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중순 경기도 포천에 있는 광릉 국립수목원을 찾았을 때 이제 막 붉은색 꽃이 피어나고 있는 제주달구지풀을 만났다. '제주'라는 접두사는 원산지나 발견된 곳이 제주도임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광릉 국립수목원의 제주달구지풀은 자생지에서 옮겨심었을 가능성이 많다.
제주달구지풀은 달구지풀과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왜소한 것이 특징이다. 달구지풀은 키가 30cm 정도인데, 제주달구지풀의 키는 약 15cm이다. 우리가 들에서 흔하게 보는 토끼풀과 제주달구지풀, 달구지풀은 사촌 간이다.
제주달구지풀은 장미목 콩과 토끼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달구지풀은 잎의 모양이 차축(車軸), 즉 달구지의 굴대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제주달구지풀의 학명은 트리폴리움 루핀아스테르 폼. 알피누스 (나카이) M.K.박[Trifolium lupinaster f. alpinus (Nakai) M.K.Park]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Trifolium lupinaster L.(달구지풀)이 정명, Trifolium lupinaster f. alpinus (Nakai) M.Park(제주달구지풀)은 비합법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제주달구지풀의 속명 '트리폴리움(Trifolium)'은 고대 그리스어 '트리풀론(tríphullon)'의 차용어로 '트리아(tria, three)'와 '폴리움(folium, a leaf)'의 합성어이다. 이파리가 3장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루핀아스테르(lupinaster)'는 '달구지풀(Lupine clover)'을 뜻한다.
'f.'는 '포름(form)'의 약자로 품종을 뜻한다. 품종명 '알피누스(alpinus)'는 '알페스(Alpēs, the Alps)'에 형용사화 접미사 '이누스(īnus)'가 붙어서 된 라틴어이다. '알프스 산맥의 또는 알프스 산맥에 있는(Of or pertaining to the Alps)' 또는 '알프스의, 고산의, 고산식물(alpine)'이라는 뜻이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조선반도)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인물이다. 'M.K박(M.K.Park)'은 전국의 산야를 직접 답사하여 식물을 채집하고 분류한 한국 분류식물학계의 거두 박만규(朴萬奎)이다. 그의 저서에는 '우리나라식물', '한국양치식물지', '한국쌍자식물지' 등이 있다.
국표의 제주달구지풀에 대한 한글 추천명은 달구지풀이고, 북한명 달구지풀의 이명으로 동해달구지풀과 제주달구지풀이 등재되어 있다. 제주달구지풀을 산달구지풀이라고도 한다. 본초명은 야화구(野火球)이다. 꽃말은 '약속, 행운, 평화'이다.
제주달구지풀은 제주도 한라산 1,500m 이상의 고지대에 분포한다. 한강토(조선반도) 특산식물이다. 반그늘 혹은 햇볕이 많이 드는 곳의 유기질 함량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제주달구지풀의 키는 15cm 정도이다. 줄기는 서고 전체에 털이 없다. 여러 줄기가 모여 나와 비스듬히 자라며, 보통 가지는 갈라지지 않는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잎자루는 짧으며, 5개의 소엽(小葉)으로 된 손 모양 겹잎이다. 소엽은 피침형(披針形) 또는 긴타원형이며, 예두(銳頭)에 예저(銳底)이고 잎맥이 뚜렷하다. 소엽의 길이는 2~4cm, 너비는 0.5~1cm이다. 잎뒷면의 주맥(主脈)에 2갈래로 갈라지는 복모(伏毛)가 있으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탁엽(托葉)은 막질(膜質)이고 합쳐져서 통처럼 되어 줄기를 감싼다.
꽃은 6~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나와 짙은 홍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는 길이 5~30mm로서 10~20개의 꽃이 부채살처럼 달린다. 꽃받침은 종 모양인데 5개의 피침형 조각으로 갈라지고, 10맥이 있으며, 첫 번째 열편(裂片)이 가장 길고, 꽃잎이 꽃받침보다 2배 정도 길다. 기꽃잎(旗瓣)은 타원형에 원두이고, 날개꽃잎(翼瓣)은 타원 모양이며, 용골꽃잎(龍骨瓣)은 날개꽃잎보다 짧다. 열매는 협과(莢果)이다. 협과는 8~9월경에 선상 타원 모양으로 달린다. 협과에는 4~6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제주달구지풀은 꽃이 아름답고, 비파 모양의 잎이 관상 가치가 있어서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또 꽃에 꿀이 많아 밀원식물(蜜源植物, bee plant)로도 이용되고 있다.
제주달구지풀의 유사종에는 달구지풀(Lupine clover), 토끼풀(White dutch clover, シロツメクサ), 노랑토끼풀(Hop clover, Large hop clover, Yellow Hop Clover), 애기노랑토끼풀(Irish shamrock, Lesser clover, テマリッメクサ), 붉은새깃토끼풀, 거꿀꽃토끼풀(페르샤토끼풀, Persian clove, reversed clover, shaftal), 붉은토끼풀(Red clover, アカツメクサ, 紅三葉, 金花菜), 선토끼풀(Alsike clover, タチオランダゲンゲ), 진홍토끼풀(crimson clover, Chinese barberry, Italian clover) 등이 있다.
달구지풀(Trifolium lupinaster L.)은 흔히 풀밭에서 자라며, 키는 30㎝ 정도이다. 꽃은 짙은 붉은색이다. 토끼풀(Trifolium repens L.)은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꽃은 6~7월에 흰색으로 핀다. 머리 모양 꽃차례에 많은 꽃이 산형(傘形)으로 달린다. 기꽃잎이 떨어지지 않고 갈색으로 말라서 열매를 둘러싼다. 노랑토끼풀(Trifolium campestre Schreb.)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제주도 구좌읍 바닷가에서 채집하였다. 충남 서산시 서산B지구 방조제에서 큰 군락을 발견하였다. 키는 10~25cm이다. 꽃은 5~6월에 황색으로 핀다. 30개 내외의 길이 5㎜인 접형화(蝶形花)로 이루어진다.애기노랑토끼풀(Trifolium dubium Sibth)은 유럽과 서아시아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서울의 제1한강교와 한강철교의 고수부지에 자란다. 키는 20~40㎝이다. 꽃은 5~15개의 작은 황색 접형화가 둥글게 뭉쳐서 핀다. 붉은새깃토끼풀(Trifolium rubens L.)은 중부 및 남부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지역이 원산지다. 꽃송이가 길쭉하다. 꽃은 붉은색이다.
거꿀꽃토끼풀(Trifolium resupinatum L.)는 중부 및 남부 유럽, 지중해, 그리고 펀자브까지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서남 아시아가 원산지다. 키는 60cm 정도이다. 꽃은 토끼풀과 비슷하지만, 흰색 바탕에 분홍색이 감돈다. 붉은토끼풀(Trifolium pratense L.)은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키는 30~60cm이다. 토끼풀처럼 잎 표면에 흰 무늬가 있다. 꽃은 6~7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 자주빛 또는 홍자색 꽃이 빽빽하게 모여 두상꽃차례를 이룬다. 선토끼풀(Trifolium hybridum L.)은 남부 유럽과 서남 아시아의 산악 지역이 원산지다. 한강토에서는 서을의 한강고수부지, 강원도 대관령에서 발견되었다. 키는 40cm까지 자란다. 꽃은 담홍색이고, 드물게 흰색도 있다. 진홍토끼풀(Trifolium incarnatum L.)은 유럽이 원산지다. 키는 20~50cm이다. 꽃은 봄과 여름에 걸쳐 피며, 짙은 붉은색 또는 진홍색이다.
2022. 12. 2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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