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여름 충주 을궁산 기슭에 있는 봉황자연휴양림에서 붉은토끼풀을 만났다. 붉은토끼풀은 덴마크의 국화이며, US 버몬트 주의 꽃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흰색 꽃이 피는 토끼풀은 유년의 기억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풀꽃이다. 하지만, 붉은토끼풀 꽃은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낯선 느낌이다. 왜냐면 어릴 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꽃이기 때문이다.
외래식물인 붉은토끼풀은 꽃만 언뜻 보면 재배식물인 자운영(紫雲英, Chinese milk vetch, レンゲソウ)과 착각하기 쉽다. 두 종은 잎을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붉은토끼풀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葉柄)이 길며, 장상3출복엽(掌状三出複葉)이다. 반면에 자운영의 잎은 어긋나기하고, 홀수 깃 모양 겹잎이다. 소엽은 9~11쌍이다. 무엇보다 붉은토끼풀은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운영은 흰 무늬가 없다.
붉은토끼풀은 장미목 콩과 토끼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붉은토끼풀을 홍삼엽(紅三葉), 금화채(金花菜), 홍조초(紅爪草), 홍화목숙(紅花苜蓿), 홍차축초(紅車軸草)라고도 한다. 본초명은 홍차축초(紅車軸草)이다. 홍차축초는 중국명 홍츠저우차오(红车轴草)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꽃말은 '행복', '약속', '너와 함께', '나를 생각해 주오'이다. 일본에서의 꽃말은 '근면(勤勉), 성실과 정직(実直), 풍부한 사랑(豊かな愛), 착하고 명랑함(善良で陽気), 쾌활(快活), 공경하다(貴ぶ)'이다.
붉은토끼풀의 학명은 트리폴륨 프라텐세 린네(Trifolium pratense L.)이다. 린네가 1753년에 붙인 학명이다. 속명 '트리폴륨(Trifolium)'은 고대 그리스어 '트리풀론(tríphullon)'에서 차용한 라틴어다. '3(three)'의 뜻인 '트리아(tria)'와 '잎(a leaf)'의 뜻인 '폴륨(folium)'의 합성어다. 토끼풀속 식물은 전세계에 250여 종이 있다. 종소명 '프라텐세(pratense)'는 '목초지에서 볼 수 있는(pasture-dwelling)'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붉은토끼풀의 영어명은 레드 클로버(Red clover)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 등재된 영어명은 칠드런 클로버(Chilean clover), 카우그래스 클로버(cowgrass clover), 매머쓰 레드 클로버(mammoth red clover), 미디엄 레드 클로버(medium red clover), 피바인 클로버(peavine clover), 퍼플 클로버(purple clover), 레드 클로버(red clover) 등이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일본명은 아카시누쿠사(アカツヌクサ)이다.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일본명은 무라사키츠메쿠사(ムラサキツメクサ, 紫詰草)이다. 중문판 빠이두백과(百度百科)와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중국명은 홍츠저우차오(红车轴草)이다.
붉은토끼풀의 원산지는 유럽, 서남아시아, 북아프리카이다. 유라시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의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목초로서 거의 전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한강토(조선반도)와 일본, 중국에서는 귀화식물이다. 한강토에서는 목초로 들여온 것이 야생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에는 메이지 시대(明治時代, 1868~1912)에 토끼풀과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발견되는 붉은토끼풀은 7변종이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도입해서 재배하고 있는 붉은토끼풀은 13종, 1변종이 있다. US와 호주 등 많은 온대 지역에서는 재배지에서 벗어나 야생화되고 있다.
붉은토끼풀의 키는 30~60cm 정도로 자란다. 줄기 전체에 털이 다소 있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장상3출복엽(掌狀三出複葉)이다. 소엽(小葉)은 달걀모양 또는 긴 타원형이며 예저(銳底) 또는 원저(圓底)에 둔두(鈍頭) 또는 요두(凹頭)이다. 소엽의 길이는 3~5cm, 너비 1~3cm로서 가장자리 측맥 끝이 세거치상(細鋸齒狀)으로 돌출되었다. 잎 표면에는 흰 무늬가 있고, 양면에 털이 약간 난다. 탁엽(托葉)은 달걀 모양으로서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꽃은 6~7월 줄기 또는 가지끝에 자주빛 또는 붉은 자줏빛 접형화(蝶形花)가 산형(傘形)으로 밀집되어 머리 모양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화경(花莖)이 거의 없이 줄기 꼭대기잎 탁엽으로 싸여 있다. 포(苞)는 난상피침형(卵狀披針形)으로 꽃받침보다 짧다. 꽃받침은 종 모양으로서 선상피침형(線狀披針形)의 5치가 있다. 꽃잎은 길이 12~16mm이다.
열매는 꼬투리열매 즉 협과(莢果)이다. 협과는 길이 2mm 정도의 거꿀달걀 모양으로서 숙존악(宿存萼)에 싸여 있다. 과피는 막질이며, 1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종자는 신형(腎形)으로서 황갈색 또는 황자색이다. 종자는 8~9월에 성숙한다.
