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녹양박하(綠洋薄荷, 녹박하, 스피어민트)

林 山 2023. 3. 15. 17:45

2022년 7월 28일 걸어서 퇴근하다가 길가에 한창 꽃이 피어나고 있는 녹양박하(綠洋薄荷)를 만났다. 박하속(薄荷屬) 식물인 녹양박하는 스피어민트(Spearmint)라고도 하고, 녹박하(緑薄荷)라고도 한다. 양박하(洋薄荷)는 서양박하(西洋薄荷), 녹양박하(綠洋薄荷)는 잎이 진한 녹색인 서양박하라는 뜻이다. 

박하속 식물은 대개 강한 방향(芳香)이 있다. 박하속 가운데 우리가 흔히 그 이름을 접하는 식물은 박하(薄荷), 페퍼민트(Peppermint), 애플민트(Apple Mint), 스피어민트(Spearmint), 워터민트(Watermint) 등이 있다. 이들은 꽃이 피기 전에는 그 형태가 비슷해서 일반인들은 구별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향기만으로 이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 박하는 매우면서 상쾌한 향, 페퍼민트는 후추처럼 톡 쏘면서 상쾌한 향, 애플민트는 박하향에 사과향이 섞인 향, 스피어민트는 달콤하면서 상쾌한 향, 워터민트는 박하향과 비슷한 향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향기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이들 향을 구별하기란 매우 어렵다.  먼저 녹양박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녹양박하(충주시 연수동, 2022. 7. 28)

녹양박하는 통화식물목 꿀풀과 박하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과 국가표준시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녹양박하의 학명은 멘타 스피카타 린네(Mentha spicata L.)이다. 속명 '멘타(Mentha)'는 '박하(mint)'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민테(mínthē)'에서 유래한 라틴어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속명 '멘타(Mentha)'에 대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 멘타(Mentha)에서 따왔다. 전설에 따르면 그녀는 명계(冥界)의 신 하데스(Hades)가 사랑한 요정이라고 한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Persephone)는 요정 멘타가 남편 하데스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분노한 페르세포네는 멘타를 박하 한 포기로 만들었다. 박하는 고대 동양에서 매우 많이 사용되었으며, 유럽에서도 천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고대 그리스 남성들은 매력을 높이기 위해 박하 향수를 바르는 것을 좋아했고, 고대 로마와 그리스인들은 모두 박하 잎을 목욕에 사용했으며, 이집트 출토 유물에서 박하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나와 있다.   

종소명 '스피카타(spicata)'는 라틴어 '스피카투스(spicatus)'에서 어형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스피카투스(spicatus)'는 '이삭꽃차례를 갖춘(furnish with spikes)'의 뜻을 가진 '스피코(spīcō)'의 완전과거분사형이다. '뾰족한(spiky), 이삭꽃차례를 갖춘(having been furnished with spikes), 이삭이 나오는(eared, having put forth ears)'의 뜻이다. '스피코(spīcō)'는 '이삭(head, ear, spike)'의 뜻을 가진 라틴어 '스피카(spica)'에서 유래한 라틴어 명사다. '스피카(spica)'는 이탈리아조어(Proto-Italic) '스페이카(speikā)', '스페이카(speikā)'는 아마도 '날카로운(sharp), 날카로운 가지(sharp stick)'의 뜻을 가진 인도유럽조어(Proto-Indo-European) '스페이-(spey-)'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표에 등재된 녹양박하의 영어명은 부쉬 민트(Bush mint), 북한명은 녹박하(緑薄荷)이다. 국생정과 국표에는 녹양박하의 국명과 학명만 등재되어 있을 뿐 아무런 설명도 찾을 수 없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녹양박하의 영어명은 스피어민트(spearmint), 중국명은 류란샹(留兰香)이다. 이삭꽃차례가 창(spear)을 닮은 박하(mint)라고 해서 스피어민트(spearmint)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본명은 미도리핫카(ミドリハッカ, 緑薄荷), 이명에는 스페아민토(スペアミント, spearmint), 오란다핫카(オランダハッカ, 네덜란드 박하) 등이 있다. 중문판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 등재된 녹양박하의 중국명은 류란샹(留兰香)이고, 이명에는 루보허(绿薄荷), 샹화차이(香花菜), 샹보허(香薄荷), 칭보허(青薄荷), 시에샹차이(血香菜), 꺼우러우샹(狗肉香), 투보허(土薄荷) 등이 있다.  스피어민트의 한글명은 녹양박하보다는 녹박하를 추천하고 싶다. 

