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꽃이 피어 있는 치커리(Chicory)를 만났다. 치커리의 꽃은 언뜻 보면 그 모습이 왕고들빼기와 비슷하다. 물론 혀꽃과 꽃밥의 색은 다르지만 말이다. 치커리와 왕고들빼기는 같은 국화과 식물이라서 그럴 것이다.
치커리는 이름만 들어도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임을 알 수 있다. 치커리는 쌈밥집에서 상추 등과 함께 쌈채소로 많이 나온다. 양식당에서는 샐러드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치커리로 무침을 하거나 겉절이를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직은 그리 익숙한 맛은 아니다.
치커리는 초롱꽃목 국화과 치커리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키코리움 인티부스 린네(Cichorium intybus L.)이다. 속명 '키코리움(Cichorium)은 '치커리(chicory, succory), 꽃상추(endive)'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키코리온(kikhṓrion)'에서 유래한 라틴어다. 종소명 '인티부스(intybus)'는 '치커리(endive, succory)'의 뜻을 가진 라틴어 '인티부스(intibus)'의 대체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치커리의 영어명은 블루-세일러즈(Blue-sailors) 또는 위트로우프(Witloof), 치커리 커먼(Chicory Common), 치커리(Chicory), 서커리(Succory)이다. 벨점 엔다이브(Belgium endive), 커피 치커리(coffee chicory)라고도 한다. 미국에서는 엔다이브(endive)라고 한다. 본래 엔다이브(Cichorium endivia)는 벨기에 엔다이브(Belgium endive)와 속(屬)은 같지만 다른 종이다.
치커리의 일본명은 기쿠니가나(キクニガナ, 菊苦菜)이다. 국화과(菊) 채소(菜)로 잎에 쓴맛(苦)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명은 쥐쥐(菊苣)이다. '쥐(菊)'는 '국화', '쥐(苣)'는 '상추, 양상추'이다. 이명에는 쿠쥐(苦苣), 쿠차이(苦菜), 카스니(卡斯尼), 쩌우예쿠쥐(皱叶苦苣), 밍무차이(明目菜), 카페이뤄보(咖啡萝卜), 카페이차오(咖啡草) 등이 있다. 꽃말은 '절약(節約)'이다.
치커리는 유럽과 지중해 연안에서 중앙아시아, 인도, 파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다.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길가에 흔히 자랐다. 치커리가 재배 식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7세기의 일이다. 19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낭만주의의 상징인 '푸른 꽃(Blue flower)'은 치커리 꽃을 가리킨다. 일본에는 메이지(明治, 1852~1912) 초년에 도입되었는데, 채소로 이용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로 그 역사가 짧은 편이다. 북미에는 유럽 국가들에 의한 식민지화 때 초기 유럽 정착민들이 갖고 들어왔다. 현재는 북미, 중국, 호주 등지에서도 일반적으로 볼 수 있으며,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채소이다. 국내에서는 전국적으로 재배한다.
치커리의 뿌리는 방추형이고 깊게 들어간다. 뿌리의 발달이 매우 왕성하며, 직근(直根) 또는 측근(側根)이 생긴다. 키는 30(60)~100(150)cm이다. 줄기는 다소 목질화되고, 약간의 털이 나 있다
근생엽(根生葉)은 빽빽하게 나고 비스듬히 서며, 주걱 모양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결각(缺刻)이 있으며, 표면에 주름이 있다. 잎은 쓴 맛이 난다. 잎은 길쭉한 피침형(披針形), 도피침형(倒披針形) 또는 광장타원형(廣長楕圓形)으로 불규칙한 톱니가 있는 것과 피침형이 아닌 것이 있다. 잎 중심에 굵은 1개의 주맥이 돋보이며, 잎자루가 없이 난다. 잎몸의 길이는 10-~32cm, 너비는 2~8cm이다. 줄기잎은 어긋나기하고, 밑이 원줄기를 감싸며 소형이다. 윗부분 가지에는 잎이 나지 않는다.
