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골무꽃 '의협심(義俠心)'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廣陵) 국립수목원을 찾았다. 마침 광릉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한강토(조선반도) 특산식물 광릉골무꽃을 만났다. 활짝 피어난 광릉골무꽃이 앙증맞고 귀여웠다. 골무꽃도 사촌들이 제법 많아서 구분하기가 꽤나 어려운 식물이다. 바느질할 때 바늘을 눌러 밀기 위하여 손가락에 끼우는 골무를 닮았다고 해서 골무꽃, 경기도 포천 주엽산(注葉山) 자락의 광릉에서 발견됐다고 하여 광릉골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광릉골무꽃(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광릉골무꽃은 통화식물목 꿀풀과 골무꽃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스쿠텔라리아 인시그니스 나카이(Scutellaria insignis Nakai)다. 속명 '스쿠텔라리아(Scutellaria)'는 '(오목한) 접시 모양의(saucer-shaped)'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쿠텔라리스(scutellaris)'의 복수형 형용사이다. 종소명 '인시그니스(insignis)'는 'in- (within) + signum(a sign, an emblem) + -is(형용사화 접미사)'로 이루어진 라틴어로서 '예외적인, 보기 드문, 명백한, 유명한' 등 다양한 뜻이 있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광릉골무꽃의 영어명은 광릉 스컬캡(Gwangneung skullcap) 또는 코리언 스컬캡(Korean skullcap)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 추천 일본명은 코우료우나미키소우(コウリョウナミキソウ)이고, 일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는 히카게나미키소우(ヒカゲナミキソウ)로 등재되어 있다. 광릉골무꽃을 숲골무꽃이라고도 한다. 꽃말은 '의협심(義俠心)'이다. 　

광릉골무꽃은 한강토의 중부 이북에 분포한다. 전남과 전북에도 자생한다. 햇볕이 잘 드는 낮은 지대의 풀밭을 비롯하여 깊은 산속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자란다. 광릉골무꽃은 한강토 고유종이다. 

광릉골무꽃(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광릉골무꽃의 근경(根莖)은 옆으로 길게 자라며, 능선에 털이 있다. 키는 40~70cm 정도이다. 줄기는 곧게 자란다. 잎은 길이 4~10cm, 너비 1.2~4.5cm로서 타원형(楕圓形) 또는 난상(卵狀) 타원형이고, 중앙부의 것이 가장 크다. 잎 표면에는 털이 약간 있으나 뒷면에는 없다. 잎 가장자리에는 굵은 톱니가 있다. 잎은 마주나기한다. 가장 윗부분의 잎은 피침형(披針形) 또는 난상 피침형으로서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꽃은 5~6월 정생(頂生)하는 총상꽃차례에 연한 하늘색으로 핀다. 꽃 길이는 3.5cm 정도이며, 곧게 선다. 포(苞)는 길이 5~10mm로서 선상(線狀) 피침형 또는 피침형이고, 꽃자루는 길이 4mm 정도이다. 꽃받침은 길이 4mm 정도이지만 꽃이 진 다음에는 길이가 7mm에 이른다. 판통(瓣筒)은 겉에 샘털과 털이 있고, 윗부분이 순형(脣形)이며, 하순(下脣)에 자주색 점이 있다. 열매는 꽃받침에 싸여 있다.

광릉골무꽃은 낙엽성 교목의 아래를 덮는 지피식물(地被植物)로 이용할 수 있다. 꽃이 아름다워서 적당한 장소에 경관 조성용으로 무리지어 심어도 좋다. 어린순은  향기가 있어 나물로 먹을 수 있다.

광릉골무꽃(포천 국립수목원, 2022. 6. 19)

한강토에 자생하는 광릉골무꽃의 유사종에는 가는골무꽃(가는잎골무꽃, Slender-leaf skullcap), 골무꽃(Indian skullcap, タツナミソウ), 흰골무꽃, 구슬골무꽃(Moniliform skullcap, タマナミキソウ), 날개골무꽃(Winged skullcap), 다발골무꽃(Scattered-flower skullcap, ムラチタツナミソウ), 두만강골무꽃(Dumangang skullcap, 图们黄芩), 떡잎골무꽃(Thick-leaf Indian skullcap, アツバタツナミソウ), 비바리골무꽃(Bibari skullcap), 산골무꽃(각시골무꽃, 그늘골무꽃, Mountain skullcap, ヤマタツナミソウ), 수골무꽃(두메골무꽃, Alpine dentate skullcap), 흰수골무꽃, 애기골무꽃(Delicate skullcap, ヒメナミキ), 연지골무꽃(Pink Indian skullcap), 왕골무꽃(Korean skullcap), 제주골무꽃(Jeju skullcap), 좀골무꽃(Dwarf Indian skullcap, コバノタツナミ), 참골무꽃(Sandy skullcap), 창골무꽃(키다리골무꽃, Barbed skullcap), 호골무꽃(북해골무꽃, Ussuri skullcap, エゾタツナミソウ), 그늘골무꽃(Understory skullcap), 왜골무꽃(Wetland skullcap) 등이 있다. 

