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네째 아우의 충주중학교 교장 취임을 축하하며

林 山 2023. 3. 7. 11:39

네째 아우가 2023년 3월 1일자로 충주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맏형으로서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서도 정말 기뻐하고 계시리라. 부모님은 맏아들인 내가 교육자의 길을 걸어서 교장이 되기를 바라셨다. 부친이 그런 바람을 갖게 된 것은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충주중학교 교장 임명장을 받은 네째 아우

내가 산척국민학교(지금의 산척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집은 몹시 가난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친은 산척국민학교 소사(小使) 일을 하셨다. 소사란 학교의 정식 직원이 아니라 임시로 고용되어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한겨울에 학교 창고에서 교실의 난로에 쓸 장작을 패시던 부친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친은 당시 산척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을 세상에서 최고의 직업, 최고의 지위로 생각하셨다. 내가 국립대학교 사범대학을 가게 된 것도 부친의 뜻이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충북 괴산의 감물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을 때 기뻐하시던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참여했다가 1989년 노태우 독재정권의 공안탄압으로 해직되었을 때 부모님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조 없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그 이상 크셨으리라.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떳떳한 선생으로서 교단에 서기 위한 나의 선택도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었다.

 

임종서 교장 임명장

내가 교육민주화 운동의 길을 걷을 수 있게 해 준 아우가 바로 네째 아우였다. 아우도 부친의 뜻에 따라 국립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했다. 난 아우가 부모님의 소망을 이루어 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아우는 대학 졸업 후 공립학교에 발령을 받아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교육자로서 열심히 성실하게 근무했다.


해직 이후 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더 공부하고 싶어 한의과대학에 들어갔다. 한의과대학에 다니던 중 정부의 특별 임용 조치로 나는 휴학을 하고 단양중학교에 복직을 했다. 하지만, 이미 나는 한의학 공부에 빠져 있던 터라 1년 뒤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교단을 떠났다.


교단을 떠날 때도 부모님은 한의과대학에 복학하지 말고 교직 생활을 계속하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나는 네째 아우가 부모님의 소망을 반드시 이루어드릴 줄 알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교단을 떠날 수 있었다.

 

임종서 충주중학교 교장 취임 축하 화분

그리고, 2023년 3월 1일 네째 아우는 마침내 교장 선생님이 되어 충주중학교에 부임했다. 하늘나라에서 아우를 대견해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부모님께 잘못한 죄를 아우가 조금이라도 대신 갚아 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 한량없다.


충주중학교 교장 발령 소식을 들은 날 아우에게 '아이들에게는 빛을 주는 인자한 교장 선생님, 동료 교사와 직원들에게는 자상한 도우미 교장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하시게. 항상 낮은 데로 임하시게.'라는 덕담을 건넸다.

 

네째 아우가 동료 선생님과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교장,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자가 되기를 바란다. 아우를 믿는다.

2023년 3월 1일 林 山
#충주중학교 #교장 #임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