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고추나물 '친절, 쾌유'

林 山 2023. 2. 15. 17:55

2022년 7월 16일 충주시 중앙탑면 하구암리 을궁산(乙宮山) 기슭에 있는 봉황자연휴양림 산책로를 걷다가 마침 활짝 피어 있는 고추나물 꽃을 만났다. 귀엽고 앙증맞은 노란색 꽃이었다.  

고추나물(충주 을궁산, 2022. 7. 16)

고추나물이라는 이름은 교초채(翹草菜)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교초채(翹草菜)는 한약재 연교(連翹)와 약성(藥性)이 비슷하고, 어린 순(草)을 나물(菜)로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초채->교초나물->고초나물->고추나물로 음운 변화가 일어났다고 봐야 한다. 이 설은 고추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이름이다. 한편, 고추나물은 열매가 하늘을 향해서 붉게 익어가는 모습이 고추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고추나물(충주 을궁산, 2022. 7. 16)

고추나물은 물레나물목 물레나물과 물레나물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고추나물을 제절초(第切草), 배초(排草), 서향초(瑞香草), 지이초, 합장초, 전기황, 여지초, 대월초, 관음초라고도 한다. 본초명은 소연교(小蓮翹), 대금작(大金雀), 홍한련(紅旱蓮)이다. 다음백과에 등재된 꽃말은 '친절, 쾌유', 야생화백과사전에 등재된 꽃말은 '적의, 미신, 친절, 형제의 정'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고추나물의 학명은 히페리쿰 에렉툼 툰베리(Hypericum erectum Thunb.)이다. 속명 '히페리쿰(Hypericum)'은 '위에, 위로(over)'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후페르(hupér)와 '히스(heath)'의 뜻을 가진 '에레이케(ereíkē)'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라틴어 고유명사이다. 종소명 '에렉툼(erectum)'은 '에렉투스(ērēctus)'의 중성 주격 단수형 분사이다. '에렉투스(ērēctus)'는 '들어올리다, 일으키다(raise), 세우다(erect)'의 뜻을 가진 라틴어 '에리고(ērigō)'의 완전 수동형 분사이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국표에 등재된 고추나물의 영어명은 이렉트 세인트 존스워트(Erect St. Johnswort)이다. 국표와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미카와의 식물 관찰)에 등재된 일본명은 오토기리소(オトギリソウ, 弟切草·小連翹)다. 일본명 오토기리소(オトギリソウ, 弟切草)는 에도 시대(江戸時代, 1603~1868) 바쿠후(幕府)나 다이묘(大名)의 전속(專屬) 다카죠(鷹匠)가 이 풀을 비약(秘薬)으로 삼았던 비밀을 누설한 동생(弟)을 칼로 베었다(切)는 일화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띠치에차오(弟切草)의 유래에 대해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의 전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지방 귀족을 위해 매를 기르고 이 약으로 매를 지혈시켰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 비밀을 누설한 동생이 형을 참살하였다고 하여 띠치에차오(弟切草)라 하였다. 이 풀은 일본어 문맥에서 원망이나 비밀 등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풀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 자료에는 형이 동생을 죽였는데, 중국 자료에는 동생이 형을 죽인 것으로 나와 있다.   

'Flora of Mikawa'와 중문판 위키백과에 등재된 중국명은 샤오롄챠오(小連翹)이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샤오롄챠오(小連翹)의 이명으로 샤오챠오(小翘), 치청란(七层兰), 루이샹차오(瑞香草), 나이쟝차오(奶浆草), 따티엔지(大田基), 샤오취마이(小瞿麦), 파이차오(排草), 샤오뚜이예차오(小对叶草), 샤오위안빠오차오(小元宝草) 등이 있다.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샤오롄챠오(小連翹)의 꽃말은 '지도(指導)', '세례자 요한의 꽃(施洗者約翰之花)'이다. 이어 '예로부터 기독교에서는 성자를 특정한 꽃과 연결시키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는 교회가 성자를 기릴 때 항상 활짝 핀 꽃으로 제단을 장식했기 때문이다. 중세 가톨릭 수도원에는 정원 가꾸기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는 366일 해당 성자들을 각기 다른 꽃들과 연결해서 이른바 화력(花曆)을 만들었다. 당시 대부분의 수도원은 지중해성 기후로 화초 재배에 적합한 남유럽 지역에 있었다. 샤오롄챠오(小連翹)는 가늘고 긴 외형을 가진 덩굴과 식물이다. 기념되는 성인은 세례자 요한이다. 영어 이름은 St. Johnswort(聖約翰之草)이다. 영국 황야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로 산성 토양에서 잘 자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추나물의 원산지는 한강토(조선반도)를 비롯해서 일본, 중국, 러시아, 타이완 등지다. 한강토와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의 산과 들, 초원에 자생한다. 중국에서는 쟝쑤(江蘇), 안후이(安徽), 쩌쟝(浙江), 푸졘(福建), 후베이(湖北), 후난(湖南) 등지에 난다.   

