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국립수목원 연못에 마련된 수생식물원 한쪽에는 삼백초(三白草)가 무리지어 자라고 있었다. 이제 막 흰 꽃송이를 피워 올린 삼백초도 있었다. 삼백초는 뿌리와 잎, 꽃이 흰색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백초의 꽃과 뿌리는 원래 흰색이고 잎은 녹색인데, 윗부분에 달린 2~3개의 잎이 흰색으로 변한다.
삼백초는 이뇨작용(利尿作用, diuretic effect)을 통해 습(濕)과 열독(熱毒)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어 사람에게도 이로운 식물이다. 민간에서는 삼백초가 천연 항암제(抗癌劑)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떤 약초든지 속설에 대한 맹신(盲信)은 절대 금물이다. 민간에서 흔히 말하는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 같은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삼백초는 후추목 삼백초과 삼백초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행복의 열쇠, 가련'이다. 삼백초속은 한강토(조선반도)에는 1속 1종이 있다. 삼백초과 약모밀속의 약모밀도 1속 1종이다. 그러니까 삼백초와 약모밀은 형제 같은 사촌 사이의 식물이다.
삼백초를 전삼백(田三白), 오엽백(五葉白), 백화련(白花蓮), 삼엽백초, 물가삼백초라고도 한다. '익생양술대전'에는 '온포기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다 하여 송장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사실 삼백초에서는 그리 역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꽃에서는 된장 비슷한 냄새가 나기는 한다.
'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에는 삼백초의 본초명이 '구절우(九節藕), 백두초(白頭草), 백황각(白黃脚), 삼백초(三白草), 즙(蕺), 즙채(蕺菜)'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삼백초의 이명을 약모밀이라고 했는데, 약모밀은 어성초(魚腥草)의 한글 이름이다. 울릉도에서는 약모밀을 삼백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백초의 학명은 사우루루스 치넨시스 (루레이로.) 바이용[Saururus chinensis (Lour.) Baill.]이다. 속명 '사우루루스(saururus)'는 '도마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사우로스(sauros)'와 '꼬리'라는 뜻의 '아우라(oura)'의 합성어이다. 이삭꽃차례가 도마뱀 꼬리와 같다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종소명 '치넨시스(chinensis)'는 '차이니즈(Chinese, 중국의)'의 라틴어 표기이다. 처음 발견된 장소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루레이로(Lour.)'는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이자 식물학자 주앙 드 루레이로(João de Loureiro, 1717~1791)이다. '바이용(Baill.)'은 프랑스의 식물학자이자 의사 앙리 어니스트 바이용(Henri Ernest Baillon, 1827~1895)이다.
삼백초의 영어명은 에이션 리저즈 테일(Asian lizard's tail) 또는 리저즈 테일(lizard's tail), 차이니즈 리저즈 테일(Chinese Lizard's Tail)이다. '에이션(Asian)'은 '아시아의', '리저드(lizard)'는 '도마뱀', '테일(tail)'은 '꼬리'이다. 속명 '사우루루스(Saururus)'를 그대로 영역(英譯)한 것이다.
삼백초의 일어명은 한게쇼(ハンゲショウ, 半夏生, 半化粧)이다. 한게쇼(半夏生)는 태양의 황경(黄経)이 100도가 되는 날 무렵에 꽃을 피우는 것으로부터 유래한 이름이다. 계절 이름으로서 한게쇼(半夏生)는 이 무렵에 반하(ビ夏)가 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한게쇼(半化粧)는 잎의 일부가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반만 화장한다'고 생각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명은 가타시로구사(かたしろぐさ, 片白草)이다. 가타시로구사(片白草)는 잎의 표면 한쪽만 하얗게 변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본초명은 산바쿠소(サンパクソウ, 三白草)이다.
삼백초의 중국명은 산바이차오(三白草)이다. 산바이차오는 '쩡레이벤차오(证类本草)'에 처음 보인다. '쩡레이벤차오'에는 산바이차오에 대해 '잎은 털여뀌와 같고, 또한 약모밀이나 청미래덩굴과도 비슷하다. 잎에는 세 개의 검은색 점이 있다. 키는 한 자 정도 된다. 뿌리는 미나리 뿌리와 같다. 황백색이고 큼직하다(叶如水荭, 亦似蕺, 又似菝. 叶上有三黑点, 高尺许. 根如芹根, 黄白色而粗大.)'라고 나와 있다.
산바이차오의 이명에는 바이몐구(白面姑), 바이슈구(白舌骨), 탕볜어우(塘边藕), 수이빈랑(水檳榔), 수이라오짜이(水荖仔),
수이라오예(水荖葉), 수이라오(水荖), 수이무통(水木通), 산바이근(三白根), 산띠엔바이(三點白), 우루예바이(五路葉白), 우루바이(五路白), 수이쳬동(水茄苳), 궈샨롱(過山籠), 바이화롄(白花蓮), 바이예롄(白葉蓮), 바이수이지(白水雞), 바이화짜오수이롄(白花照水蓮), 톈싱차오(天性草), 톈산바이(田三白), 바이황쟈오(白黃腳) 등이 있다.
