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들으면 그 특성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는 풀이나 나무들이 있다. 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비누풀도 그런 식물 가운데 하나다. 비누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단박에 비누와 관련이 있는 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누풀을 뜯어서 비비면 비누처럼 거품이 일어난다. 비누풀을 짜서 얻은 즙액은 비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비누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비누풀은 중심자목 석죽과 비누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학명은 사포나리아 오피키날리스 린네(Saponaria officinalis L.)이다. 속명 '사포나리아(Saponaria)'는 '비누(soap)'의 뜻을 가진 라틴어 '사폰(sapon)'에 '~와 관련된(ary)'의 뜻을 가진 접미사 '아리우스(arius)'가 붙어서 된 중세 라틴어 '사포나리우스(saponarius)'의 여성형 명사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이다. 종소명 '오피키날리스(officinalis)'는 '약효가 있는, 치유력이 있는(medicinal)'의 뜻을 가진 라틴어다. '약국(apothecary's), 약학(pharmacy)'의 뜻을 가진 근대 라틴어 '오피키나(officīna)'에 형용사화 접미사 '알리스(alis)'가 붙어서 된 합성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비누풀의 영어명은 바운싱-벳(bouncing-bet), 카먼 솝워트(common soapwort), 솝워트(soapwort)이다. 일본명은 사봉소우(サボンソウ, サボン草), 이명에는 샤봉소우(シャボンソウ), 셋켄소우(セッケンソウ, 石鹸草) 등이 있다. '샤봉((シャボン)'은 포르투갈어로 '비누', '셋켄(石鹸)'은 일본어로 '비누'란 뜻이다. 중국명은 페이짜오차오(肥皂草), 일명 싀쟌화(石碱花)이다. '페이짜오(肥皂)'는 '비누', '싀쟌(石碱)'은 '결정 소다(crystal soda), 동석(凍石, 감촉이 비누 같고 부드러운 돌)'의 뜻이다. 비누풀의 이명에는 거품장구채, 비누패랭이꽃, 소프워트 등이 있다. 꽃말은 '베푸세요'이다.
비누풀의 원산지는 중부 유럽, 서아시아이다. 특히 지중해 연안에 많이 야생한다. 옛날 유럽에서는 비누풀을 세탁에 사용했다고 한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 자라는 비누풀은 귀화식물이다. 일본에는 메이지시대(明治時代, 1868~1912)에 들어왔다. 중국 북부 지방에서는 재배한다. 재배종이 들판으로 퍼져나가 야생화된 것이 많다.
비누풀의 축근(軸根)은 비후(肥厚)하고 육질이다. 뿌리줄기(根茎)는 가늘고, 흰색이며, 잔뿌리가 많이 갈라진다. 키는 30~70cm 정도이다. 식물체 전체에 사포닌이 함유되어 있다. 줄기는 대개 하나이지만 가지가 갈라지는 경우도 있다. 줄기는 곧게 서며, 털은 없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난형(卵形) 또는 난상(卵狀) 피침형(披針形),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잎 길이는 5~10cm, 너비는 2~4cm이고, 3 또는 5맥이 있다. 잎 끝은 예두(銳頭), 밑은 점첨저(漸尖底)이다. 마주나는 잎 기부는 약간 합착(合着)하며, 줄기를 반쯤 감싼다.
꽃은 6~9월에 줄기 끝에 모여 붙어서 흰색 또는 연분홍색으로 핀다. 소취산화서(小聚傘花序)에 꽃이 3~7개 달린다. 꽃받침은 5갈래, 꽃잎은 5장이다. 포(苞)는 피침형이고, 가장자리와 중맥(中脈)에 드문드문 미세강모(微細剛毛)가 있으며, 끝은 첨예형(尖銳形)이다. 꽃자루(花柄)는 길이 3~8mm, 드문드문 단모(短毛)가 있다. 꽃받침(萼)은 녹색 또는 암자색에 통형(筒形)이고, 길이 1.8~2cm, 너비 2.5~3.5mm이며, 불분명한 20맥이 있다. 꽃잎의 확대부는 흰색 또는 분홍색이고, 쐐기 모양 도란형(楔状倒卵形)이며, 길이는 1~1.5cm, 끝은 오목하게 파여 있다. 덧꽃부리(副花冠)의 비늘조각은 선형이다. 씨방자루(子房柄, gynophore)는 길이 약 1mm이다. 수술과 암술대는 돌출한다. 수술은 10개, 암술대는 2개이다.
열매는 삭과(蒴果)이고, 꽃받침에 싸여 있다. 삭과는 원통상 난형(圓筒状卵形)이고, 길이는 약 1.5cm이다. 종자는 흑갈색이고, 구상신형(球状腎形)에 약간 편평하다. 길이는 1.8~2mm, 표면에 작은 돌기가 있다.
비누풀은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강하여 관상 가치가 높다. 꽃이 피는 기간은 여름부터 가을까지로 화기가 길며,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분홍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공원이나 정원의 화단, 암석원에 심으면 좋다. 비누풀의 뿌리는 거담(祛痰), 이뇨(利尿)의 효능이 있어 기관지염의 치료에 쓴다. 하지만 비누풀에는 독성 물질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옛날부터 줄기나 잎을 끓인 다음 거품을 걸러서 받은 액을 비누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비누풀 액은 지금도 고미술품의 찌든 때나 양털을 세척할 때 사용한다.
비누풀의 유사종에는 노랑비누풀, 바위비누풀(Rock soapwort, tumbling Ted), 바위비누풀 '스노우 팁'(Rock Soapwort), 애기비누풀(dwarf soapwort), 잔디비누풀 등이 있다.
노랑비누풀(Saponaria lutea L.)은 알프스 산맥의 암석, 석회암 지대에 분포한다. 키는 5~10cm이다. 꽃은 연황색 바탕에 보라색 심장 무늬가 찍혀 있다. 바위비누풀(Saponaria ocymoides L.)은 유럽 남서부, 남부, 중부 지방이 원산지이다. 스페인에서 코르시카, 사르디니아, 슬로베니아, 아펜니노 산맥에서 알프스 산맥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10~40cm이다. 꽃은 5~8월에 분홍색으로 핀다. 바위비누풀 '스노우 팁'(Saponaria ocymoides 'Snow Tip')은 키가 45~77cm 정도이다. 줄기는 포복성이고, 가지를 많이 쳐서 매트를 엉성한 형성한다. 잎은 타원형이다. 꽃은 봄부터 여름까지 흰색으로 핀다. 꽃이 풍부하게 피기 때문에 지면 덮개나 바위 정원 식물로 적당하다. 애기비누풀(Saponaria pumilio Fenzl ex A. Braun)은 난쟁이비누풀이라고도 한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의 알프스 산맥 동부와 루마니아의 카르파티아 산맥 남부의 토착종이다. 꽃은 분홍색이다. 잔디비누풀(Saponaria caespitosa DC.)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고 있는 피레네 산맥의 토착종이다. 높은 산의 암석 지대에서 자란다. 해발 2,100m 지대에서도 발견된다. 키는 10~20cm이다. 꽃은 밝은 분홍색이고, 꽃받침에는 불그스름한 털이 많이 난다.
2022. 12. 2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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