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울창한 숲 응달진 곳에는 땃두릅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땃두릅을 땅두릅이라고도 하는데, 사실은 조금 다른 식물이다. 땃두릅과 땅두릅을 혼용하는 이유는 '땅'의 옛 이름이 '따'이기 때문이다. 천자문에서도 '하늘 천(天), 따 지(地).....'라고 읽지 않는가! 제주도와 함경도에서는 지금도 '땅'을 '따'라고 한다.
땃두릅의 어린순은 맛과 향이 뛰어난 나물이다. 사각거리는 식감 또한 일품이다. 땃두릅의 뿌리는 한의학에서 독활(獨活)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한약재이다. 한의사들도 임상에서 자주 처방하는 한약재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독활은 사람에게 매우 이로운 식물이다.
독활은 산형화목 두릅나무과 두릅나무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독활의 정명은 아랄리아 코르다타 바. 콘티넨탈리스 (기타가와.) Y.C.추[Aralia cordata var. continentalis (Kitag.) Y.C.Chu], 이명은 아랄리아 콘티넨탈리스 기타가와(Aralia continentalis Kitag.)이다.
속명 '아랄리아(Aralia)'유래는 불명(不明)이다. 종소명 'cordata'는 '심장(heart)'이라는 뜻의 '코르(cor)'와 '마음(mind), 판단(judgment)의 뜻을 가진 '아투스(ātus)'의 합성어 '코르다투스(cordatus)'에서 유래한 라틴어이다. '코르다투스(cordatus)'는 '심장형의(heart-shaped)'라는 뜻이다. 잎의 밑부분이 심장처럼 생긴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바(var.)'는 '변종(variant, 베리언트)'의 약자이다. 변종명 '콘티넨탈리스(continentalis)'는 '대륙의'라는 뜻이다.
'기타가와(Kitag.)'는 일본의 식물학자로서 양치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기타가와 마사오(北川政夫, Kitagawa Masao, 1910~1995)이다. 'Y.C.추(Y.C.Chu)'는 중국 식물학자로 '동베이약용식물(東北薬用植物)'의 저자 주여우창(朱有昌, Zhu, You Chang, 1924~)이다.
독활의 영어명은 만추리안 앤젤리커(Manchurian angelica)이다. '만추리안(Manchurian)'은 '만주의', '앤젤리커(angelica)'는 '천사'의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안젤로스(angelos)'에서 유래했으며, '죽은 사람을 소생시키는 식물', '천사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유용한 식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아메리카산 땃두릅은 스파이크나드(spikenard)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우도(ウド, 独活)가 Aralia cordata Thunb., 만센우도(マンセンウド)는 Aralia continentalis Kitag.로 등재되어 있다. '아토미군뽀후(跡見群芳譜, 樹木譜 タラノキ)'는 '중궈벤차오투루(中国本草図録)'를 인용해서 우도(ウド, 独活)의 중국명이 두훠(獨活), 투당구이(土當歸), 신예쥬옌두훠(心葉九眼獨活), 싀용투당구이(食用土當歸)라고 했다. 또, 만센우도(マンセンウド)의 중국명은 동베이투당구이(東北土當歸), 창바이총무(長白楤木)라고 했다.
일어판 위키 백과에는 우도(ウド)의 유래에 대해 '잎이 자라면 가운데가 빈다고 해서 우도로(宇登呂, うどろ)라고 불렀는데, 그것이 줄어서 우도(うど)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자로는 '독활(独活)'이라고 쓰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영어명은 일본명 그대로 'udo(우도)'로 불리고 있다. 중국 식물명은 투당구이(土堂貴)라고 한다. 이명에는 야마우도(ヤマウド, 山独活), 게우도(ケウド), 혼우도(ホンウド), 쓰치타라(ツチタラ, 独活, ウドの古名) 등이 있다. 식용 야생종을 야마우도(山牛島)라고 부르는데, 재배종과 같은 식물이다.'라고 나와 있다.
