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참조팝나무 '단정한 사랑'

林 山 2022. 11. 15. 22:34

흰색 바탕에 연분홍색으로 살짝 물든 참조팝나무 꽃을 볼 때마다 참 우아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라는 느낌이 들곤 한다. 조팝나무 앞에 '참'이라는 접두사를 그냥 붙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나물, 참취, 참나리, 참당귀, 참마, 참죽나무, 참꽃나무, 참싸리처럼 옛사람들은 품질이 좋아서 쓸모가 있는 식물에는 이름 앞에 '참' 자를 붙이고,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고 쓸모가 좀 덜한 식물에는 이름 앞에 '개' 자를 붙여 구분했다. 

 

야생화 애호가들에게도 참조팝나무와 좀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의 구별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식물분류학자들은 이 세 가지 조팝나무가 같은 종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일본식물지(Flora of Japon 2b, 2001)에서는 참조팝나무를 일본조팝나무(下野, Spiraea japonica var. japonica)와 동일한 분류군으로 인식하고 있다.(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 정보) 조민제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공동 편저자는 '참조팝나무와 좀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를 구별하는 실익이 높지 않다.'고까지 말한다. 

 

참조팝나무(하남 검단산, 2013. 6. 9)

참조팝나무는 장미목 장미과 조팝나무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학명은 스파이리어 프리치아나 C.K.슈나이더(Spiraea fritschiana C.K.Schneid.)이다. 속명 '스파이리어(Spiraea)'는 '화환(wreath)'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스페이라(speira)'에서 유래한 현대 라틴어다. 대부분의 조팝나무속 관목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꽃송이와 관련된 이름이다. 

 

종소명 '프리치아나(fritschiana)'는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카를 프리치(Karl Fritsch, 1864~1934)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프리치는 그라츠 대학교에서 조직 식물학 교수로 재직히면서 식물 연구소를 세웠다. '-iana'는 분류학자를 기념할 때 붙이는 접미사이다.  

 

'C.K.슈나이더(C.K.Schneid.)'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조경가인 카밀로 카를 슈나이더(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이다. 슈나이더는 작센 왕국의 그뢰펜도르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자이츠, 드레스덴, 베를린, 그라이프스발트에서 정원사로 일했다.

 

참조팝나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참조팝나무의 영어명은 코리언 스파이리어(Korean spirea) 또는 프리치 스파이리어(Fritsch Spiraea)이다. 일어명은 죠센시모츠케(チョウセンシモツケ, 朝鮮下野)이다. '죠센(朝鮮)'은 '한강토(조선반도)', '시모츠케(下野)'는 '일본 간토(関東) 지방 북부에 있는 도치기현(栃木県)'의 옛이름이다. 중국명은 화베이슈셴쥐(华北绣线菊)이다. '화베이(华北)'는 '중국의 북부인 허베이(河北), 샨시(山西), 베이징시(北京市), 톈진시(天津市) 일대', '슈셴쥐(绣线菊)'는 '조팝나무속 식물'이다. 이명에는 류예슈셴쥐(柳叶绣线菊), 푸싀슈셴쥐(弗氏绣线菊), 화예슈셴쥐(桦叶绣线菊), 따예싀방즈(大叶石棒子), 헤이라오포화(黑老婆花), 마황샤오(蚂蝗梢), 쿠차(苦茶), 화차이(花柴) 등이 있다. 참조팝나무의 이명에는 고려조팝나무, 둥근잎참조팝나무, 물조팝나무, 바위좀조팝나무, 애기바위조팝나무, 왕조팝나무, 좀조팝나무 등이 있다.(국가표준식물목록) 북한에서는 큰열매참조팝나무라고도 한다. 꽃말은 '단정한 사랑, 노력'이다. 

 

'미카와의 식물관찰(三河の植物観察)'에는 참조팝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고 나와 있다. 한강토와 중국에 분포한다. 중국에서는 허난(河南), 샨시(陕西), 샨동(山东), 쟝쑤(江苏), 저쟝(浙江) 등지에 자란다. 한강토에서는 평안남북도, 강원도,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 분포한다. 함경남북도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참조팝나무(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참조팝나무의 키는 1.5m까지 자란다. 가지에는 능각(稜角)이 있고 털이 없으며 자갈색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연한 털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긴 타원형에 첨두, 예저이다. 잎 길이는 3~8cm, 너비는 3~4cm이다. 중앙 이하에는 단거치 또는 겹톱니가 있다. 잎 양면에는 털이 없다. 잎자루는 길이가 5~10mm이고, 털이 없다.

 

꽃은 5 ~ 6월경에 흰색으로 피는데, 중앙부는 연한 홍색이다. 새 가지 끝에 달리는 겹편평꽃차례는 지름이 7~8(10)cm이고, 꽃 지름은 7~9mm이다. 꽃받침 조각은 뒤로 젖혀진다. 꽃잎은 둥글고, 지름은 3mm이다. 수술이 꽃잎보다 2배 길다. 열매는 골돌과(蓇葖果)이다. 골돌과는 지름 3mm, 복봉선(腹縫線)에만 털이 있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참조팝나무는 꽃이 아름다워서 공원이나 정원의 경계용으로 심는다. 화분에 모아 심어 분재로도 이용할 수 있다. 가뭄에 잘 견디고, 여러 가지 환경조건에 적응력이 뛰어나므로 산사태가 난 곳이나 사방지에 적합하다. 겨울철에 마른 꽃대를 꽃꽂이 소재로 사용해도 좋다.

