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7일 야생화 탐사를 위해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청량산(497.1m)으로 오르는 산길 초입에서 철망을 타고 올라간 유주를 만났다. 여주 덩굴에는 제법 길쭉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여주는 이파리가 하늘타리와 비슷하고, 노란색 꽃은 수박이나 참외, 열매는 오이 느낌이 난다. 여주가 이들을 골고루 닮은 것은 아마도 같은 박과 식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주는 박목 박과 여주속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다. 재배식물이며, 1속 1종만 있다. 여주라는 이름은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처음 보인다. 여주를 긴여주(우리나라식물명감, 1949), 여지(한국농식물자원명감, 1982), 여자(한조식물명칭사전, 1982)라고도 한다. 꽃말은 '열정, 정열, 강장'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과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여주의 학명은 모모르디카 카란티아 린네(Momordica charantia L.)이다. 속명 '모모르디카(Momordica)'에 대해 위셔너리(Wiktionary)에는 '박과에 속하는 분류학적 속- 비터 멜론(bitter melon)과 그 근연종(近緣種)을 뜻하는 다국어 고유명사이다. 어원은 알 수 없다.'라고 나와 있다.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의 설명에 따르면 '모모르디카(Momordica)'는 라틴어 '모모르디세(momordisse)'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다. '모모르디세(momordisse)'는 '물다(bite)'는 뜻의 라틴어 '모르데오(mordeō)'의 완전 능동태 부정사다. 여주의 씨앗이 물린 것처럼 보이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린네(L.)'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이다. 린네는 생물 분류학의 기초를 놓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여 현대 식물학의 시조로 불린다.
국생정 등재 여주의 영어명은 비터 구어드(Bitter gourd)이다. '쓴 박'이라는 뜻이다. 국표 등재 영어명은 볼섬 페어(Balsam Pear), 라콰(La-kwa), 비터 구어드(Bitter Gourd), 비터 큐컴버(Bitter Cucumbe)이다.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등재 영어명은 볼섬페어(balsampear), 볼섬애플(balsam-apple), 비터 구어드(bitter gourd), 비터 멜론(bitter melon), 비터 큐컴버(bitter-cucumber)이다.
국생정 등재 여주의 일본명은 니가우리(ニガウリ, 苦瓜)이다. '쓴 오이'라는 뜻이다. 국표 등재 일본명은 쯔루레이시(ツルレイシ, 蔓茘枝)이다. 'Flora of Mikawa' 등재 일본명은 니가우리(ニガウリ, 苦瓜)이고, 쯔루레이시(ツルレイシ, 蔓茘枝)와 고야(ゴーヤ)는 이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오키나와(沖縄)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야(ゴーヤ)라고 부른다. 일본 본토에서도 고야(ゴーヤ)가 일반적인 이름이다. 오키나와 요리 고야참프루(ゴーヤーチャンプル)가 인기를 끌면서 여주는 일반 야채가 되었다.
'Flora of Mikawa' 등재 중국명은 쿠과(苦瓜)이다. 중문판 위키백과 등재 중국명은 쿠과(苦瓜)이고, 이명에는 량과(涼瓜), 반셩과(半生瓜), 라이푸타오(癞葡萄), 진리즈(锦荔枝) 등이 있다.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등재 중국명은 쿠과(苦瓜)이고, 이명에는 라이푸타오(癞葡萄), 량과(凉瓜), 진리즈(锦荔枝), 라이과(癞瓜) 등이 있다.