중국어판 'A+의학백과(医学百科)'에는 Aralia continentalis Kitag.의 정명이 창바이총무(长白楤木), 이명으로 동베이투당구이(东北土当归), 뉴웨이따훠(牛尾大活), 샹지에커(香秸颗) 등이 올라 있다. 중국어판 위키백과에는 Aralia cordata Thunb.의 정명이 쥬옌두훠(九眼独活), 이명으로 투당구이(土当归, 中国药用植物志, 中国高等植物图鉴), 싀용총무(食用楤木, 经济植物手册) 등이 등재되어 있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에는 쥬옌두훠(九眼独活)의 이명으로 두훠(独活), 수이빠이즈(水白芷), 신예따옌두훠(心叶大眼独活), 수이두훠(水独活), 촨당구이(川当归) 등이 올라 있다.
중국에서 두훠(独活)는 Angelicae Pubescentis Radix이다. 중약명(中药名) 두훠(独活)는 종치마오당구이(重齒毛當歸, Angelica pubescens Maxim. f. biserrata Shan et Yuan.)의 뿌리를 말린 것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독활의 이명으로 땃두릅과 땅두릅을 함께 등재해 놓았다. 하지만, 땃두릅은 땅두릅의 변종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국표에는 땅두릅의 학명이 Aralia cordata Thunb.로 등재되어 있다. 한글명 추천명은 땅두릅이고, 비추천명은 독활, 땃두릅,토당귀이다. 북한명 추천명은 땅두릅나무, 비추천명은 개두릅나무이다. 영어 추천명은 허블 아랄리아(Herbal aralia), 비추천명은 이스트 에이션 앤젤리커(East Asian angelica), 이스트 에이션 스파이크나드(East Asian spikenard)이다. 종합하면 땅두릅은 일본의 우도(ウド, 独活), 중국의 쥬옌두훠(九眼独活)와 같고, 땃두릅은 일본의 만센우도(マンセンウド), 중국의 창바이총무(长白楤木)와 같다.
독활이란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두 명칭은 호경초(虎驚草),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지두을호읍(地頭乙戶邑)이라고 하였다. 한글로는 둘흡, 듯흡, 들흡 등으로 표기되었다. '선한약물학(鮮漢藥物學)'에서는 묏둘흡, 묏돌흡이라고 하였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땃두릅은 '땅에서 나는 두릅'이라는 뜻이다. 머리 모양의 나무 채소라는 뜻의 '목두채(木頭菜)'에서 '둘훕'이 유래했고, '둘훕'에서 '두릅'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고 한다. '다음백과'에는 독활의 이름 유래에 대해 '단단한 줄기를 가지고 있어 강한 바람에 주변 식물들이 모두 드러누워도 홀로 살아남는다고 해서 홀로 독(獨), 살 활(活)을 합쳐 독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릅은 가시가 달린 나무 줄기 꼭대기에서 딴다. 반면에 지상부가 겨울에 말라죽는 땃두릅은 봄에 싹이 올라올 때 땅에서 채취한다. 생김새도 두릅과 아주 닮았다. 그래서 땃두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땃두릅을 혼자 요동치며 흔들린다고 하여 독요초(獨搖草)라고 하며, 호경초(虎驚草), 멧두릅이라고도 한다. 땃두릅의 본초명은 독요초(獨搖草), 독활(獨活), 총목(憁木), 호왕사자(胡王使者)이다. 북한명은 뫼두릅나무이다. 꽃말은 '애절, 희생'이다.
독활은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전국에 야생하며, 재배하기도 한다. 울릉도가 주산지이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北海道),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등 전국에서 자란다.
