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꿀풀 '추억(追憶)'

林 山 2022. 11. 8. 17:16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꿀풀에 대한 추억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초여름 산으로 들로 다니다가 꿀풀 통꽃을 뽑아서 그 끝을 빨면 달콤한 꿀이 쏘옥 빨려나온다. 꿀풀이라는 이름도 '꽃에 꿀이 많은 풀'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19세기에는 꿀풀을 꿀꽃이라고 했다. 꿀풀은 꽃에 꿀이 많다 보니 벌과 나비들이 많이 찾는다. 

 

꿀풀은 여름에 꽃이 지면 갈색으로 변하여 언뜻 시든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꿀풀을 하고초(夏枯草) 또는 유월건(六月乾)이라고 한다. 꽃이삭이 보리의 이삭을 닮았다고 해서 맥수하고초(麥穗夏枯草)라고도 한다. 본초학(本草學)에서 꿀풀의 꽃이삭(花穗) 또는 열매 이삭(果穗) 말린 것을 하고초라고 하며 한약재로 쓴다. 이처럼 꿀풀은 벌과 나비 같은 곤충들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이로운 식물이다.    

 

꿀풀(단양 옥순봉, 2006. 6. 4)

꿀풀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꿀풀속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이다. 고려 때는 꿀풀을 이두향명(吏讀鄕名)으로 연밀(燕蜜), 조선시대에는 져비꿀이라고 했다. 꿀풀을 가지골나물, 꿀방망이, 붉은꿀풀, 하고두, 붉은꿀, 풀꿀방망이, 가지래기꽃, 가지가래꽃, 하고초(夏枯草), 서주하고초(徐州夏枯草), 동풍(東風)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꽃방망이, 분홍꿀풀, 하고초라고 한다. 꽃말은 '추억(追憶)'이다.

 

꿀풀의 학명은 프루넬라 불가리스 바. 릴라키나 나카이(Prunella vulgaris var. lilacina Nakai)이다. 속명 '프루넬라(Prunella)'는 '편도선염'의 뜻을 가진 독일어 '브뢰네(Bräune)'에서 유래했다. 브뢰네(Bräune)에서 브루넬라(brunella)로 음운변화가 일어났는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가 프루넬라(Prunella)로 잘못 표기한 것이 속명이 되었다. '브루넬라(brunella)'는 '편도선 농양 치료'를 뜻한다. 편도선염 치료에 꿀풀을 이용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꿀풀(하남 검단산, 2013. 6. 9)

종소명 '불가리스(vulgaris)'는 '보통, 흔히 알려진'이란 뜻의 라틴어이다. '어디에나 있다'는 뜻으로 유럽, 북아프리카, 호주, 북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볼 수 있는 데서 유래했다. 어원은 '다수(the multitude), 대량(the masses)의 뜻을 가진 라틴어 '불구스(vulgus)'에 형용사형 접미사 '-아리스(-āris)가 붙어서 된 말이다.

 

'바(var.)'는 '변종(variant, 베리언트)'의 약자이다. 변종명 '릴라키나(lilacina)'는 '라일락 색의(lilac-coloured)'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릴라키누스(lilacinus)'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조선반도)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꿀풀의 영어명이 셀프 힐(self-heal)로 되어 있다. '셀프 힐(self-heal)'은 '약성(藥性)이 있는 식물, 약초(藥草)'라는 뜻이다. 서양에서도 꿀풀의 약효(藥效)를 오래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본 자료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영어명이 에이션 셀프-힐(Asian self-heal)로 나와 있다. '아시아에 자생하는 꿀풀'이라는 뜻이다.

 

꿀풀(남양주 천마산, 2006. 6. 11)

꿀풀의 일어명은 우츠보구사(ウツボグサ, 空穂草, 靫草)이다. '우츠보(靫·空穂)'는 '전통(箭筒, 허리에 차는 화살 통)', '구사(草)'는 '풀'이다. 원통형 화수 모양 또는 화수에 붙는 잔꽃 모양이 무사가 화살을 넣어 등에 짊어진 전통을 닮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우츠보구사(靫草)의 중국 식물명은 니혼카고소(にほんかごそう, 日本夏枯草), 일본 본초명은 가코소(カコソウ, 夏枯草)이다. 아부라구사(アブラグサ, 油草), 가고구사(カゴグサ, 籠草), 가고소(カゴソウ, 夏枯草), 구스리구사(クスリグサ, 薬草), 지뵤오구사(ジビョウグサ, 持病草), 지도메구사(チドメグサ, 血止め草) 등은 약효와 관련된 이명이다. 이구라시(ヒグラシ)라는 이명도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가고소(カゴソウ, 青森県, 岩手県, 秋田県, 神奈川県, 和歌山県, 兵庫県, 岡山県, 山口県), 고무소쿠사(コムソクサ, 広島県, 宮崎県, 鹿児島県), 미코노스즈(ミコノスズ, 京都府), 헤비노마쿠라(ヘビノマクラ, 長野県)라고도 한다. 