본초강목(本草纲目)에는 '쓴맛으로서 이름을 삼았다(苦以味名)'는 기록이 있다. 쿠과(苦瓜)라는 이름의 유래다. 쿠과(苦瓜)는 쓴맛으로 유명하고, '쿠(苦)'자가 듣기에 좋지 않아 광둥(广东) 사람들은 량과(凉瓜)라고 부른다. 그런데, 원래 광둥에 살던 사람들은 량과(凉瓜)라고 부르지 않고, 쿠과(苦瓜)라고 부른다. 다른 지방 사람이나 광주로 이주한 다른 지방 사람들이 주로 량과(凉瓜)라고 부른다. 열매에 혹 모양의 돌기들이 많이 나 있어 라이과(癞瓜)라고도 한다. 또, 열매는 참외 표면에 주름이 많이 있는 것 같은데, 주름진 모습이 열대 과일인 리치(荔枝, lychee, lichee)와 비슷해서 진리즈(锦荔枝)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 민간 전설에서 여주는 '자신의 쓴맛을 다른 것에 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주를 생선이나 고기 등과 함께 볶거나 삶아도 쓴맛을 다른 요리 재료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기 때문에 '군자의 덕과 공이 있다'고 하여 사람들은 '군자 채소(君子菜)'라고 부른다.
여주는 인도,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오랫동안 재배되어 왔다. 17세기에는 여주가 유럽에 소개되어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되었다. 중국 밍(明)나라 때 쓴 '구황본초(救荒本草, 1406)'에 여주에 대한 기록이 있다. 밍나라 때 쉬광치(徐光启)는 '농정전서(农政全书, 1639)'를 저술하여 중국 남부 사람들이 여주를 많이 먹는다고 언급하였다. 당시 중국 남부에서는 여주가 일반적으로 재배되었으며, 현재는 중국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
'Flora of Mikawa'에는 여주의 원산지가 아프리카, 열대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피지로 등재되어 있다. 중문판 위키백과에는 여주의 원산지에 대해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야생 또는 반순응된 변종은 선사시대 아시아 전역에 걸쳐 있었으며, 동남아시아에 완전히 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는 전국 각지에 분포한다.
여주 덩굴의 길이는 1∼5m 정도이다. 줄기는 가늘게 자라며,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아서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엽병이 길며, 손바닥 모양으로 5~7번 갈라지고, 열편은 끝이 뾰족하다. 잎 가장자리가 다시 갈라지기도 하고, 대개 톱니가 있다.
꽃은 일가화로서 7~9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 1송이씩 달리고, 포는 달걀 모양이며 녹색이다. 꽃받침은 종 모양이고, 5개로 갈라지며, 열편은 달걀 모양이다. 꽃부리는 지름 2cm 정도로서 5개로 깊게 갈라진다. 수술은 3개이고, 떨어져 있다. 씨방은 3실이다. 암술대는 보통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타원형이며, 혹 모양의 돌기가 밀생한다. 황적색으로 익으면 불규칙하게 갈라져서 홍색 육질로 싸여 있는 종자가 나타난다. 성숙한 종자를 싸고 있는 홍색 육질은 달지만, 과피는 쓴맛이 있다.
여주는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특이해서 관상용으로 재배하고 있다. 어린 열매는 식용한다. 여주는 달고 쓴맛이 나며, 익은 과육과 가종피(假種皮)는 주로 채소로 사용된다. 열매를 볶음요리, 샐러드, 커리요리, 피클 등으로 이용한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쓴맛을 줄인 여주에 닭 가슴살, 두부, 잣을 곁들인 요리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 여주의 아삭함이 일품이다. 돼지고기에 여주를 곁들인 요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 오키나와에서는 고야차가 전통건강차로 인기가 있다.
여주의 과실은 고과(苦瓜), 뿌리는 고과근(苦瓜根), 줄기는 고과등(苦瓜藤), 잎은 고과엽(苦瓜葉), 꽃은 고과화(苦瓜花), 종자는 고과자(苦瓜子)라 하며 약용한다. 고과는 청서척열(淸暑滌熱), 명목(明目), 해독의 효능이 있어 열병으로 인한 번갈(煩渴)로 물을 켜는 증상, 중서(中暑, 熱射病), 이질, 적안동통(赤眼疼痛), 옹종(癰腫), 단독(丹毒), 악창(惡瘡)을 치료한다. 고과근은 청열해독(淸熱解毒)의 효능이 있어 이질, 변혈(便血), 정창종독, 풍화통(風火痛), 치통(齒痛)을 치료한다. 고과등은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이질, 창독(瘡毒), 치통, 소아태독(小兒胎毒)을 치료한다. 고과엽은 위병(胃病), 이질, 정창종독을 치료한다. 고과화는 이질을 멈추게 하고 위기통(胃氣痛)을 치료한다. 고과자는 익기(益氣), 보장(補腸)의 효능이 있어 병든 쇠고기를 먹고 중독(中毒)을 일으킨 데 갈아서 물에 타 복용한다.