일문판 어원유래사전(語源由来辞典)에는 '박하(薄荷)의 일본명 핫카(ハッカ)는 민토(ミント, mint)의 한자명(漢名) 하쿠카(薄荷, ハクカ)에서 발음 편의상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한자명 박하(薄荷)의 유래는 잎을 증류하여 박하유(薄荷油)를 채취하면 적은 양밖에 되지 않으며, 운반할 때 짐(荷)이 작아지는(薄, 少) 데서 유래했다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박하를 야식화(夜息花), 번하채(蕃荷菜), 인단초(人丹草)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번하채(蕃荷菜)를 잘못 써서 박하(薄荷)가 되었고, 그것이 일반 명칭으로 굳어졌다고도 한다.'고 나와 있다.  

녹양박하의 원산지는 남유럽, 카나리아 제도, 마데이라 제도, 러시아가 원산지이다.  유럽과 중동, 히말라야, 중국 등 아시아에 자생하며 아프리카 북서부, 남북아메리카, 다양한 해안섬의 일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에 녹양박하를 향료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허베이(河北), 쟝쑤(江苏), 저쟝(浙江), 광동(广东), 광시(广西), 쓰촨(四川), 구이저우(贵州), 윈난(云南) 등지에서 재배한다. 일부는 재배지를 벗어나 야생화되었다. 신쟝(新疆)에는 야생 녹양박하가 자란다.  

녹양박하(충주시 연수동, 2022. 7. 28)

녹양박하의 키는 40~130cm이다. 전체에 털이 거의 없고 강한 방향이 있다. 줄기는 네모지고, 세로로 줄이 있으며, 똑바로 선다. 줄기에서 가지가 잘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對生)하며, 잎자루가 없거나 거의 없다(0~2mm). 엽신(葉身)은 난상 장타원형(卵状長楕圓形) 또는 타원상 피침형(楕圓狀披針形), 길이 3~7cm, 너비 1~2cm이다. 기부는 광설형(廣楔形) 또는 원형(圓形)이고, 잎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잎 끝은 예형(鋭形) 또는 첨예형(尖鋭形)이다. 잎 표면은 평활하거나 주름형도 있다.  

꽃은 6~10월 줄기 꼭대기에서 나온 이삭 모양의 긴 꽃줄기에 윤산꽃차례(輪散花序)로 달린다. 기부에서는 약간 꽃차례의 간격이 벌어진다. 소포(小苞)는 선형(線形)이며, 길이 5~8mm이다. 작은꽃자루(小花柄)는 길이 약 2mm이다. 꽃받침(萼)은 불분명한 5맥이 있으며, 꽃받침니(萼歯)는 삼각상 피침형(三角状披針形)이고, 길이는 약 1(1.5~2.5)mm이다. 꽃부리(花冠)는 길이 약 4(3~4)mm, 보라색을 띤 흰색 또는 분홍색, 라벤더색이다. 꽃에는 털이 없다. 꽃부리의 통부(筒部)는 길이 약 2mm이다. 꽃부리 열편의 끝은 오목형이다. 긴 수술은 꽃부리 밖으로 나온다. 씨방은 갈색이며, 털이 없다.  

'취안궈중차오야오후이비엔(全国中草药汇编)'과 '중화벤차오(中华本草)'에는 류란샹(留兰香)에 대해 '거풍산한(祛风散寒), 지해(止咳), 소종해독(消肿解毒)의 효능이 있어 위완창통(胃腕胀痛), 복창(腹胀), 신경성두통(神经性头痛) 등을 치료한다. 외용(外用)하면 질타종통(跌打肿痛, 타박상), 결막염(眼结膜炎), 소아창병(小儿疮病)을 치료한다. 류란샹에는 스피어민트 오일을 추출할 수 있다. 에센셜 오일은 제약 및 식품 산업에서 널리 사용된다. 어린 가지는 향신료로 사용하여 음식의 풍미를 높일 수 있다. 류란샹은 차로도 마실 수 있으며, 아이스티와 같은 일부 무알코올 음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녹양박하(충주시 연수동, 2022. 7. 28)

한강토에 자생하는 녹양박하의 국표 등재 유사종에는 박하(Bakha (East Asian wild mint, ハッカ, 薄荷), 털박하(Bearded wildmint) 등 2종이 있다. 박하(Mentha arvensis L. var. piperascens Malinv. ex Holmes)는 전국에 야생하고 한때 약용식물로 재배하였다. 키는 5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둔한 사각이 지고, 전체에 짧은 털이 나며,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고 긴 타원형이며 양끝이 좁다. 잎 양면에 유점과 털이 약간 있으며,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7~9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윗부분과 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윤산화서로 빽빽하게 달린다. 열매는 분과(分果)로 타원형이다. 털박하[Mentha arvensis L. var. barbata (Nakai) W.T.Lee]는  함경남도 혜산, 진천보에 분포한다. 키는 20~50cm 정도이다. 줄기와 잎, 꽂받침에는 털이 약간 있다. 잎은 마주나고 좁은 달걀형, 달걀형 또는 긴타원형이다.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녹양박하의 국표 등재 유사종에는 워터민트(watermint, ヌマハッカ, 沼薄荷, 水薄荷), 애플민트(Applemint, pineapple mint, woolly mint, round-leafed mint, マルバハッカ, 丸葉薄荷, 苹果薄荷), 무늬애플민트(Mint Pineapple, Applemint, 斑葉鳳梨薄荷), 페퍼민트(Peppermint, 후추박하), 무늬페퍼민트(Lemon mint, Eau de cologne mint), 오데코롱민트(Lemon mint, Eau de cologne mint, Mint Eau de Cologne), 초콜릿민트(Lemon mint, Eau de cologne mint), 페퍼민트 '로지스'(Lemon mint; Eau de cologne mint), 페니로얄민트(Pennyroyal, メグサハッカ, 目草薄荷, 唇萼薄荷) 등이 있다.     