 

꿀풀의 중국명은 샤쿠차오(夏枯草)이다. 이명에는 마이수이샤쿠차오(麦穗夏枯草), 티에셴샤쿠차오(铁线夏枯草, 云南), 티에쓰차오(铁色草, 本草纲目), 나이동(乃东, 本草纲目), 옌미엔(燕面, 本草纲目), 빠이화차오(白花草), 류위에깐(六月干), 따터우화(大头花), 빵추이차오(棒槌草), 샨보차이(山菠菜) 등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Prunella vulgaris L. subsp. asiatica (Nakai) H.Hara'가 꿀풀의 정명, 'Prunella vulgaris L. var. lilacina Nakai'는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추천 영어명은 라일락 셀프-힐(Lilac self-heal)이다. '라일락 꽃 색의 꿀풀'이라는 뜻이다.

 

꿀풀(충주 금봉산, 2006. 6. 18)

꿀풀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등 아시아다. 타이완,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네팔, 부탄, 북아프리카, 유럽, 러시아의 시베리아, 북아메리카 등지에도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에서 자란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지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칭하이(青海), 신쟝(新疆), 네이멍구(內蒙古), 허베이(河北), 헤이롱쟝(黑龍江),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샨시(山西), 샨동(山東), 쟝쑤(江蘇), 저쟝(浙江), 안후이(安徽), 쟝시(江西) 등지에서 자란다. 

 

꿀풀은 잔뿌리가 사방으로 많이 뻗는다. 키는 20~30cm 정도이다. 줄기는 모여나고 네모지며, 가지가 갈라진다. 전체에 짧은 흰색의 털이 있다. 꽃이 지면 원줄기에서 포복하는 가지가 나와 옆으로 뻗어 새로운 개체를 만든다. 마주나기하는 잎은 긴 타원상 피침형이고, 둔두(鈍頭)에 원저(圓底) 또는 예저(銳底)이다. 잎 길이는 2~5cm로서 거치(鋸齒, 톱니)가 있거나 없다. 엽병(葉柄, 잎자루)은 길이 1~3cm 정도이지만 윗부분에는 없다.

 

꽃은 5~7월에 적자색의 양순형(兩脣形)으로 피고, 길이는 1.5~2cm정도이다. 이삭꽃차례는 길이 3~8cm로서 꽃이 조밀하게 밀착하여 핀다. 포(苞)는 편심형(偏心形)이고, 가장자리에 연모(軟毛)가 있으며, 각각 3개의 꽃이 달린다. 꽃받침은 길이 7~10mm로서 뾰족하게 5개로 갈라지며 겉에 잔털이 있다. 하순(下脣)은 다시 3개로 갈라지고, 중앙 열편에 거치가 있다. 열매는 분과(分果)이다. 분과는 길이 1.6mm 정도로 황갈색이며, 7~8월에 성숙한다. 

 

흰꿀풀(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꿀풀은 꽃이 특이해서 화단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봄에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거나 잎을 데쳐서 된장이나 간장에 무쳐 먹는다. 싱싱한 꽃은 샐러드, 볶음 , 튀김으로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봄에 어린순, 여름 이후에는 꽃잎을 채취하여 살짝 데쳐 물에 담가 초무침이나 무침 등을 한다. 또, 어린순과 꽃잎은 날것으로 튀김을 한다. 허브 티로도 이용한다. 꿀풀은 염료 식물로 이용할 수 있다. 꿀풀과의 식물은 대부분 독특한 향을 내는 식물로서 좋은 염료 식물이기도 한다. 

 

국생정에는 하고초에 대해 '꿀풀과 두메꿀풀, 흰꿀풀의 꽃이삭(果穗)을 하고초(夏枯草), 전초(全草)를 증류(蒸溜)한 빙향수(芳香水)를 하고초로(夏枯草露)라 하며 약용한다. 하고초는 청간(淸肝), 소종산결(消腫散結), 이뇨(利尿), 혈압강하(血壓降下)의 효능이 있다. 나력(瘰癧결핵성의 경부 림프샘염, scrofula), 영류(癭瘤, 목에 생긴 종양의 일종), 급성유선염(急性乳腺炎), 유암(乳癌, 유방의 젖샘에 생기는 암), 목주야통(目珠夜痛, 안구 질환으로 밤에 아픈 증상), 수명유루(羞明流淚, 눈이 부셔서 빛을 꺼리고, 빛을 보면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고 눈물이 흐르는 증상), 두목현훈(頭目眩暈, 현기증), 구안와사(口眼斜), 근골동통(筋骨疼痛), 폐결핵(肺結核), 급성 황달형 전염성 간염, 혈붕(血崩), 대하(帶下)를 치료한다. 하고초로는 나력, 서루(鼠瘻, 귀나 목 등에 멍울이 생겨 곪고 고름이 나는 병, 부스럼), 목통(目痛), 수명(羞明, 눈부심)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꿀풀(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한의학(韓醫學)에서 하고초는 꿀풀(Prunella vulgaris var. lilacina Nakai)의 열매이삭을 건조한 것이다. 하고초의 이명에는 석구(夕句), 내동(乃東), 맥수하고초(麥穗夏枯草), 유월건(六月乾) 등이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本草學) 교과서에서 하고초는 청열약(淸熱藥) 가운데 청열사화약(淸熱瀉火藥)으로 분류되어 있다. 청간(淸肝), 산결(散結)의 효능이 있어 나력, 영류, 유암, 목주야통, 수명유루, 두목현훈, 구안와사, 근골동통, 폐결핵, 급성 황달형 전염성 간염, 혈붕, 대하 등을 치료한다.  