고추나물(충주 을궁산, 2022. 7. 16)

고추나물의 뿌리는 아주 단단하다. 키는 20~60cm 정도이다. 원줄기는 둥글고 곧게 서며, 녹색이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서로 접근하여 원줄기를 감싼다. 잎 끝은 둔하고 피침형(披針形)이며 길이 2~6cm, 너비 7~30mm이다. 잎에는 흑색 유선점(油腺點)이 있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유선점이 함유하고 있는 히페리신(hypericin)은 광작용성 물질로 섭취 후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염이나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꽃은 7~8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당일 진다. 꽃 지름은 15~20mm이다. 가지 끝에 많이 달리고, 전체가 원뿔 모양 비슷한 꽃차례로 된다. 꽃받침조각은 녹색이고 꽃잎과 더불어 각각 5개이다. 꽃잎은 길이 8~10mm이다. 수술은 많으며 3개로 갈라진다. 암술대는 길이 3.5~4mm이다. 포는 잎 모양이지만 작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길이 5~11mm로서 달걀 모양이고, 작은 종자가 많이 들어 있다. 종자의 겉에는 잔 그물맥이 있으며, 길이 1mm 정도이다. 삭과는 가을철에 익어서 터진다. 

고추나물(충주 을궁산, 2022. 7. 16)

고추나물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는다. 연한 잎과 줄기를 데쳐 나물로 먹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다른 산나물과 같이 데쳐서 무쳐 먹기도 한다. 꽃이 작고 귀여워서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국생정에는 고추나물의 효능에 대해 '전초(全草)를 소연교(小連翹)라 하며 민간에서 약용한다. 6~8월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다. 전초에는 태닌(tannin), 히페리신(hypericin)이 함유되어 있다. 히페리신은 빛에 대하여 민감한 작용을 해서 사람이나 동물이 이를 먹으면 피부염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소연교는 활혈지혈(活血止血), 조경(調經), 통유(通乳), 소종지통(消腫止痛)의 효능이 있다. 토혈, 비출혈(鼻出血), 자궁출혈, 월경불순, 유즙불통(乳汁不通), 절종(癤腫, 작은 부스럼), 타박상, 창상출혈(創傷出血)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소연교는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나 동의보감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다.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소연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중문판 빠이두백과에는 샤오롄챠오(小連翹)에 대해 '해독소종(解毒消腫), 활혈지혈(活血止血)의 효능이 있어 토혈(吐血), 뉵혈(衄血), 자궁출혈(子宮出血), 월경부조(月經不調), 유즙불통(乳汁不通), 절종(癤腫), 질타손상(跌打損傷), 창상출혈(創傷出血) 등을 치료한다.'고 나와 있다.   

고추나물(충주 을궁산, 2022. 7. 16)

한강토에 자생하는 고추나물의 유사종에는 애기고추나물(Tiny St. Johnswort, ヒメオトギリ), 좀고추나물(Loose St. Johnswort, コケオトギリ), 채고추나물(Attenuate St. Johnswort, シナオトギリソウ), 다북고추나물(Tuft St. Johnswort, フジオトギリ), 정족산고추나물(Jeongjocksan St. Johnswort), 제주고추나물(Jeju St. Johnswort), 진주고추나물(Few-flower St. Johnswort, アゼオトギリ), 물레나물(Great St. Johnswort , トモエソウ), 애기물레나물(Gebleri St. Johnswort) 등이 있다.   

애기고추나물(Hypericum japonicum Thunb.)은 줄기가 곧게 서고, 키는 15~50㎝로 작은 편이다. 고추나물보다 작은 꽃이 먼저 핀다. 원줄기에서 가지가 나와 그 가지에 꽃이 한 송이 달린다. 좀고추나물[Hypericum laxum (Blume) Koidz.]은 고추나물 종류 중 가장 작아서 키는 5~30㎝이다. 포가 달걀 모양의 타원형이다. 채고추나물(Hypericum attenuatum Fisch. ex Choisy)의 키는  30~80cm 정도이다. 물레나물의 축소형이다. 꽃잎에 검은색 반점이 있고, 가장자리를 채썬 듯 톱니처럼 갈라진다. 다북고추나물(Hypericum erectum Thunb. var. caespitosum Makino)은 키가 작고 잎이 줄 모양 타원형이며 밑부분에서 뭉쳐난다. 정족산고추나물(Hypericum jeongjocksanense S.J.Park & K.J.Kim)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웅촌면 경계 지점에 있는 정족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자생지 확인이 필요하다. 제주고추나물(Hypericum chejuense S.J.Park & K.J.Kim)은 제주도에서 발견되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진주고추나물(Hypericum oliganthum Franch. & Sav.)은 종자에 그물 같은 잔무늬가 있으며, 줄기 밑부분에 다음 해의 새싹이 생기는 것이 독특하다. 진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물레나물(Hypericum ascyron L.)은 키가 50~100cm 정도이다. 꽃 모양이 마치 바람개비나 물레를 연상하게 한다. 애기물레나물[Hypericum ascyron L. subsp. gebleri (Ledeb.) N.Robson]의 원산지는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이다. 한강토에서는 강원, 평북, 함경남북도 등지에 분포한다. 키는 30~60cm로 물레나물보다 왜소하다. 잎은 마주나며 긴 타원상 피침형이다. 7월에 취산꽃차례로 노란 꽃이 핀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고추나물의 유사종에는 가는고추나물, 눈고추나물, 털고추나물, 서양고추나물, 서양고추나물 '토파즈', 아일랜드물레나물, 모세물레나물 '트라이컬러', 망종화, 갈퀴망종화 등 25종이 있다.  

 

2023. 2. 15.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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