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펜스테몬 디지탈리스(Penstemon digitalis) '은혜(恩惠)'

林 山 2022. 12. 13. 17:05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작고 귀여운 흰색의 풀꽃을 만났다. 자생종인 줄 알고 이름표를 보니 펜스테몬 디지탈리스(Penstemon digitalis)라고 쓰여 있었다.  이름만 봐도 귀화식물임을 알 수 있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펜스테몬 디지탈리스는 꿀풀목 질경이과 펜스테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은혜(恩惠)'이다. 네이버 영어사전에는 펜스테몬(penstemon)에 대해 '북미산 현삼과의 초본으로서 대롱 모양의 아름다운 꽃이 핀다.'고 나와 있다. 영문판 위키백과에는 펜스테몬에 대해 '펜스테몬속(penstemon)은 약 250여 종의 꽃 피는 식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그린란드와 북미 대륙의 북부 지방인 신북구(新北區, Nearctic)가 원산지이지만, 신열대구(新熱帶區, Neotropics)의 북미 지역에서도 일부 종이 발견된다. 전에는 현삼과로 분류되었지만, 새로운 유전학 연구에 의해 질경이과로 분류되었다.'고 나와 있다. 네이버 영어사전의 펜스테몬 관련 설명은 수정되어야 한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의 학명은 펜스테몬 디지탈리스 너탤. 엑스 심스(Penstemon digitalis Nutt. ex Sims)이다. 속명 '펜스테몬(Penstemon)'은 '5(five)'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펜타(penta)'와 '실, 가닥(thread)'을 뜻하는 '스테몬(stḗmōn)'의 합성어이다. 칼 린네(Carl Linnaeus)는 켈로네 펜트스테몬(Chelone pentstemon)의 별칭으로 펜스테몬 라이비가투스(Penstemon laevigatus)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 종소명 '디지탈리스(digitalis)'는 '장갑의 손가락'을 뜻하는 '디지투스(digitus)', '손가락'을 뜻하는 라틴어 '디지탈루스(digitalus)'에서 온 말이다. 장갑의 손가락 또는 골무와 비슷한 꽃 모양을 표현한 이름이다. 숫자의 디지털이나 컴퓨터 용어의 디지털과도 어원이 같다. '너탤(Nutt.)'은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동물학자 토머스 너탤(Thomas Nuttall, 1786~1859)이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심스(Sims)'는 영국의 의사이자 식물학자 존 심스(John Sims, 1749~1831)이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의 영어명은 팍스글러브 비어드텅(foxglove beard-tongue, foxglove beardtongue), 테일러스 슬로프 펜스티먼(talus slope penstemon), 와이트 비어드텅(white beardtongue), 비어드텅(beardtongue) 등이 있다. 일본명은  시로츠리가네야나기(シロツリガネヤナギ, 白釣鐘柳)이고, 이명은  펜스테몬 디기탈리스(ペンステモン・ディギタリス)이다.  중국명은 마오띠황땨오쫑류(毛地黄钓钟柳), 이명에는 마오띠황예따오쫑류(毛地黄叶钓钟柳) 등이 있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펜스테몬 디지탈리스의 원산지는 캐나다 동부, 미국 동부에서 남동부에 이르는 지역이다. 북미 서쪽 알래스카에서 중미의 과테말라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한다. 미시시피 강 동쪽에서가장 널리 퍼져 있다.

 

재배되고 있는 종도 많고 자연 교잡이 일어나기 쉬운 종도 있어 다수의 원예 품종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예로부터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다이쇼 시대(大正時代, 1912년 7월 30일~1926년 12월 25일)에 도입된 야나기쵸지(ヤナギチョウジ, 柳丁字, Penstemon barbatus), 쓰리가네야나기(ツリガネヤナギ, 釣鐘柳, Penstemon campanulatus)이다. 최근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펜스테몬 디지탈리스이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 품종은 하스카-레드(ハスカーレッド), 다크 타워(ダーク・タワー), 포카혼타스(ポカホンタス) 등이 있다.

 

펜스테몬 디지탈리스(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펜스테몬 디지탈리스의 뿌리는 짧은 뿌리줄기가 있다. 여러 포기가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키는 90~150cm 정도이다. 식물체 전체에는 털이 없지만 꽃의 바깥쪽에는 털이 있다. 줄기는 1개 또는 그 이상이며, 단단하다. 잎이 처음 나올 때는 로제트를 형성한다. 근생엽(根生葉)은 꽃이 핀 뒤에도 남아 있으며, 타원형에 녹색이다. 잎 길이는 15cm 이하, 너비는 3.8cm 이하이다. 잎 가장자리는 매끈하고 톱니가 없다. 줄기잎은 대생(對生)하고, 근생엽보다 폭이 좁으며, 피침형 또는 장타원형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가 있으며, 표면은 광택이 있다.

 

꽃은 5~10월에 직립하는 원추꽃차례(圓錐花序)에 흰색으로 핀다. 꽃은 통형(筒形), 양순형(兩唇形)으로 길이는 2.5~3.1cm이다. 꽃 안쪽에는 때로 자주색의 잔선이 있다. 윗입술은 2열, 아랫입술은 3열이며, 꽃은 방향이 없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종자는 다수이고, 타원형이며, 회색에 잔구멍이 있고, 불규칙한 뿔이 있다.

 

2022. 12. 13.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