가는골무꽃(Scutellaria regeliana Nakai)은 평북, 함남의 부전고원, 함북의 백두산, 포태산, 고두산 등지에 분포한다. 잎이 선상 피침형이다. 꽃은 6~9월에 자색으로 핀다. 골무꽃(Scutellaria indica L.)은 전초를 한신초(韓信草)라 하며, 이명(異名)은 대력초(大力草), 이공초(耳控草)이다. 키는 20~40cm이고, 줄기에는 긴 퍼진 털이 많다. 꽃은 5~6월에 자색으로 핀다. 흰골무꽃(Scutellaria indica f. albiflora Y.N.Lee)은 흰색 꽃이 피는 골무꽃이다. 구슬골무꽃(Scutellaria moniliorhiza Kom.)은 백두산 지역에서 자란다. 근경이 염주(念珠) 같으며 다소 굵다. 꽃은 7~8월에 홍자색으로 핀다. 날개골무꽃(Scutellaria guilielmii A.Gray)은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다. 열매는 견과인데, 넓은 날개를 가지고 있다. 

다발골무꽃(Scutellaria asperiflora Nakai)은 함경도 삼수와 혜산진 사이에서 자란다. 줄기 6~7개가 한 군데에서 나와 많은 가지가 갈라져 다발 같이 보인다. 기는줄기가 뻗고, 원줄기의 능선에 털이 줄로 돋는다. 꽃은 6월에 보라색으로 핀다. 두만강골무꽃(Scutellaria tuminensis Nakai)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줄기는 가지가 없다. 잎은 타원형이고 톱니가 빽빽하게 나 있으며, 약간 빳빳한 털(微硬毛)로 덮여 있다. 꽃은 자청색이고 크다. 떡잎골무꽃[Scutellaria indica L. var. tsusimensis (H.Hara) Ohwi]은 키가 10~30cm이다. 줄기에는 긴 퍼진 털이 많으며, 원줄기는 둔한 사각형이고 비스듬히 자라다가 곧추선다. 잎 길이는 2~4cm이다. 꽃은 5~6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비바리골무꽃(Scutellaria indica L. var. alba S.T.Kim & S.T.Lee)은 제주도 특산식물로 희귀식물이다. 잎과 줄기는 붉은색 바탕에 연한 녹색을 띠고 있다. 산골무꽃[Scutellaria pekinensis Maxim. var. transitra (Makino) H.Hara]은 키가 15~3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네모지며, 위로 굽은 백색 털이 다소 밀생한다. 잎은 양면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5~6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수골무꽃[Scutellaria pekinensis Maxim. var. alpina (Nakai) H.Hara]은 줄기에서 가지를 친다. 잎은 둥근 달걀 모양이며 거친 톱니가 있다. 꽃은 6~8월에 연한 자색으로 핀다. 흰수골무꽃(Scutellaria dentata var. alpina f. albida Y.N.Lee)은 흰색 꽃이 피는 수골무꽃이다. 애기골무꽃(Scutellaria dependens Maxim.)은 원줄기에 예리한 능선이 있으며, 능선 위로 굽은 잔털이 있고, 가지가 갈라져서 비스듬히 선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핀다. 

