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가 '성관계는 혼인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에 대한 의견 조사에 나섰다가 잔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등 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보수단체가 만든 이 조례안에 대해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면서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조례는 아직 검토 단계이지만 이 규범을 위반한 교사 등에 대해선 조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조례안은 의견을 낼 가치조차 느끼기 어려운 수준으로 현장 교원들에게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면서 "서울시의회는 괴상한 해당 조례안을 당장 폐기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보수단체의 민원에 답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 검토 의견을 요청한 것뿐이다."라면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전교조 서울지부가 발표한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서 전문이다. <林 山>
학교구성원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서울시의회에서 발의하려는 '성·생명윤리 규범 조례(안)'은 아동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구태와 구습을 옹호하며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교육이다. 본 조례는 우리 사회의 성범죄와 성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와 원인, 실제 교실에서 벌어지는 여성혐오와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채, 왜곡된 성의식과 미디어 등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아동, 청소년에게 필요한 올바른 성교육을 가로막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파렴치하다.
대표적인 독소 조항 규탄
○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1조-6-나)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의 행복추구권과 기본적인 인권에 의해 보장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한다. 헌법재판소 판례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의 정의에 따르면,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각인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등을 바탕으로 각자가 독자적으로 성적 관을 확립하고, 이에 따라 자기 스스로 내린 성적 결정에 따라 자기 책임 하에 상대방을 선택하고 성관계를 가질 권리를 말한다. 본 조례는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에 사로잡혀 있다. 학생들이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추구하는 과정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이해하고 타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묵인하고, 마땅히 학교 교육이 해야 할 성교육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 혼인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정신적, 육체적 연합을 의미한다.(제 2조 6-가), 남성과 여성은 개인의 불변적인 생물학적 성별을 의미하고, 이는 생식기와 성염색체에 의해서만 객관적으로 결정된다.(제 2조-다)
성소수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혐오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목적은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것에 있다.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하고 배척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게 진정 교육인가!
○ 태아의 생명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보호되어야 한다(1조-6-라)
4년전 이미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아 완전히 효력을 상실한 ‘낙태죄’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로서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판결마저 부정하고 있다.
○ 부모의 자녀교육권은 다른 교육당사자와의 관계에서 원칙적 우위를 가진다(3조-2항)
어린이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구시대적이고 구태한 인식에서 기반한 주장으로 학교의 공적 가치와 공공성을 격하시킨다. 양육과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 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도록 공공성을 확대해가는 것이 올바른 공교육의 방향이며, 학부모 개개인의 신념이 민주적인 세계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에 대해 원칙적 우위를 가질 수 없다.
○ 부모학교 도서관 등 학교시설에 ‘성.생명윤리’에 반하는 도서 등을 배치하는 행위 금지(제6조-5)
학교 도서관의 책을 검열하겠다는 조항은 책을 통해 가르침과 배움을 경험하는 교사와 학생, 보호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인권과 다양성을 향해 나아가는 무수한 변화와 발전의 씨앗이 도서관에 있다. 구태와 구습에 사로잡힌 ‘성, 생명윤리위원회’가 무슨 자격과 명분으로 그것을 검열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가. 전지구적인 변화와 새로운 시대의 물결을 가로막아 학생들을 과거에 묶어놓겠다는 어리석고 한심한 발상이다.
○ 부모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이하 "성교육"이라 한다)의 목적은 절제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8조 3항), 성교육은 생물학적 성별에 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8조 1항)
2018년 유네스코(UNESCO)에서 제시한 ‘청소년이 자신의 건강, 복지 및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는 지식, 기술, 태도 및 가치를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CSE)’에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으로 국제적인 변화의 흐름을 거슬러 구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일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필요한 성교육을 받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로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이런 조례안이 2023년도에 발의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현 시대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 조례안을 즉각 폐기하라!
2023년 1월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성생명윤리규범조례 #서울시 #전교조
'시사 이슈 화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명서] 통일TV 내쫓고 ‘천공방송’ 편성한 KT, 미등록 JBS 퇴출하라 (0) | 2023.02.01 |
---|---|
서울시교육청 교사 특별채용 1심 판결에 대한 의견 - 최교진 (0) | 2023.02.01 |
[성명서]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반민주, 반역사적 수사와 기소, 판결을 규탄한다 (0) | 2023.01.30 |
[성명서] 조희연 교육감 1심 선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1) | 2023.01.29 |
[제63차 수요시위] 윤석열 정부는 전교조 해직교사 원상회복 특별법 제정하라! (0) | 202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