바이두백과에는 쿠과(苦瓜)에 대해 '청열해독한다. 심중번열(心中烦热)을 사라지게 하고 체내 독소를 제거한다. 피부를 보양한다(养颜嫩肤). 피부의 활력을 높여 부드럽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신선한 여주를 으깨거나 탕으로 달이면 간화적목(肝火赤目), 위완통(胃脘痛), 습열이질(湿热痢疾)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신선한 여주를 으깨어 바르면 옹종(痈肿), 절창(疖疮)을 치료할 수 있다. 혈당을 낮춰 준다(降血糖). 홍합여주탕(蚌肉苦瓜汤)은 혈당을 낮춰 주는 음식이다. 양혈자간(养血滋肝)한다. 익혀서 먹으면 피와 간을 보하고 윤비보신(润脾补肾)하여 사열(邪热)을 내리고, 피로회복, 청심명복(清心明目), 익기장양(益气壮阳)한다. 소염퇴열(消炎退热)한다. 여주의 쓴맛은 열을 내리고 비장을 튼튼하게 하며 식욕을 돋운다.'라고 나와 있다.
'약이 되는 열대 과일'에는 여주에 대해 '청서지갈(淸署止渴) 효능이 있다. 즉 여름에 날씨가 몹시 더워서 생기는 병을 치료하고 갈증을 풀어준다. 청심(淸心) 작용이 있다. 즉 열사(熱邪)가 심포(心包)에 침입한 것을 치료한다. 청간명목(淸肝明目) 효능이 있다. 즉 간열(肝熱)을 식혀주며 눈을 밝게 해준다. 청열해독(淸熱解毒) 효능이 있다. 즉 열사를 제거하고 열독을 풀어준다. 열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많은 증상에 유효하다. 갈증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증상에 유효하다. 씨는 온보신양(溫補腎陽) 효능, 즉 신장의 양기가 부족한 증상을 따뜻하게 하여 몸을 보한다. 잎과 뿌리는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다.'고 나와 있다.
'Flora of Mikawa'에 등재된 여주의 유사종에는 나가레이시(ナガレイシ, 長茘枝), 니가우리(ニガウリ, 苦瓜), 난반카라수우리(ナンバンカラスウリ, 南蛮烏瓜, 木鳖子, balsam-pear, Chinese bitter-cucumber, Chinese-cucumber, giant spine gourd, spiny bitter-cucumber, sweet gourd) 등이 있다.
나가레이시(Momordica charantia L. var. charantia), 니가우리(Momordica charantia L. var. pavel Crantz, 狭義)는 학명만 등재되어 있고 아무런 설명도 없다. 두 종 모두 여주의 변종이다. 난반카라수우리[Momordica cochinchinensis (Lour.) Spreng.]의 원산지는 중국, 타이완,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말레이시아다. 호주 북동부에서도 자생한다. 줄기는 20m까지 자란다. 잎은 잎자루가 없이 마주난다. 꽃은 5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열매는 7월에 익기 시작하면 주황색으로 변하고, 완전히 익으면 붉은색을 띤다. 멜론 정도 크기이고, 원형 또는 타원형이다. 열매는 두껍고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표면 전체는 가시 모양의 돌기가 돋아 있다. 열매 내부는 노란 부분과 붉은 부분의 가종피로 나뉘어 있다. 씨는 8월에 따서 약으로 쓴다. 둥글납작한 종자가 자라와 모양이 비슷하여 목별자(木鳖子)라고 한다.
2023. 4. 13. 林 山
#여주 #여지 #苦瓜 #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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