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연못과 습지에 조성한 수생식물원에서 조선흑삼릉(朝鮮黑三稜)을 만났다. 흑삼릉(黑三稜)은 뿌리줄기가 검은색(黑)을 띠고, 잎에는 세 개의 모서리(三稜)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조선(朝鮮)이란 접두어가 붙은 것은 자생종이라는 뜻이다.
조선흑삼릉은 부들목 흑삼릉과 흑삼릉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파르가니움 코리아눔 엑토르 레베이예(Sparganium coreanum H.Lév.)이다. 속명 '스파르가니움(Sparganium)'은 '버-리드(bur-reed, 흑삼릉속 식물의 총칭)'의 뜻을 가진 라틴어 '스파르가니온(sparganion)'에서 유래했다. '스파르가니온(sparganion)'은 '스와들링 밴드(swaddling band, 좁고 긴 띠)'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스파르가논(sparganon)'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코리아눔(coreanum)'은 '한국의'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분포지 또는 발견지가 한강토(조선반도)임을 나타낸다.
'엑토르 레베이예(H.Lév.)'는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성직자 오귀스탱 아벨 엑토르 레베이예(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 1864~1918)이다. 1887년 선교사로 인도를 방문하여 폰디체리 대학(Pondicherry University)의 자연사 교수로 임명된 레베이예는 약 2,000종의 새로운 식물종을 기술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레베이예는 1912년 프랑스 외방 전교회 소속 선교사 에밀 조제프 타케(Émile Joseph Taquet, 1873~1952)가 제주도에서 채집한 조선흑삼릉을 분류하고 기술했다.
조선흑삼릉의 영어명은 코리언 버-리드(Korean bur-reed)이다. 말 그대로 조선흑삼릉이라는 뜻이다. 일어명은 오미쿠리(オオミクリ, 大実栗)이다. '오(大)'는 '큰', '미쿠리(実栗)'는 '흑삼릉(三稜草)'이다. 이명에는 아즈마미쿠리(アズマミクリ), 가도하리미쿠리(カドハリミクリ) 등이 있다.
조선흑삼릉은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에서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경북, 전남, 제주의 호수나 늪, 소류지(沼溜地), 수로 등지에 분포한다.
조선흑삼릉의 키는 80~125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단단하여 곧게 자라고, 지하경(地下莖)은 옆으로 뻗으며, 구형(球形)의 덩이줄기를 형성한다. 잎은 선형(線形)으로 바로 자라고, 길이는 50~130cm, 너비는 10~35mm이다. 잎 뒷면에는 용골(龍骨)이 발달하며, 기부(基部)는 엽초(葉鞘)처럼 줄기를 감싸고 가장자리는 막질(膜質)이다.
화서(花序) 줄기는 바로 서며, 길이 17~63cm, 3~5개의 화축(花軸)이 분지(分枝)하여 원추형(圓錐形)으로 발달한다. 화축은 포(苞)에 액생(腋生)하며, 가장 정단(頂端) 화축은 10~27개의 수화서만 달리고, 그 아래 수화서와 암화서가 혼생하거나 암화서만으로 구성된 화축이 발달한다. 가장 아래쪽 화축은 수화서가 없이 하나의 암화서로만 구성된다. 암화서는 화축에 대부분 1개씩 달리나 간혹 2개가 달리기도한다. 포는 잎 모양이며, 화서 줄기의 가장 아래쪽 포는 화서 줄기보다 짧다. 수화서는 개화시 직경 11~18mm이다. 암화서는 수화서와 떨어져서 나고, 개화시 암술머리를 포함하여 직경 15~23mm이다. 수꽃 화피(花被)는 3~5개, 주걱 모양이고, 길이는 약 2.3mm이다. 수술은 대개 3개 혹은 그 이상이다. 꽃밥은 약 1.5mm, 수술대는 약 3.4mm이다. 암꽃 화피는 3~5개, 주걱 모양이며 막질이고, 중앙부가 용골처럼 비후(肥厚)하다. 길이는 2.9~3.3mm이다. 심피(心皮, carpel)는 1개 혹은 2개이다. 자방(子房)은 방추형(紡錘形) 내지 피침형(披針形)이다. 암술머리는 불규칙하게 굽어 있으며, 길이는 6~9mm이다.
열매는 대개 마름모꼴이다. 열매의 길이는 8~llmm, 지름은 6~10mm 정도이다. 육질(肉質)의 외과피(外果皮) 안에 단단한 내과피(內果皮)가 있으며, 표면에 세로 방향의 능선이 있다. 종자는 난형(卵形)이다.
조선흑삼릉의 유사종에는 흑삼릉(黑三稜), 긴흑삼릉, 좁은잎흑삼릉(가는흑삼릉), 남흑삼릉(南黑三稜) 등이 있다. 흑삼릉(Sparganium erectum L.)은 화축이 3~7개로 갈라진다. 화서 줄기는 없다. 열매는 도란형(倒卵形)이고 능각(稜角)이 있다. 긴흑삼릉(Sparganium japonicum Rothert)은 화축이 갈라지지 않는다. 암화서는 액생한다. 수화서는 5~10개, 그 아래 암화서 3~4개가 떨어져서 달린다. 열매는 능각이 없다. 좁은잎흑삼릉(Sparganium hyperbolreum)은 강원도 양구군 등 북부 지방 고산 지대의 물속에서 자란다. 잎의 너비는 2~3mm이다. 잎 뒷면에는 능선이 없다. 액생하는 꽃대는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 암술대의 길이는 0.5mm 정도이다. 남흑삼릉(Sparganium fallax Graebn.)은 제주도 습지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강원도 강릉에서도 발견되었다. 잎 뒷면의 주맥이 삼각형으로 돌출한다. 화서 줄기는 바로 서며, 화축은 분지하지 않는다. 5~8개의 수화서가 위쪽에 달리고, 그 아래쪽에 암화서가 3~5개 달린다.
2022. 11. 2.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싸리 '생각이 나요' (2) | 2022.11.11 |
---|---|
꿀풀 '추억(追憶)' (2) | 2022.11.08 |
삼백초(三白草) '행복의 열쇠, 가련' (0) | 2022.11.01 |
꽃창포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0) | 2022.10.29 |
별수국 (0) | 2022.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