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가는다리장구채 '동자(童子)의 웃음'

林 山 2022. 12. 5. 17:54

배움의 길은 끝이 없나보다. 2022년 6월 19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가는다리장구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물론 장구채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식물이었지만 말이다. 장구채도 친척 엄청나게 많은 식물 가운데 하나다.

장구채는 줄기 끝에 열매가 달린 모습이 장고(杖鼓)를 치는 채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장구의 원래 말이 장고다. 가는다리장구채는 말 그대로 줄기가 장구채에 비해 가늘고 약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는다리장구채(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가는다리장구채는 중심자목(中心子目) 석죽과(石竹科) 끈끈이장구채속(장구채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실레네 제니스엔시스 빌데노브(Silene jenisseensis Willd.)이다. 속명 '실레네(Silene)'는 술의 신 바쿠스(Bacchus)의 뚱뚱한 양부를 가리키는 라틴어 '실레누스(silenus)'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이다. 종소명 '제니스엔시스(jenisseensis)'는 불명(不明)이다. '빌데노브(Willd.)'는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약사, 식물분류학자인 카를 루트비히 빌데노브(Carl Ludwig Willdenow, 1765~1812)이다. 빌데노브는 식물의 지리적 분포를 연구하는 식물지리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가는다리장구채의 영어명은 슬렌더 캐치플라이(Slender catchfly)이다. '슬렌더(slender)'는 '날씬한, 호리호리한, 가느다란', '캐치플라이(catchfly)'는 '끈끈이대나물'이다. 일본명은 아시보소만테마(アシボソマンテマ)이다. '아시보소(脚細)'는 '나도바랭이새', '만테마(マンテマ)'는 '붉은양장구채(Silene gallica var. quinquevulnera)'이다. 가는다리장구채를 짤룩대나물, 짤룩장구채라고도 한다. 꽃말은 '동자(童子)의 웃음'이다.

가는다리장구채의 중국명은 샨마자차오(山蚂蚱草) 또는 샨마자(山螞蚱)이다. '샨(山)'은 '산', '마자(蚂蚱)'는 '메뚜기', '차오(草)'는 '풀'이다. 이명에는 한마이핑차오(旱麦瓶草), 예니사이잉즈차오(叶尼塞蝇子草), 샨인차이후(山銀柴胡), 황차이후(黄柴胡), 티에차이후(鐵柴胡), 샨차이근(山菜根), 황인후(黄银胡), 마이핑차오(麦瓶草), 티에인차이후(铁银柴胡), 샨마자차이(山蚂蚱菜), 한슈핑차오(旱数瓶草), 인차이후(银柴胡), 한잉즈차오(旱蝇子草) 등이 있다.(中国植物志)

가는다리장구채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중국, 몽골, 러시아 극동 지방 및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강원도 속초시, 양양군, 인제군, 평창군 등지에 자란다. 강원도 고산 지역에 10곳 미만의 자생지가 있으며, 개체수는 매우 적다. 중국에서는 랴오닝(辽宁), 샨시(山西), 네이멍구(内蒙古), 허베이(河北), 헤이롱쟝(黑龙江), 지린(吉林) 등지의 해발 250~1,000m의 지대에서 자란다.

가는다리장구채의 키는 25cm 정도까지 자란다. 연약한 줄기는 여러 대이고, 가지가 없으며, 털이 없거나 밑이 짧은 털로 덮인다. 근생엽(根生葉)은 모여나기한다. 원줄기 잎은 마주나기하며, 선형(線形) 또는 선상 피침형(線狀披針形)이다. 잎 길이는 7~13cm, 너비는 2~7mm이다. 잎 양끝은 좁고 밑부분이 좁아져서 엽병(葉柄)처럼 된다. 잎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차 작아져서 포(苞)와 연결되고 털이 없거나 깔깔하다.

