명은 히페리쿰 갈리오이데스 램(Hypericum galioides Lam.)이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사랑의 슬픔, 정열'이다.
라틴어 속명 '히페리쿰(Hypericum)'은 고대 그리스어 '휘페리콘(ὑπερικόν, huperikón)'에서 유래했다. 'Hypericum'의 영어식 발음은 '하이페리컴'이고, 라틴어 발음은 '휘페리쿰'이다. 고대 그리스어 '휘페르콘(ὑπερικόν, huperikón)'은 '위에(over)'란 뜻을 가진 '휘페르(ὑπέρ, hupér)와 '히스, 에리카(heath)'의 뜻을 가진 '에레이케(ἐρείκη ereíkē)'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 윅셔너리(Wiktionary)에 '히페리쿰'은 '세인트 존스 워트(성요한초, 고추나물)의 일종인 히페리쿰속의 많은 꽃식물 중 하나(Any of many flowering plants of the genus Hypericum, the St John's worts.)'라고 정의되어 있다. 종소명 '갈리오이데스(galioides)'의 유래는 불명(不明)이다. '램(Lam.)'은 네덜란드 식물학자 헤르만 요하네스 램(Herman Johannes Lam, 1892~1977)이다.
갈퀴망종화의 영어명은 베드스트로 세인트 존스워트(bedstraw St. Johnswort)이다. '베드스트로(bedstraw)'는 '갈퀴덩굴속의 풀', '세인트 존스워트(St. Johnswort)'는 '성요한초, 고추나물'이다. 일어명은 호소바킨시바이(ホソバキンシバイ, 細葉金糸梅)이다. '호소바(細葉)'는 '가는 잎', '긴시바이(金糸梅)'는 '금사매(金絲梅), 망종화'이다. 금사매(金絲梅)는 꽃술이 금실(金絲) 같고, 꽃이 매화(梅)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명은 시예진스메이(細葉金絲梅)이다. 중국명의 유래는 일어명과 같다.
갈퀴망종화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의 남동부이다. 북아메리카 남동부 해안 평원의 습지에 많이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귀화식물이다. 한강토에서 볼 수 있는 물레나물속 식물 가운데 유일한 떨기나무이다. 식물원이나 공원, 정원 등지에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갈퀴망종화의 키는 1~2m 정도이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가지에는 2개의 능선이 있다. 나무껍질이 얇은 막으로 벗겨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거꿀피침 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다. 잎 길이는 1~5cm, 너비는 5~16mm로서 끝이 둔하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짧은 엽병 같이 된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잎겨드랑이의 소엽(小葉)은 정상엽보다 작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뒤로 말린다. 표면에는 튀어나온 점이 있고, 짙은 녹색이다. 잎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은 6~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1~1.5cm로서 취산 꽃차례에 달린다. 전체적으로는 잎이 달린 원뿔 모양 꽃차례이다. 꽃받침 조각은 잎 같으나 잎보다 짧으며, 주걱 모양과 비슷하고, 털이 없다. 꽃잎은 거꿀달걀 모양이고, 끝에 짧은 돌기가 있으며, 길이 12mm 정도이다. 수술은 많고, 이생(離生)한다. 이생(離生)은 본래 하나이거나 하나로 된 것이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긴 달걀 모양이고, 길이는 5~6mm로서 홈이 있으며 3실로 된다.
2022. 11. 1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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