연지골무꽃(Scutellaria indica L. var. coccinea S.T.Kim & S.T.Lee)은 제주도 산굼부리에서 발견되었다. 줄기는 진한 분홍색으로 다소 직립하고 많은 털을 가진다. 꽃부리의 색은 진한 분홍색으로 화관(花冠) 하순(下脣)에 진한 분홍색 점이 있으며, 기부(基部)가 급격히 굽고 많은 털이 있다. 왕골무꽃(Scutellaria pekinensis Maxim. var. maxima S.T.Kim & S.T.Lee)은 충북 월악산, 경기, 강원도에 분포한다. 산골무꽃과 비슷하지만 키와 잎, 꽃 등 식물체가 보다 크다. 제주골무꽃(Scutellaria tuberifera C.Y.Wu & C.Chen)은 줄기, 잎, 잎자루, 꽃받침에 긴털이 빽빽하다. 꽃이 잎 겨드랑이에서 핀다. 꽃이 골무꽃과 달리 납작한 원통형이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다. 좀골무꽃[Scutellaria indica L. var. parvifolia (Makino) Makino]은 키가 5~2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둔한 사각형이다. 줄기에 긴 퍼진 털이 많다. 잎 길이와 너비는 모두 1cm 정도로 작다. 꽃은 5~6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참골무꽃(Scutellaria strigillosa Hemsl.)은 제주도, 울릉도를 포함하여 전국 바닷가에 분포한다. 줄기는 네모지고 곧게 서며, 많은 가지가 갈라지고 모서리를 따라 위를 향해 잔털이 밀생한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창골무꽃(Scutellaria barbata D.Don)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중국에서는 약용식물로 도입했으며 본초명은 반지련(半枝蓮)이다. 잎이 창날 모양으로 생겨서 창골무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 가장자리에는 3~4개의 톱니가 있다. 호골무꽃[Scutellaria pekinensis Maxim. var. ussuriensis (Regel) Hand.-Mazz.]은 산골무꽃에 비하여 마디에 털이 많고, 다른 부분에는 털이 적다. 꽃은 5~6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그늘골무꽃(Scutellaria fauriei H.Lev. & Vaniot)은 작은 꽃자루에 액을 분비하는 선모(腺毛)가 나고, 꽃턱잎은 위로 갈수록 작아진다. 꽃은 6~8월에 보라색 또는 연보라색으로 핀다. 왜골무꽃[Scutellaria strigillosa var. yezoensis (Kudo) Kitam.]은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란다. 줄기는 부드럽고 털이 약간 있으며, 능선에만 위를 향한 털이 있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핀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광릉골무꽃의 유사종에는 고산골무꽃(Skullcap alpine), 고산골무꽃 '문빔'(Skullcap alpine), 고산골무꽃 '아르코발레노'(Skullcap alpine), 골무꽃 '이스턴 선', 복엽골무꽃, 잉카나골무꽃(hoary skullcap, downy skullcap), 큰골무꽃(Tall skullcap), 터키골무꽃, 투구골무꽃(Marsh Skullcap), 소황금(小黃芩, Little skullcap), 황금(黃芩, 속썩은풀, Baikal skullcap, コガネバナ) 등이 있다. 

고산골무꽃(Scutellaria alpina L.)은 중부 및 남부 유럽과 러시아의 고산지대가 원산지다. 줄기는 네모지고 포복성이며, 가지가 갈라지고 털이 있다. 꽃은 6~8월에 청자색 또는 자백색으로 핀다. 고산골무꽃 '문빔'(Scutellaria alpina 'Moonbeam')은 피레네 산맥, 아펜니노 산맥에서 발칸 반도, 중앙 러시아에서 시베리아까지가 원산지다. 꽃은 5~8월에 맑고 연한 노란색으로 핀다. 꽃이 조밀한 덩어리 형태이다. 고산골무꽃 '아르코발레노'(Scutellaria alpina 'Arcobaleno')는 피레네 산맥, 아펜니노 산맥에서 발칸 반도, 러시아 중부에서 시베리아 남부에 자란다. 꽃은 6~9월에 청자색, 하늘색, 흰색, 장미색, 밝은 노란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핀다. 골무꽃 '이스턴 선'(Scutellaria orientalis 'Eastern Sun')은 꽃이 한여름에 밝은 노란색으로 핀다. 복엽골무꽃(Scutellaria orientalis subsp. pinnatifida J.R.Edm.)은 발칸 반도와 터키에 분포하며 멸종위기 식물이다. 꽃은 밝은 노란색으로 핀다. 잉카나골무꽃(Scutellaria incana Spreng.) 북미 동부와 중서부가 원산지다. 키는 1m까지 자란다. 줄기는 4각형이다. 잎은 난형이고, 거칠고 무딘 톱니를 가지고 있으며, 가는 털로 덮여 있다. 꽃은 자줏빛을 띤 푸른색이다. 윗입술은 두건처럼 생겼고, 아랫입술은 더 크고 넓으며 목 근처에 흰색(incana) 무늬가 있다. 

큰골무꽃(Scutellaria altissima L.)은 중부와 동부 유럽, 서아시아가 원산지다. 윗입술 꽃은 파란색에서 보라색, 아랫입술은 흰색이다. 터키골무꽃(Scutellaria pontica K. Koch)은 트랜스코카서스, 터키가 원산지다. 꽃은 자주색으로 핀다. 투구골무꽃(Scutellaria galericulata L.)는 유럽, 아시아, 캐나다 등 북반구가 원산지다. 잎은 긴 난형이고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마주 난 잎 사이에서 청자색 잎술 모양의 꽃이 2개씩 핀다. 소황금(Scutellaria orthocalyx Hand.-Mazz.)은 중국 중남부와 베트남 북부의 산지 초원에 분포한다. 줄기는 여러 대가 나와 직립한다. 잎은 줄기 아래쪽에서는 난상 피침형, 위쪽에서는 선형이다.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줄기 끝에서 자주색 또는 청자색으로 핀다. 황금(Scutellaria baicalensis Georgi)은 동시베리아, 몽골, 만주,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약용식물로 재배하던 것이 퍼져나가 야생화하였다. 울릉도, 충북 제천과 청주 등에서 발견된다. 줄기는 밀생하며 네모지고,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꽃은 7~8월에 자색으로 핀다. 어린 순은 식용한다. 뿌리는 본초학에서 청열약(淸熱藥) 중 청열조습약(淸熱燥濕藥)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