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부들레야(Buddleja, 취어초) '친구의 우정'

林 山 2023. 3. 21. 18:53

2022년 8월 초순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를 지나다가 까치수염처럼 작고 하얀 꽃들이 이삭꽃차례로 피어나고 있는 부들레야(Buddleja)를 만났다. 이름만 들어도 부들레야가 외래종 재배식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름만큼이나 한강토(조선반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친숙한 식물은 아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 등재된 부들레야 가운데 흰색 꽃이 피는 부들레야는 부들레야 다비디('픽시 와이트'Buddleja davidii 'Pixie White')와 부들레야 다비디 '와이트 프러퓨전'(Buddleja davidii 'White Profusion'), 부들레야 살리그나(Buddleja saligna Willd.) 등 세 종류가 있다. 꽃차례와 꽃의 특징으로 볼 때 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에 있는 부들레야는 '와이트 프러퓨전'으로 보인다. 관공서 등 공공기관에서 키우는 외래식물은 국명과 학명을 적은 표를 달아 놓으면 좋겠다.     

 

부들레야(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2022. 8. 2)

 

부들레야(Buddleja)는 꿀풀목 현삼과(玄蔘科) 취어초속(醉魚草屬)의 관목이다. 한글판 위키백과는 국표를 인용해서 용담목(龍膽目) 마전과(馬錢科) 부들레야속 낙엽 관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중문판 빠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쭈이위차오과(醉鱼草科) 쭈이위차오속(醉鱼草属)의 낙엽 관목,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에는 고마노하구사과(ゴマノハグサ科, 胡麻の葉草科, 현삼과) 후지우츠기속(フジウツギ属, 藤空木属)의 낙엽 관목으로 등재되어 있다. 

부들레야의 학명은 부들레야 다비디아이 프랑셰(Buddleja davidii Franch.)이다. 국표에 등재된 부들레야의 학명 Buddleja davidi Franch.는 오류로 보인다. 국표 외에 다른 문헌에는 이런 학명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국표에는 학명 부들레야 다비디 프랑셰(Buddleja davidii Franch.)가 국명 부들레야 다비디로 등재되어 있다.     

속명 '부들레야(Buddleja)'는 영국의 식물학자이자 에식스 지방의 성공회 교구목사 애덤 버들(Adam Buddle, 1662~1715)을 기리기 위해 미국 정치인 윌리엄 휴스턴(William Houstoun, 1755~1813) 박사의 제안에 따라 카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가 붙인 것이다. '버들(Buddle)' 뒤에 붙은 '-이아(-ja)'는 여성형 추상명사를 형성하는 근대 라틴어 접미사다. 종소명 '다비디아이(davidii)'는 중국에 파견된 바스크 선교사이자 탐험가, 동물학자이자 식물학자 아르망 다비드(Armand David, 1820~1900) 신부의 이름을 딴 것이다. '다비드(David)' 뒤에 붙은 '-ii'는 학명에 사람 이름을 넣을 때 붙이는 접미사다. 다비드 신부는 중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동물과 식물 표본을 프랑스로 보냈다. 그는 최초로 부들레야가 관목임을 언급했다. '프랑셰(Franch.)'는 프랑스 식물학자 아드리앙 르네 프랑셰(Adrien René Franchet, 1834~1900)이다. 프랑셰는 동아시아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식물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의 식물상을 정리하였다.   

부들레야 '와이트 프러퓨전(White Profusion)'은 부들레야의 한 품종이다. '와이트 프러퓨전'은 흰색 꽃이 풍성하게 달리는 특징을 표현한 이름이다. 부들레야 '와이트 프러퓨전'의 국명은 '흰부들레야' 또는 '흰취어초'를 추천하고 싶다.    