삼백초는 한강토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타이완,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지에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縄) 등지의 물가나 습지에 자란다. 중국에서는 허베이(河北), 허난(河南), 샨동(山东), 창쟝(长江) 유역과 그 이남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제주도 지역에 일부 분포하며, 3~5곳의 자생지가 있다. 제주도 한경면 고산리, 용수리의 습지나 논물 도랑 등에 많은 개체가 자라고 있었으나, 민간 약재로 쓰이면서 자생지가 많이 훼손되었다. 환경부에서는 삼백초를 희귀종(지정번호 식-50)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요즘은 삼백초를 약초용으로 대량 재배하고 있다.
삼백초의 근경(根莖)은 흰색이고, 진흙 속을 옆으로 뻗어간다. 키는 50~100cm 정도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길이 5~15cm, 너비 3~8mm로서 긴 난상 타원형이고, 5~7개의 맥이 있다. 잎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밑부분은 심장상 이저(耳底)이다. 잎 표면은 연한 녹색이고, 뒷면은 연한 백색이지만 윗부분의 잎 2~3장은 표면이 흰색이다. 엽병(葉柄)은 길이 1~5cm로서 밑부분이 다소 넓어져서 원줄기를 안는다.
꽃은 양성화(兩性花)로서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이삭꽃차례(穗狀花序)는 잎과 마주나기하며, 길이 10~15cm로서 꼬불꼬불한 털이 있고, 밑으로 처지다가 곧추선다. 작은포는 난상 원형이며, 지름 1.5mm 정도이다. 꽃자루는 길이 2~3mm이며 꽃잎은 없다. 수술은 6~7개이고, 심피(心皮)는 3~5개로서 털이 없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둥글고 각 실에 대개 1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삼백초는 잎이 흰색으로 변하는 등 특이하고, 도마뱀의 꼬리처럼 생긴 흰색 꽃 등이 관상가치가 있어서 습기가 많은 수변공원(水邊公園)이나 정원에 심는다. 식물체의 성질이 강건하므로 지피식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 화분 재배도 가능하다.
삼백초의 새싹과 잎은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해서 튀김, 말린 차로 먹기도 한다. 새싹은 으깨질 때까지 데쳐서 무침을 해서 먹는다. 뿌리는 살짝 데쳐서 조림으로 먹는다.(우리 주변 식물 생태도감) 암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기능이 있어 항암에도 좋다. 발효액이나 효소로 담가서 먹기도 하고, 술로 담가 먹기도 한다.(다음백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삼백초에 대해 '전초(全草)를 삼백초(三白草), 뿌리를 삼백초근(三白草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삼백초는 청리습열(淸利濕熱), 해독(解毒)의 효능이 있어 부종(浮腫), 각기(脚氣), 황달(黃疸), 임탁(淋濁), 대하(帶下), 옹종(癰腫), 정독(疔毒) 등을 치료한다. 삼백초근은 청열이수(淸熱利水), 제습(除濕), 해독의 효능이 있어 각기경종(脚氣脛腫), 임탁, 대하, 옹종, 개선(疥癬)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서는 삼백초에 대해 '탕벤차오(唐本草)'를 인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본초명 삼백초의 이명에는 수목통(水木通), 오로백(五路白), 삼점백(三點白) 등이 있다. 삼백초는 본초학에서 이수삼습약(利水滲濕藥) 가운데 이뇨통림약(利尿通淋藥)에 속한다. 청열이수, 해독소종(解毒消腫), 거담(祛痰)의 효능이 있어 수종(水腫), 각기, 황달, 임탁, 대하, 옹종, 정독 등을 치료한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삼백초는..... 그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면서도 매워 청열해독약으로서 이뇨작용을 통해 부종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요로감염, 신염수종, 황달, 각기, 부녀의 과도한 백대하의 치료에 많이 쓴다. 외용하면 정창, 옹종, 피부습진, 독사에 물린 상처 등을 치료할 수 있다(三白草..... 其性寒, 味辛, 甘, 為清熱解毒藥, 有利尿消腫的功效. 多用於治療尿路感染, 腎炎水腫, 黃疸, 腳氣, 婦女白帶過多. 外用可治療疔瘡癰腫, 皮膚濕疹, 毒蛇咬傷.....'고 나와 있다.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삼백초에 대해 '청열해독, 이뇨소종한다. 소변불리, 임력삽통, 백대, 요로감염, 신염수종에 쓴다. 외용하면 창양종독, 습진을 치료한다.(清热解毒, 利尿消肿. 用于小便不利, 淋沥涩痛, 白带, 尿路感染, 肾炎水肿. 外治疮疡肿毒,湿疹.)'고 나와 있다.
삼백초의 유사종에는 양삼백초(洋三白草, 도마뱀꼬리, lizard's-tail)가 있다. 양삼백초(Saururus cernuus)는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이다. 북아메리카 동부 지방의 습지에 분포한다. 기는줄기를 갖고 있으며, 곧게 선 가지는 60~150cm 정도 자란다. 잎자루가 길고, 심장 모양의 잎이 달린다. 흰색의 작은 꽃은 도마뱀 꼬리처럼 끝이 처진 이삭꽃차례를 이룬다.
2022. 11. 1. 林 山.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꿀풀 '추억(追憶)' (2) | 2022.11.08 |
---|---|
조선흑삼릉(朝鮮黑三稜) (0) | 2022.11.02 |
꽃창포 '우아한 마음, 좋은 소식' (0) | 2022.10.29 |
별수국 (0) | 2022.10.27 |
용머리/흰용머리 '승천(昇天)' (1) | 2022.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