꽃은 7~8월에 황색으로 핀다.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와 끝에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1~2cm이다. 포는 밑부분이 넓어져서 막질로 되며, 가장자리에 잔털이 있다. 꽃받침은 원통형이고, 길이 1cm 정도로서 털이 없으며, 10맥이 있고, 끝에 5개로 갈라진다. 꽃잎은 5개이고, 끝이 2개로 갈라지며, 판연(瓣緣) 길이는 5mm 정도이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3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타원형으로 익으면 끝이 6개로 갈라지고, 겉에 꽃받침이 남아 있다. 종자는 9월에 성숙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가는다리장구채에 대하여 '근(根)을 은시호(銀柴胡)라 하며 약용한다. 청열양혈(淸熱凉血)의 효능이 있다. 허로기열(虛勞肌熱, 심신이 허약하고 피로하며, 살에서 열이 나는 증상), 골증(骨蒸, 뼈가 저릿저릿하고 지지는 것처럼 괴로운 병), 노학(勞瘧, 이틀거리), 수심작열(手心灼熱, 손바닥 중심이 타는 듯이 뜨거운 증상), 도한(盜汗), 소아오감(小兒五疳, 어린이가 위장이 나빠져서 몸이 야위고 배가 불러지는 병, 소아 영양장애), 이수(羸瘦, 여위고 쇠약한 증상)를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Stellaria dichotoma L. var. lanceolata Bge.의 뿌리를 정품 은시호로 사용한다. 본초학 교과서에 은시호는 '청허열(淸虛熱), 제감열(除疳熱)의 효능이 있다. 주로 음허발열(陰虛發熱), 골증노열(骨蒸勞熱), 소아감적발열(小兒疳積發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샨마자차오(山蚂蚱草)에 대해 '산은시호라고도 한다. 음허조열, 구학, 소아감열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称山银柴胡, 治阴虚潮热, 久疟, 小儿疳热等症.)'고 나와 있다. '네이멍구식물약지(内蒙古植物药志)'에는 샨마자차오에 대해 '중국 본초학에서는 청열양혈, 제골증하는 효능이 있어 음허혈열, 허로골증, 음허구학, 소아감열, 도한, 이수 등을 치료한다. 몽골 본초학에서는 개규, 청폐의 효능이 있어 폐열, 이롱, 비색증, 비건, 비식육 등을 치료한다.(中藥清热凉血, 除骨蒸, 治阴虚血热, 虚劳骨蒸, 阴虚久疟, 小儿疳热, 盗汗, 羸瘦. 蒙药 开窍, 清肺. 治肺热, 耳聋, 鼻塞症, 鼻干, 鼻息肉.)'고 나와 있다.

가는다리장구채(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가는다리장구채의 유사종에는 장구채(女婁菜, 堅梗女婁菜), 애기장구채(Meadow catchfly), 털장구채, 층층장구채, 오랑캐장구채(Creeping catchfly, 흰대나물, 가지대나물), 분홍장구채(Pink catchfly), 가는장구채(Seoul catchfly), 갯장구채(Seashore catchfly), 흰갯장구채, 흰장구채, 말냉이장구채(Night-flowering catchfly), 울릉장구채(울릉대나물, Ulleung catchfly), 호산장구채, 명천장구채(Myeongcheon catchfly), 한라장구채, 끈끈이대나물(Catchfly) 등이 있다.

장구채(Silene firma Siebold & Zucc.)는 키가 30~80cm 정도이다. 줄기는 녹색 또는 자줏빛을 띠는 녹색, 마디 부분은 검은 자줏빛이다. 잎은 긴 타원형, 난상 넓은 피침형이다. 꽃은 7월에 흰색으로 핀다. 종자를 본초명 왕불류행(王不留行)이라 한다. 중국명은 지엔껑뉘러우차이(堅梗女婁菜)다. 애기장구채(Silene aprica Turcz. ex Fisch. & C.A.Mey.)는 키가 25~50cm 정도이다. 줄기는 잿빛의 털이 덮여 있다. 꽃은 5~6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으로 핀다. 털장구채[Silene firma Siebold & Zucc. f. pubescens (Makino) Ohwi & H.Ohashi]는 경기, 경남, 평안, 황해 등지에 분포한다. 장구채와 닮았으나 식물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있다. 층층장구채(Silene macrostyla Maxim.)는 북부의 산지에 분포한다. 키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피침형, 피침상 선형이다. 잎겨드랑이에 잎이 밀생한 짧은 가지가 나온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오랑캐장구채(Silene repens Patrin)는 중부 이북의 산지에서 자란다. 키는 10~60cm 정도이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전체에 잔털이 퍼져 있다. 잎은 피침형,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꽃은 6~7월에 백홍색으로 핀다.