독활의 땅 속 뿌리줄기(根莖)는 괴상(塊狀)으로 굵고 섬유가 많은 육질이다, 키는 1.5m 정도까지 자란다. 2m까지 크는 것도 있다. 꽃을 제외한 전체에 짧은 털이 드문드문 있고, 엉성하게 가지를 친다. 줄기는 속이 비어 있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길이 50cm~1m로서 기수2회우상복엽(奇數二回羽狀複葉)이다. 잎이 어릴 때는 연한 갈색 털이 있다. 소엽(小葉)은 각 날개편에 5~9개씩 있고, 달걀 모양(卵形) 또는 타원형이며, 예두(銳頭)에 원저(圓底) 또는 심장저이다. 소엽의 길이는 5~30cm, 너비는 3~20cm로서 양면에 털이 드문드문 있는데, 특히 맥 위에 많다. 잎 표면은 녹색이며 뒷면은 흰빛이 돈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7~8월에 가지와 원줄기 끝 또는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큰 원뿔 모양 꽃차례(圓錐花序)가 자라며, 총상(總狀)으로 갈라진 가지 끝에 우산 모양 꽃차례가 달린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같은 그루에 생기는 일가화(一家花)로서 흰색 또는 연두색이다. 상부는 양성화(兩性花), 하부는 수꽃이 된다. 꽃 지름은 3mm 정도로서 5수이다. 꽃부리는 소형이고, 꽃잎은 거꿀달걀 모양으로 5개이다. 수술은 5개이고, 씨방은 하위이다. 꽃받침은 술잔 모양이고 5열되며, 열편은 짧고 작으며 삼각형이다. 열매는 장과(漿果)로서 소구형(小球形)이며, 9~10월에 검게 익는다.
땃두릅의 어린순은 데쳐서 초장을 찍어서 먹는다. 초간장으로 장아찌를 담그거나 튀김, 산적(散炙)을 만들기도 한다. 김치를 담가서 먹기도 한다. 국을 끓이거나 무침, 치즈 구이, 볶은 조림 요리에도 쓴다. 어린 싹, 채 피지 않은 어린 잎, 꽃봉오리, 열매, 뿌리 등은 약술의 원료로 쓰인다.
땃두릅의 뿌리 및 뿌리줄기를 본초명 독활(獨活)이라고 한다. 독활은 본초학에서 거풍습약(祛風濕藥) 중 거풍습지비통약(祛風濕止痺藥)으로 분류된다. 중국에서는 중치모당귀(重齒毛當歸), 한강토에서는 구안독활(九眼独活)을 독활로 쓴다. 독활은 거풍제습(祛風除濕), 해표지통(解表止痛)의 효능이 있어 풍한습비(風寒濕痺, 류머티성 관절염), 요슬동통(腰膝疼痛, 요통, 슬관절통), 관절굴신불리(關節屈伸不利), 오한발열(惡寒發熱), 두통신통(頭痛身痛), 지체침중(肢體沈重)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신경통(neuralgia, 神經痛), 중풍(中風) 반신불수(半身不隨, 편마비) 치료에도 쓴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하반신 근골격계(筋骨格系) 질환뿐만 아니라 중풍 반신불수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이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이다. 안면신경마비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처방 이기거풍산(理氣祛風散)에도 독활이 들어간다. 최근 연구에서는 독활이 폐암 세포의 사멸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땃두릅의 유사종에는 두릅나무(Exalted angelica tree, タラノキ), 둥근잎두릅나무, 애기두릅나무, 땅두릅(aralia, 獨活) 등이 있다. 두릅나무[Aralia elata (Miq.) Seem.]는 원줄기는 거의 갈라지지 않고, 센털이 밀생하며 굳센 가시가 많다. 엽축(葉軸)과 소엽에도 가시가 있다. 둥근잎두릅나무[Aralia elata (Miq.) Seem. for. rotundata (Nakai) W. C. Lee]는 두릅나무에 비하여 잎이 작고 둥글며, 엽축의 가시가 크다. 애기두릅나무(Small-leaf Korean angelica)는 두릅나무에 비해 가시가 적고, 잎 뒷면에 회색 또는 황색의 털이 밀생한다. 땅두릅(Aralia cordata Thunb.)의 특징은 국생정에 '꽃을 제외한 전체에 짧은 털이 드문드문 있다.'고 나와 있다. 이런 설명으로는 땃두릅과 땅두릅을 구별할 수 없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 다양성 정보'에서는 '꽃차례가 보다 조밀하고 3회 또는 드물게 4회 갈라지며 꽃자루 길이가 5~6mm인 것을 변종[땃두릅, Aralia cordata var. contidentalis (Kitag.) Y. C. Chu]으로 구분하기도 한다.'고 나와 있다. 위키백과에는 땅두릅(Aralia cordata)과 땃두릅(Aralia continentalis)을 독활 또는 멧두릅이라고 하여 같은 식물로 취급하고 있다.
2022. 12. 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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