부들레야의 영어명은 버들리어(Buddleja) 또는 버터플라이 부쉬(butterfly-bush), 오린쥐-아이(orange-eye), 서머-라일락(summer-lilac)이다. 꽃 향기가 강해 나비가 많이 모여든다고 해서 버터플라이 부쉬(butterfly-bush), 꽃의 목 부분이 노란색이어서 마치 노란 눈처럼 보인다고 하여 오린쥐-아이(orange-eye), 여름철에 피는 라일락이라고 서머-라일락(summer-lilac)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들레야의 일본명은 후사후지우츠기(フサフジウツギ, 房藤空木)이다. 후사후지우츠기(房藤空木)는 꽃이 등나무(ふじ, 藤)를 연상케 하고, 잎은 대생(対生)하며, 빈도리(うつぎ, 空木·卯木)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후사(房)'는 '(실로 만든) 술, (꽃)송이, 송이처럼 축 늘어진 것' 등의 뜻이 있다. 이명에는 니시키후지우츠기(ニシキフジウツギ, 錦藤空木), 치치부후지우츠기(チチブフジウツギ, 秩父藤空木) 등이 있다. 중국명은 따예쭈이위차오(大叶醉鱼草)이다. '따예(大叶)'는 '큰 잎'의 뜻이다. '쭈이위차오(醉鱼草)'는 부들레야를 짓찧어 물속에 넣으면 물고기들이 취해서 떠오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부들레야 '와이트 프러퓨전'(흰부들레야, 흰취어초)의 영어명은 와이트 버터플라이 부쉬(White Butterfly Bush)이다. 중국명은 바이화따예쭈이위차오(白花大叶醉鱼草) 또는 빠이펑따예쭈이위차오(白丰大叶醉鱼草)이다. 

부들레야의 원산지는 중국 쓰촨성(四川省)과 후베이성(湖北省)이다. 부들레야는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는 야생화되고 있다. 다수의 원예 품종이 있으며, 같은 속 원예 품종과 하이브리드(교잡종)도 많다. '三河の植物観察''에 등재된 부들레야의 품종만 해도 190여 종을 헤아린다. 국표에는 취어초속을 통틀어도 17종만 등재되어 있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취어초속이 단 1종도 등재되어 있지 않다. 

부들레야(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2022. 8. 2)

부들레야의 키는 0.5~5m 정도이다. 줄기 껍질은 옅은 갈색인데, 성장함에 따라 깊게 갈라진다. 가지의 단면은 사각형이다. 어린 가지의 잎 뒷면, 잎자루, 꽃차례에는 흰색 솜털이나 별 모양의 털(星状毛)이 있다. 탁엽(托葉)은 유원형(類圓形) 또는 타원형이고, 길이 1~6mm이다. 잎은 좁은 달걀 모양 또는 좁은 타원형, 아주 좁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 4~20cm, 너비 0.3~7.5cm이다. 잎 표면은 암녹색이고, 털이 없거나 거의 없으며, 첨두예저(尖頭銳底)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꽃은 5~10월에 줄기나 가지 끝에서 나온 원추꽃차례(圓錐花序)에 빽빽하게 달린다. 꽃은 아래부터 위로 핀다. 꽃차례의 길이는 4~30cm, 너비는 2~5cm이다. 아래 포(苞)는 잎 모양이고, 나머지 포는 선형이다. 꽃받침(萼)은 종 모양이고, 길이는 2~3.5mm이며, 바깥에는 별 모양의 털이 있거나 없다. 꽃받침조각(萼片)은 좁은 삼각형이고, 길이 0.5~2mm이다. 꽃부리(花冠)는 자주색 또는 어두운 분홍색, 담홍색, 흰색 등이 있으며, 목 부분은 등황색(橙黄色)을 띤다. 꽃의 길이는 0.8~1.4cm이다. 꽃의 겉면에는 털이 없거나 별 모양의 털이 있고, 샘털(腺毛)이 있다. 꽃통(花筒)은 좁은 통 모양 또는 거의 통 모양이고, 길이 6~11.5mm, 너비 1~1.5mm이다. 꽃통의 안쪽은 기부를 제외하고 부드러운 털로 덮인다. 화관열편(花冠裂片)은 원형에 가깝고, 길이 1.5~3mm, 너비 1.5~3mm이며, 겉면에는 털이 없다. 수술은 꽃통의 기부 또는 중간까지 이른다. 꽃밥은 장타원형, 길이 0.8~1.2mm이다. 씨방은 달걀 모양, 길이 1.2~2mm, 너비 0.8~1.1mm이며, 털이 없거나 짧고 부드러운 털이 있고, 때로는 샘털이 있다. 암술대(花柱)는 길이 0.5~1.5mm. 암술머리(柱頭)는 곤봉형이다. 꽃은 향기가 강하고 꿀이 많이 나와 벌이나 나비들이 많이 모여든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는 갈색에 좁은 타원형 또는 좁은 달걀 모양이고, 길이 5~9mm, 너비 1.5~2mm이며, 털이 없거나 드문드문 별 모양의 털이 있다. 종자는 타원형에 길이 2~4mm, 너비 약 0.5mm이며, 양 끝에 긴 날개가 있다. 종자는 10월에 익는다. 