 

동의보감에는 하고초(夏枯草, 꿀풀)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 맵고[苦辛] 독이 없다. 추웠다 열이 났다 하는 나력, 서루와 머리에 헌데가 난 것을 낫게 하며 징가(癥瘕)와 영류를 삭이고 기가 몰린 것[結]을 헤치고 눈 아픈 것[目疼]을 낫게 한다. ○ 곳곳에서 난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봄에 흰 꽃이 피는데 음력 5월에 가면 마른다[枯]. 4월에 채취한다[본초]. ○ 『예기』 월령(月令)에 미초(靡草) 죽은 것이 가을 기운을 받아서 살아나고 여름에 화(火)가 왕성한 시절에 가서 죽는다고 하였다. 음력 4월에 채취하여 그늘에서 말린다[입문]. ○ 이 풀은 본래 순수 양의 기운[純陽之氣]을 받은 것이므로 음기(陰氣)를 만나면 말라든다. 궐음(厥陰)의 혈맥(血脈)을 보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 아픈 것을 신기하게 고치는데 이것은 양으로 음병(陰病)을 낫게 하는 이치이다[강목].'고 나와 있다. 

 

중국어판 위키백과에서는 하고초에 대해 '잇몸 출혈(牙龈出血), 인후통, 치질, 월경과다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살균, 수렴, 상처 치유 촉진,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꽃 이삭은 간과 담낭을 활성화하여 간 기능 장애로 인한 정신적 긴장, 결막염 등을 치료할 수 있으며, 수렴 효과가 있다. 열매 이삭은 산결, 소종, 청화(淸火), 명목(明目, 시력 개선) 효과가 있다. 구안와사, 목주야통, 목적종통(目赤肿痛), 두통, 현기증, 유옹종통(乳痈肿痛),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 하고초는 또한 광동 허브차(凉茶)인 '샤상쥐(夏桑菊)', '왕라오지량차(王老吉凉茶)'의 주요 원료 중 하나다.(可治牙龈出血, 咽喉疼痛, 痔疮及月经过多等, 及有杀菌, 收敛, 促进伤口愈合及降血压的作用. 花穗能激活肝, 胆以治疗由肝功能失调所引起的精神紧张及结膜炎等, 及具收敛作用. 果穗具有散结, 消肿, 清火, 明目的功效, 可治口眼歪斜, 目珠夜痛, 目赤肿痛, 头痛晕眩, 乳痈肿痛及高血压等. 夏枯草亦为广东凉茶夏桑菊, 王老吉凉茶的主要原料之一.)'라고 나와 있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꿀풀을 인후통, 소화불량, 황달병의 치료에 사용했다. 중국 장쑤성 민간요법에서는 꿀풀을 소변불리(小便不利), 고혈압, 임질(淋疾, Gonorrhea), 나력 등의 치료에 쓴다. 일본 민간요법에서는 신염(腎炎), 방광염(膀胱炎), 각기(脚気) 등으로 부종이 있을 때 하고초를 달여서 복용하면 소변이 잘 나오면서 증상이 완화되고, 구내염이나 인후통, 편도염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꿀풀(삼척 새천년해안도로, 2007. 7. 8)

꿀풀의 유사종에는 흰꿀풀, 붉은꿀풀, 두메꿀풀(Alpine self-heal) 등이 있다. 흰꿀풀(Prunella vulgaris f. albiflora Nakai)은 흰색 꽃이 피는 꿀풀이다. 붉은꿀풀(Prunella vulgaris L. for lilacina)은 붉은색 꽃이 피는 꿀풀이다. 두메꿀풀(Prunella vulgaris var. aleutica Fernald)은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원줄기가 밑에서부터 곧게 서고, 기는줄기가 없으며, 짧은 새순이 원줄기 밑에 달린다. 전체가 가늘고 연약하다. 화관은 1.3cm 정도로 작다.

 

2022. 11. 8.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