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늦봄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앞 마당에 화단이 들어섰다. 동민(洞民)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었다.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는 집과 일터 중간쯤에 있어서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에 화단 앞을 오가며 철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곤 한다. 화단에는 여러 가지 화초(花草)와 나무들을 심어 놓았다. 그런데, 화단에는 한강토(조선반도) 고유 자생종(自生種)보다 이름도 낯선 외래종(外來種)이나 원예종(園藝種)이 많이 보였다. 꽃은 자생종이나 외래종을 가릴 것 없이 다 아름답고 예쁘다. 하지만, 한강토의 들꽃 산꽃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자생종 화초와 나무들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이름도 모습도 낯선 외래종 식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해 6월 하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화단에서 하얀 윗입술꽃잎과 새빨간 아랫입술꽃잎(Hot Lips)을 가진 귀여운 꽃을 만났다. 표지판에는 체리 세이지(Cherry sage)라고 쓰여 있었다. 시중에서 체리 세이지는 핫 립스 세이지(Hot Lips sage)라는 이름으로 유통된다. '체리(cherry)'는 '선홍색의', '세이지(sage)'는 '세이지, 샐비어(salvia, 깨꽃)'의 뜻이다. 선홍색의 꽃잎 때문에 체리 세이지, 꽃잎이 새빨간(hot) 입술(lips)을 닮아서 핫 립스 세이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핫 립스 세이지는 꿀풀목 꿀풀과 배암차즈기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존경, 가정의 덕'이다.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핫 립스 세이지의 학명이 살비아 미크로필라 쿤트 '핫 립스'(Salvia microphylla Kunth 'Hot Lips'), 살비아 x 자멘시스 '핫 립스'(Salvia × jamensis 'Hot Lips'), 살비아 '핫 립스'(Salvia 'Hot Lips') 등 3가지로 등재되어 있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이나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핫 립스 세이지 또는 체리 세이지가 등재되어 있지도 않다.
핫 립스 세이지의 속명 '살비아(Salvia)'는 '건강한, 좋은(well)' 또는 '다치지 않은, 손상되지 않은(unharmed)'의 뜻을 가진 라틴어 '살부스(salvus)'에서 유래했다. 종소명 '미크로필라(microphylla)'는 고대 그리스어 '미크로풀로스(mikróphullos)'에서 유래한 '미크로필루스(microphyllus)'의 여성형 형용사이다. '미크로필루스(microphyllus)'는 '소엽(小葉)의, 작은 잎을 가지는(having very small leaves, microphyllous)'의 뜻을 가진 근대 라틴어다. '쿤트(Kunth)'는 독일 식물학자 카를 지기스문트 쿤트(Carl Sigismund Kunth, 1788~1850)이다. '자멘시스(jamensis)'는 멕시코 북동부 꼬아우일라(Coahuila) 주 하메(Jame)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뜻이다.
살비아 미크로필라 쿤트 '핫 립스'의 영어명은 핫 립스 세이지(hot lips sage)이다. 일본명은 핫립스(ホットリップス, hot lips) 또는 체리세이지(チェリーセージ, cherry sage)이다. 중국명은 샤오예슈웨이차오핀쫑'홍춘'(小叶鼠尾草品种'红唇')이다. 작은 잎을 가진 서미초(鼠尾草, 둥근뱀차조기) '빨간 입술(hot lips)'이란 뜻이다.
핫 립스 세이지의 원산지는 미국 텍사스 주, 멕시코, 과테말라이다. 핫 립스 세이지는 살비아 미크로필라(Salvia Microphylla)의 원예 품종(園芸品種)인데, 살비아 미크로필라와 살비아 그레기이(Salvia gregii, 체리 세이지)와의 잡종 살비아 x 자멘시스(Salvia × jamensis)라고도 여겨진다. 살비아 미크로필라와 살비라 그레기이는 교잡하기 쉽고, 살비아 x 자멘시스는 1991년에 발견된 자연 교잡종이다. 체리 세이지는 살비아 그레기이의 일반명이다. 하지만, 살비아 미크로필라나 살비아 x 자멘시스도 포함하여 체리 세이지라고 부른다. 3종 모두 원예 품종이 많이 있다.
핫 립스 세이지의 키는 60~120cm 정도이다. 잎은 작은 달걀 모양이고, 까막까치밥나무 향(blackcurrant scent)이 난다. 꽃은 4~11월 정생(頂生)하는 이삭 모양 꽃차례(穂状花序) 또는 총상꽃차례(総状花序)에 드문드문 2순형(唇形)으로 달린다. 시원할 때는 흰색과 붉은색의 두 가지 색, 더운 한여름에는 붉은색 꽃만 달린다. 때로는 흰색과 붉은색의 꽃이 섞이기도 하고 흰색 꽃만 피기도 한다. 더운 8월에는 꽃이 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핫 립스 세이지의 유사종에는 오텀 세이지(autumn sage, cherry sage, Gregg salvia, red Chihuahuan sage, autumn salvia), 베이비 세이지(baby sage, mountain sage, Graham's sage, blackcurrant sage), 하메 세이지(Jame sage, autumn sage) 등이 있다.
오텀 세이지(Salvia greggii A.Gray)는 멕시코, 미국 텍사스 주가 원산지다. 미국 텍사스 주 남부에서 멕시코 치와와 사막(Chihuahuan Desert), 산루이스포토시 주까지 해발 1,500~2,700m의 바위가 많은 지역에 자생한다. 키는 30~120cm 정도이다. 잎은 작은 원형 또는 타원형이며, 강한 향기가 있다. 잎 표면에는 선점(腺點)이 있다. 꽃은 6~10월에 총상꽃차례에 나선형으로 달린다. 꽃은 2순형이다. 원예 품종은 주홍색(scarlet), 장미색, 분홍색, 흰색, 라벤더색, 살구색, 주황색, 바이올렛색 등 다양하다. 베이비 세이지(Salvia microphylla Kunth)의 원산지는 멕시코, 과테말라이다. 키는 1~1.3m 정도이다. 잎은 달걀형 또는 달걀 모양 장타원형, 타원형이고, 까막까치밥나무 향이 난다. 잎 뒷면에는 회색 솜털이 빽빽하게 나 있으며, 맥 위에도 털이 있다. 꽃은 8~10월에 진홍색으로 핀다. 원예종은 늦봄에서 가을까지 핀다. 하메 세이지(Salvia x jamensis)는 오텀 세이지와 베이비 세이지의 자연교잡종으로 1991년에 발견되었다. 이름은 멕시코 꼬아우일라 주의 하메(Jame) 지명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오텀 세이지와 베이비 세이지 양쪽 분포 지역인 멕시코 중부의 꼬아우일라 주, 산루이스포토시 주, 누에보레온 주까지 분포한다. 양쪽 중간 형질을 가지며, 파스텔 색상의 2색 꽃 등 꽃 색깔이 다양하다. 핫 립스 세이지를 여기에 포함시키는 견해도 있다.
2023. 1. 6.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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