 

참조팝나무(가평 화악산, 2015. 6. 21)

참조팝나무의 유사종에는 조팝나무(Bridal wreath, 鷄尿草, 鴨尿草, 木常山), 인가목조팝나무(Elm-leaf spiraea), 털인가목조팝나무, 산조팝나무(Montane spirea), 긴잎산조팝나무(Long-leaf mountain spirea), 아구장나무(Soft hairy spiraea, ウスゲシモツケ, 아구장조팝나무), 설악아구장나무, 만첩조팝나무, 일본조팝나무, 초평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Oriental spirea), 털긴잎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Willow-leaf spirea, 진주화, 수선국), 떡조팝나무(Thick-leaf summer spirea, 떡잎조팝나무), 둥근잎조팝나무(White spirea), 갈기조팝나무(Korean meadow spirea), 덤불조팝나무(森繡線菊), 가는잎조팝나무, 당조팝나무(Chinese spirea, とうしもつけ), 공조팝나무 등이 있다. 

 

조팝나무(Spiraea prunifolia f. simpliciflora Nakai)는 함경남북도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한다. 키는 1.5~2m이다. 흰색 꽃이 촘촘한 우산살 모양으로 무리져 핀다. 인가목조팝나무(Spiraea chamaedryfolia L.)는 함경남북도~강원도, 경상북도, 울릉도, 북부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양성꽃이고 흰색이다. 털인가목조팝나무(Spiraea chamaedryfolia var. pilosa Hara)는 경남 가야산에 자란다. 일년생 가지, 엽병에 잔털이 있다. 잎의 표면 특히 맥 위와 꽃차례에 잔털이 있다. 열매의 복면에도 털이 많다. 산조팝나무(Spiraea blumei G.Don)는 황해도, 강원도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울릉도에도 있다. 흰색 꽃이 산형상 편평꽃차례로 핀다. 꽃잎은 둥글고, 길이보다 너비가 넓다. 긴잎산조팝나무(Spiraea pseudocrenata Nakai)는 한국의 북부 지방에 분포한다. 잎이 긴 타원형이다. 산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길고 열매의 복면에 잔털이 산생하는 것이 다르다. 아구장나무(Spiraea pubescens Turcz.)는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경상북도까지 분포한다. 흰색 양성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설악아구장나무(Spiraea pubescens var. lasiocarpa Nakai)는 열매의 뒷면에 오랫동안 긴 털이 남아 있고 과서(果序)에 털이 없다. 

 

참조팝나무(인제 대암산, 2006. 7. 9)

만첩조팝나무(Spiraea prunifolia Siebold & Zucc.)는 겹꽃이 우산모양꽃차례로 달린다. 일본조팝나무(Spiraea japonica L.f.)는 일본이 원산지다. 연한 분홍색 꽃이 가지끝의 편평꽃차례에 모여 달린다. 초평조팝나무(Spiraea pubescens f. leiocarps (Nakai) Kitag.)는 중부 이북의 표고 100~1,500m 사이에서 자생한다. 잎에 털이 적고 씨방에 털이 없다. 긴잎조팝나무(Spiraea media Schmidt)는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 잎이 긴 타원형이다. 흰색 꽃이 산형상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털긴잎조팝나무[Spiraea media var. sericea (Turcz.) Regel ex Maxim.]는 잎에 털이 밀생한다. 꼬리조팝나무(Spiraea salicifolia L.)는 함경북도~강원도 남부, 경기도, 황해도 일부에 분포한다. 줄기 끝에서 핑크빛 꼬리 모양의 큰 원뿔모양꽃차례가 발달한다. 꽃대와 작은꽃대에 털이 많다. 꽃잎이 분홍색이다. 떡조팝나무(Spiraea chartacea Nakai)는 충북 단양군, 전남 고흥군, 신안군, 경북 울릉군, 경남 합천군, 제주도에 분포한다. 당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이 두껍고 윤채가 있으며, 뒷면에 털이 밀생하는 것이 다르다. 둥근잎조팝나무(Spiraea betulifolia Pall.)는 잎이 타원형 또는 넓은 타원형이다. 

 

갈기조팝나무(Spiraea trichocarpa Nakai)는 평안남북도,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도, 충청북도, 경상북도에 분포한다. 꽃가지가 마치 말의 갈기처럼 생겼다. 흰색 꽃이 복산방꽃차례로 달린다. 뭉게구름처럼 눈부시게 피어나는 흰꽃은 설화를 연상케 한다. 꽃봉오리가 진주처럼 아름다워 일명 진주화(眞珠花)라고도 한다. 덤불조팝나무(Spiraea miyabei Koidz.)는 강원도 이북의 해발 200~2,200m에서 자란다. 약간 덩굴성이다. 흰색 꽃이 복산방꽃차례로 달린다. 인가목조팝나무와 비슷하지만 복산방꽃차례인 것이 다르다. 가는잎조팝나무(Spiraea thunbergii Siebold ex Blume)는 전국의 표고 100~1,000m에 이르는 산야에 자생한다. 흰색 꽃이 산형으로 달리지만 전체적으로 이삭꽃차례 같다. 꽃이 피었을 때 가지 전체가 꽃방망이처럼 보인다. 당조팝나무(Spiraea chinensis Maxim.)는 경북, 강원, 황해, 함북에 분포한다. 냇가나 강가 따위의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다. 일년생 가지는 갈색으로 짧은 털이 밀생한다. 공조팝나무(Spiraea cantoniensis Lour.)는 잎 양면에 털이 없고 뒷면은 흰빛이 돈다. 꽃차례가 가지에 산방상으로 나열되어 마치 작은 공을 쪼개어 나열한것 같아 공조팝나무라고 한다.

 

2022. 11. 15.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