분홍장구채(Silene capitata Kom.)는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영월군, 철원군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30cm 정도이다. 전체에 털이 산재해 있다. 꽃은 10~11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가는장구채(Silene seoulensis Nakai)는 중부 이남 산지에 분포한다. 전체에 잔털이 있다.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갯장구채[Silene aprica var. oldhamiana (Miq.) C.Y.Wu]는 중부 이남의 해변에 분포한다. 키는 50cm 정도이다. 줄기 전체에 회백색의 우단 같은 털이 밀생하고, 모가 지며, 곧게 선다. 꽃은 5~6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흰갯장구채[Silene aprica Turcz. var. oldhamiana (Miq.) C.Y.Wu]는 흰색 꽃이 피는 갯장구채이다. 흰장구채(Silene oliganthella Nakai)는 평안도, 함경도의 높은 산 정상에서 자란다. 키는 12~25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녹색이며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말냉이장구채( Silene noctiflora L.)는 북부의 고산에 분포한다. 키는 50cm 정도이다. 전체에 거칠고 긴 털이 있다. 꽃은 7~8월에 연한 홍색으로 핀다.

울릉장구채(Silene takeshimensis Uyeki & Sakata)는 울릉도에서 자란다. 키는 20~50cm이다. 줄기는 밀생한다. 잎은 선상 피침형이고, 보통 털이 없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호산장구채(Silene foliosa Maxim.)는 울릉도에 분포한다. 키는 20~30cm이다. 꽃은 흰색이다. 명천장구채(Silene myongcheonensis S.P.Hong & H.K.Moon)는 북부 지방의 고산에서 자란다. 꽃은 우산 모양 꽃차례에 분홍색으로 핀다. 꽃자루가 보다 길다. 꽃자루, 꽃받침 등에 퍼진 샘털이 있다. 한라장구채(Silene fasciculata Nakai)는 제주도 한라산에 분포한다. 키는 20cm 정도이다. 꽃은 6~8월에 흰색으로 핀다. 끈끈이대나물(Silene armeria L.)은 키가 50cm 정도이다. 전체가 분을 뒤집어쓴 것처럼 흰빛이 나고, 털이 없다. 잎은 달걀 모양, 넓은 피침형이다. 잎자루는 없다. 꽃은 6~8월에 흰색 또는 분홍색으로 핀다.

갈퀴장구채(Silene dichotoma Ehrh.), 고산장구채(Silene alpestris Jacq), 고산각시장구채(Silene pusilla Waldst. & Kit), 넓은잎장구채(Silene latifolia Poir.), 바위장구채(Silene saxifraga L.), 숙은장구채(Silene pendula L.), 이끼장구채(Silene acaulis L.), 훼리장구채[ Silene caroliniana var. wherryi (Small) Fernald], 가는끈끈이장구채(Silene antirrhina L.), 달맞이장구채[ Silene latifolia Poir. subsp. alba (Mill.) Greuter & Burdet], 양장구채(Silene gallica L.), 염주장구채(Silene conoidea L), 붉은장구채[Silene dioica (L.) Clairv.], 붉은장구채 '그레이엄스 딜라이트'(Silene dioica 'Graham'S Delight'), 가을장구채 '페르시안 카펫'(Silene schafta 'Persian Carpet'), 꽃장구채 '롤리스 페이보릿'(Silene 'Rolley'S Favourite'), 불가리아장구채(Silene asterias Griseb.) 등도 가는다리장구채의 유사종이다.

2022. 12. 5. 林 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