붉은토끼풀은 사료용, 퇴비용, 밀원용,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식용하기도 한다. 다음백과에는 붉은토끼풀의 특징에 대해 '비타민이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다. 항암에도 도움이 되고, 기침이나 천식과 같은 기관지 관련 증상과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습진과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에도 좋고, 염증으로 인한 관절염에도 도움이 된다.'고 나와 있다.
빠이두백과에는 토끼풀속 식물에 대해 '네덜란드 클로버(白车轴草) 등과 같은 품종은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산성 및 알칼리성 토양에 적응할 수 있는 우수한 목초다. 녹비, 제방 보호, 잔디 장식, 밀원,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 토끼풀속 식물에 함유된 식물성 이소플라본은 식물 황금으로 알려져 있으며 갱년기 증후군, 골다공증,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 항암 및 기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다.
일어판 위키백과에는 붉은토끼풀에 대해 '목초 및 가축 사료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질소 고정작용도 있어 녹비로도 이용된다.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 특히 본종에 함유된 이소플라본(게니스타인과 다이도젠)과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억제하는 데 사용돼 왔다. 단, 본종을 많이 먹은 양이나 염소가 불임증에 걸렸다는 보고가 오래 전부터 있기 때문에 임산부 혹은 수유 중인 여성은 섭취를 피해야 한다. 또, 기침을 멈추게 하고, 구내염, 기관지염, 습진, 외상에 대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용적인 가글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8종의 허브를 이용한 에시악차(ESSIAC)에도 성분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건강에 이롭다는 증거는 없다). 파이프용 블렌드 담배에도 풍미를 더하는 성분으로 혼입되어 있다.'고 나와 있다.
한강토에 자생하는 붉은토끼풀의 유사종은 달구지풀(Lupine clover) 1종이 있다. 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L.)은 한강토와 중국, 몽골, 일본, 러시아에 분포한다. 줄기는 여럿이 뭉쳐나온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은 짧으며, 5개의 소엽으로 된 손 모양 겹잎이다. 소엽은 피침형 또는 긴타원 모양이다. 꽃은 6~9월 잎겨드랑이에 짙은 홍색으로 달린다. 머리 모양 꽃차례에 10~20개의 꽃이 부채살처럼 달린다.
한강토에 재배하는 붉은토끼풀의 유사종에는 붉은새깃토끼풀 1종이 있다. 붉은새깃토끼풀(Trifolium rubens L.)의 원산지는 중부와 남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까지이다. 6월에 크고 길쭉한 은빛 꽃봉오리에 밝은 자줏빛을 띤 붉은색의 꽃이 핀다.
외국에서 들어온 붉은토끼풀의 유사종에는 토끼풀(White dutch clover, シロツメクサ, 白詰草), 진홍토끼풀(Chinese barberry), 거꿀꽃토끼풀(Persian clover, annual strawberry clover, bird-eye clover, reversed clover, reversed trefoil, shaftal clover, ヒナツメクサ), 노랑토끼풀(Hop clover), 애기노랑토끼풀(Irish shamrock , テマリッメクサ), 선토끼풀(Alsike clover, タチオランダゲンゲ) 등이 있다.
토끼풀(Trifolium repens L.)은 전세계에 분포한다. 줄기의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줄기에는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장상3출복엽이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에 많은 꽃이 산형으로 달린다. 기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갈색으로 말라서 열매를 둘러싼다. 진홍토끼풀(Trifolium incarnatum L.)의 원산지는 유럽이다. 줄기는 가지가 없거나 밑부분에만 가지가 있다. 잎은 삼출엽으로 긴 잎자루가 있다. 각 소엽에는 털이 있으며, 끝이 잘린 듯하거나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꽃은 봄부터 여름까지 짙은 붉은색 또는 진홍색으로 핀다. 길이 3~5cm, 너비 1.5cm의 길쭉한 꽃차례에 모여 핀다. 거꿀꽃토끼풀(Trifolium resupinatum L.)의 원산지는 유럽, 서남아시아, 북아프리카이다. 키가 60cm에 이르며 사료 및 건초로 이용된다. 뒤집힌 꽃을 갖는 특징이 있다.
노랑토끼풀(Trifolium campestre Schreb.)의 원산지는 유럽과 서아시아이다. 제주도 구좌읍 바닷가 공지에서 채집하였다. 충남 서산시 서산B지구 방조제에서 큰 군락을 발견하였다. 꽃은 5~6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애기노랑토끼풀(Trifolium dubium Sibth.)은 유럽과 서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서울의 제1한강교와 한강철교의 고수부지에 자란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5~15개의 노란색 꽃으로 이루어진다. 접형화 기판(旗瓣)에는 희미한 줄무늬가 있다. 선토끼풀(Trifolium hybridum L.)은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서을의 한강고수부지, 강원도 대관령에서 발견되었다. 줄기는 직립하며,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지 않는다. 꽃은 4~10월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화지(花枝)에 담홍색 또는 드물게 흰색으로 핀다.
2023. 2. 3.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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