부들레야(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2022. 8. 2)

부들레야 '와이트 프로퓨전'(흰부들레야, 흰취어초)은 빨리 자란다. 가지는 비스듬히 자라 펼쳐지고, 단면은 사각형이다. 잎은 마주나고 타원형 또는 피침형(披針形)이다. 잎 표면은 회녹색(灰綠色)이며 길이는 약 25cm이다. 꽃은 여름에서 가을까지 원추꽃차례에 흰색으로 무성하게 달린다. 꽃차례 길이는 약 40cm이다. 꽃에는 향기가 있다. 

부들레야 '와이트 프로퓨전'(흰부들레야, 흰취어초)은 공원이나 정원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도로, 공장, 광산 등지의 녹화를 위한 좋은 재료다. 생울타리용으로도 적합하다. 꿀이 많이 들어 있어 밀원용(蜜源用)으로도 가치가 있다. 

부들레야(충주시 연수동 행정복지센터, 2022. 8. 2)

한강토에서 재배하는 부들레야 '와이트 프로퓨전'(흰부들레야, 흰취어초) 국표 등재 유사종에는 16종이 있다. 부들레야 '로크인치'(Buddleja 'Lochinch')는 꽃이 라일락 블루(Lilac blue) 또는 라벤더빛이 도는 푸른색이다. 부들레야 '핑크 딜라이트'(Buddleja 'Pink Delight')는 분홍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로열 레드'(Buddleja davidii 'Royal Red')는 자홍빛을 띤 보라색(Magenta purple)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엘런스 블루'(Buddleja davidii 'Ellens Blue')는 진청색(Deep Blue)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엠파이어 블루'(Buddleja davidii 'Empire Blue')는 보라빛을 띤 청색(violet-blue)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패시네이팅'(Buddleja davidii 'Fascinating')은 짙은 보라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픽시 와이트'(Buddleja davidii 'Pixie White')는 크림색의 흰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다비디 '할리퀸'(Buddleja davidii 'Harlequin')은 적자색의 꽃이 핀다. 부들레야 린들레이아나(Buddleja lindleyana Fortune)는 보라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베네니페라(Buddleja venenifera Makino)는 자주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살리그나(Buddleja saligna Willd.)는 크림색 또는 흰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알테르니폴리아(Buddleja alternifolia Maxim.)는 라일락 색 꽃의 총상꽃차례가 우아하게 늘어진다. 부들레야 야포니카(Buddleja japonica Hemsl.)는 연한 라일락(pale lilac) 색 꽃이 핀다. 부들레야 크리스파(Buddleja crispa Benth.)는 라일락(lilac) 색의 꽃이 핀다. 부들레야 팔로위아나(Buddleja fallowiana Balf.f. & W.W.Sm.)는 연보라빛을 띤 청색(lavender blue) 꽃이 핀다.

 

2023. 3. 22.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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