꽃은 6~10월에 연보라색 또는 하늘색, 짙은 하늘색으로 핀다. 흰색이나 연분홍색도 있으나 아주 드물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지름이 3~4㎝이다. 총포는 녹색이고, 바깥 조각은 8개이며, 넓은 피침형이고 짧다. 안쪽 조각은 8개이고 피침형이며 길다. 꽃은 보다 짧은 포엽에 싸인다. 2열의 내반포엽(内反苞葉) 중 안쪽은 길고 직립하며, 바깥쪽은 짧고 퍼져 있다. 아침에 개화하여 그날 낮이 지나면 시들어 버린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회백색이고, 관모는 비늘 모양으로 짧다.
치커리는 대략 4,000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이용되었다는 설이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기록에 이미 치커리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고대 로마에서는 치커리 새싹을 이용한 푼타렐레(puntarelle)라는 요리가 있었다. 이것은 고대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Horace)가 자신의 식생활을 언급한 기록에 나온다.
치커리는 많은 품종이 샐러드 채소, 연백(軟白) 재배된 새싹 또는 뿌리를 굽거나 갈아서 커피 대용품이나 식품 첨가물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치커리 뿌리 추출물인 이눌린은 감미료 및 식이섬유원으로 식품 제조에 사용되고 있다. 치커리에 함유된 인티빈이라는 성분은 쓴맛을 낸다. 인티빈은 소화를 촉진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혈관계에 좋고 항산화 작용을 하여 노화 방지와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거리는 생식용이며, 잎에 쌉쌀한 맛과 약간 방향이 있다. 조리에서는 잎을 한 장씩 떼어 생식하거나 세로로 반으로 잘라 가열 조리에 쓴다. 쓴맛은 뿌리에 가까울수록 강하다.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한다. 치커리는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프로이센 국왕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Ⅱ)는 1766년 커피 수입을 금지했다. 독일 중부 니더작센 주에 있는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weig)의 여관 주인 크리스찬 고틀리브 푀르스터(Christian Gottlob Förster)가 치커리를 커피 대용품으로 개발하였다.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에서 치커리는 커피의 대용품으로 쓰였다. 미국의 교도소에서는 치커리의 뿌리를 커피 대용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 1840년대에는 뉴올리언스 항이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커피 수입량을 자랑했다. 남북전쟁으로 북군이 뉴올리언스 항을 봉쇄했을 때 루이지애나 사람들은 커피에 치커리 뿌리를 넣게 되었고, 그것이 오랜 전통이 되었다.
치커리의 종류에는 슈가로프(Sugar-Loaf), 트레비소(Treviso), 라디키오(Radicchio), 로사 이탈리아나(Rossa Italiana), 치콘(Chicon) 등이 있다.
슈가로프(Sugar-Loaf)는 쓴 맛이 많은 치커리류 중 유일하게 당분이 있다. 배추처럼 속이 꽉 차는 결구형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쌈채소로 이용된다. 트레비소는 은은한 쓴맛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특징이다. 붉은색 잎을 샐러드나 쌈채소로 이용한다. 포기 재배한 것은 샐러드채, 잎은 하나씩 따서 쌈채로 이용한다.
라디키오(레드 치커리)는 이탈리안 치커리라고도 부른다. 포기째 수확하면 라디키오, 잎을 하나씩 따서 수확하면 레드 치커리라고 부른다. 잎이 둥글고 붉은색을 띤다. 샐러드 요리에 주로 쓰인다. 올리브 오일에 굽거나, 육류볶음 요리에도 이용된다.
로사 이탈리아나(민들레치커리, 적치커리)는 잎의 모양이 민들레와 비슷하다. 원래는 포기로 수확하지만, 국내에서는 쌈채소로 이용되기 때문에 잎을 하나씩 따서 수확한다. 쌈채소, 샐러드, 나물, 비빔밥 등으로 이용한다. 치콘은 밭에서 4~5개월 자란 치커리의 뿌리를 캐서 암실에서 재배하면 배추속처럼 생긴 싹이 새로 돋아나는데, 이 싹이 치콘이다. 해외에서는 주로 샐러드로 먹으며, 국내에서는 샐러드뿐만 아니라 쌈채소로도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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