워터민트(Mentha aquatica L.)의 원산지는 유럽이며, 아프리카 북서부와 아시아 남서부에도 분포한다. 습지와 물가에 자생한다. 키는 약 90cm까지 자란다. 줄기의 단면은 사각형이고, 녹색 또는 자주색이다. 잎은 달걀형 또는 달걀상 피침형이고, 녹색 또는 자주색이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여름 중후반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강한 박하향을 가지고 있다. 녹양박하와 교잡하여 페퍼민트를 만든다. 애플민트(Mentha suaveolens Ehrh.)의 원산지는 남부 및 서부 유럽이며, 유럽 중부 및 북부에도 귀화하고 있다. 일본이나 뉴질랜드에도 귀화했다. 키는 30~80cm 정도이다. 줄기는 4개의 둔한 모서리가 있고, 곧게 선다. 잎은 좁은 달걀형 또는 달걀형이고, 밝은 녹색이다. 잎자루는 없다. 잎 표면에는 솜털로 덮이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여름 중후반 줄기와 가지 끝의 이삭 모양 윤산화서(轮伞花序)에 흰색이나 연분홍색으로 핀다. 꽃차례 길이는 4~9cm이다. 과일향 비슷한 박하향이 난다. 무늬애플민트(Mentha suaveolens 'Variegata')는 유럽과 서아시아에 분포한다. 달걀 모양의 잎 가장자리에 흰색 또는 크림색 불규칙한 무늬가 있다. 잎에는 가늘고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사과 또는 파인애플과 비슷한 향을 지녔다. 일본에서는 7월~9월에 걸쳐 줄기 끝에서 나온 이삭 모양 꽃차례에 흰색에서 연한 자주색의 작은 꽃이 다수 달린다.   

페퍼민트(Mentha × piperita L.)는 워터민트와 스피어민트의 교잡종이다. 유럽이 원산지이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다. 키는 30~90cm 정도이다. 줄기의 단면은 정방형이고 부드럽다. 잎은 타원형이고 짙은 녹색을 띤다. 잎 가장자리는 톱니 모양이다. 잎과 줄기의 표면에는 잔털이 듬성듬성 난다. 꽃은 한여름에서 늦여름까지 보라색으로 핀다. 길이 6~8mm 길이의 꽃이 뭉쳐 난다. 무늬페퍼민트(Mentha × piperita 'Variegata')는 잎에 유백색 무늬가 있는 페퍼민트이다. 오데코롱민트[Mentha × piperita f. citrata (Ehrh.) Briq.]의 키는 높이 30~90cm이다. 줄기와 잎은 자줏빛 황갈색이다. 꽃은 6~7월에 연보랏빛 분홍색으로 핀다. 강한 향이 있는 허브 식물로, 주로 향료로 이용된다.

 

초콜릿민트(Mentha × piperita f. citrata 'Chocolate')는 유럽이 원산지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 귀화했다. 키는 30~45cm 정도이다. 줄기와 잎맥은 초콜릿색을 띤다. 꽃은 한여름에서 늦여름에 자주색으로 핀다. 페퍼민트 '로지스'(Mentha × piperita 'Logee'S')의 키는 50c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원통형 이삭꽃차례에 옅은 보라색으로 핀다. 잎은 녹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페니로얄민트(Mentha pulegium L.)의 원산지는 유럽, 서아시아이다. 키는 50c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무딘 사각형에 적자색으로 염색되며, 가지가 많다. 잎은 타원형 또는 달걀형으로 위쪽은 녹색, 아래쪽은 회녹색이다. 잎 양면은 약간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꽃은 9월 윤산꽃차례에 밝은 장미색 또는 자주색으로 핀다. 드물지만 흰색도 있다. 어린순은 채소, 꽃은 차, 말린 전초는 약재로 사용한다. 향주머니 재료로도 쓰인다. 

 

2023. 3. 17.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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