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자주조희풀 '딸과 사위를 위하여'

林 山 2023. 5. 18. 18:12

2022년 9월 중순경 야생화 탐사를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서문(西門)인 우익문(右翼門)에서 북문(北門)인 전승문(全勝門)을 향해 가다가 열매에 은빛 수염을 달고 있는 자주조희풀을 만났다. 자주조희풀은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관목이다.  

자주조희풀도 유사종이 매우 많은 식물이다. 특히, 자주조희풀은 병조희풀과 비슷해서 구별할 때 요령이 필요하다. 자주조희풀은 일반적으로 줄기나 가지 끝에서 꽃이 피는 반면에 병조희풀은 줄기의 중간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핀다. 물론 예외도 있다. 그래도 열매가 달린 위치만 보면 자주조희풀인지 아닌지 대략 알 수 있다. 꽃 색도 자주조희풀이 더 진한 편이다. 또, 병조희풀은 꽃받침 아래쪽이 볼록하지만, 자주조희풀은 꽃받침 아래쪽이 볼록하게 되지 않으며, 갈래가 더욱 넓고 길다.    

자주조희풀은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의 낙엽 활엽 관목이다. 자주조희풀은 '자주색 꽃이 피는 조희풀'이라는 뜻이다. '조희'는 '종이->조이->조희'로 음운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는 설이 있다. 1970년대만 해도 '종이'를 '조이'로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자주조희풀의 이명에 목단풀, 선모란풀, 선목단풀, 자주모란풀, 자주목단풀, 자지조희풀 등이 등재되어 있다. 북한명에는 선모란풀(추천명), 넓은모란풀, 목단풀, 선목단풀, 자주조이풀 등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목단초(牧丹草)가 이명, 목단풀이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자주조희풀 열매(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자주조희풀의 학명은 클레마티스 투불로사 투르크자니노(Clematis tubulosa Turcz.)이다. 속명 '클레마티스(Clematis)'는 '덤불 또는 관목(brushwood), 흰색 또는 분홍색, 자주색의 큰 꽃이 피는 덩굴 식물인 클레머티스(clematis)'의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클레마티스(klēmatís)'에서 유래한 라틴어 고유명사이다. 식물체가 덤불(관목) 또는 덩굴성임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소명 '투불로사(tubulosa)'는 '관 모양의(tubular), 관으로 된, 관상화(管狀花)가 있는(tubulous)'의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와 에스빠냐어 '투불로소(tubuloso)'의 여성형 단수 형용사이다. 꽃받침통을 표현한 이름이다. '투르크자니노(Turcz.)'는 러시아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니콜라이 스테파노비치 투르크자니노(Nikolai Stepanovich Turczaninow, 1796~1863)이다. 국생정에는 클레마티스 헤라클레이폴리아 바. 다비디아나 헴슬리(Clematis heracleifolia var. davidiana Hemsl.)라는 학명도 실려 있다.   

국표와 국생정에 등재된 자주조희풀의 영어명은 퍼플 하이어신스-플라워 클레머티스(Purple hyacinth-flower clematis)이다. '퍼플(Purple)'은 '자주', '하이어신스-플라워 클레머티스(hyacinth-flower clematis)'는 '병조희풀'이다. '하이어신스-플라워 클레머티스(hyacinth-flower clematis)'는 '하이어신스 꽃을 닮은 으아리속 식물'이라는 뜻이다. 하이어신스도 판통 위 화피(花被) 6갈래가 뒤로 젖혀진다. 자주조희풀의 일본명은 찾지 못했다. 중문판 즈우즈(植物智)에 등재된 중국명은 관화티에셴롄(管花铁线莲), 속명은 쥐안어티에셴롄(卷萼铁线莲)이다.  

자주조희풀은 한강토(조선반도),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주로 황해, 경기, 강원 등 중부 지방에 분포한다.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산 중턱의 전석지(轉石地) 및 숲속에 난다. 

자주조희풀의 키는 1~1.5m이다. 줄기는 가늘고 길다. 줄기 위쪽은 겨울에 말라 죽는다. 그래서 초본에 가까운 목본이라고 하여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잎은 3출복엽(三出複葉)으로 광란형(廣卵形)에 예저(銳底)이고, 결각(缺刻) 모양의 거친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8월 초~9월 초에 남청색(藍靑色) 또는 보라색으로 핀다. 가지끝 또는 잎겨드랑이에 나오는 우산 모양 꽃차례에 빽빽하게 달리지만, 모여 달리기 때문에 거의 두상(頭狀)으로 보인다. 꽃대가 짧으므로 꽃이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서 핀 것처럼 보인다. 꽃받침은 꽃잎 모양이다. 꽃받침조각은 4개로서 밑부분만 합쳐져서 통형(筒形)으로 되고, 윗부분은 넓게 수평으로 퍼져서 뒤로 많이 말리며, 가장자리에 주름이 진다. 아래쪽은 관 모양이지만 볼록하게 부풀지 않는다. 화피(花被) 길이는 28mm이고, 꽃은 아래로 처지지 않는다. 

열매는 수과(瘦果)이다. 수과는 9월 중순~10월 말에 익는다. 많은 수과가 모여 달린다. 암술대는 열매에 남아 있으며, 길이 2cm 이상으로서 긴 털이 밀생하며 우상(羽狀)으로 보인다. 수과는 잔털이 있으며 편타원형(偏楕圓形)이다. 

자주조희풀의 뿌리는 치냉(治冷), 건위(健胃), 거담(去痰) 등의 효능이 있다(국립수목원). 자주조희풀의 생약명을 초목단(草牧丹)이라고 한다. 주로 운동계, 소화계, 호흡기 질환을 다스린다. 소염, 진통의 효능이 있어 각기, 개창, 골절, 관절염, 담, 복중괴, 신경통, 악성종양, 요슬산통, 위한, 자궁근종, 자한, 천식, 통풍, 풍습, 해수 등에 쓴다(익생양술대전).  

자주조희풀 열매(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9. 17)

국표에 등재된 자주조희풀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병조희풀(Clematis urticifolia Nakai ex Kitag.), 덩굴조희풀(Clematis pseudotubulosa B.K.Park), 종덩굴(Clematis fusca Turcz. var. violacea Maxim.), 검종덩굴(Clematis fusca Turcz.), 두류산종덩굴(Clematis turyusanensis U.C.La & Chae G.Chen), 바위종덩굴(Clematis calcicola J.S.Kim), 세잎종덩굴(Clematis koreana Kom.), 자주종덩굴[Clematis alpina (L.) Mill. var. ochotensis (Pall.) S.Watson], 좀종덩굴(Clematis crassisepala Ohwi), 털종덩굴(Clematis pseudokoreana R.J.Im & U.C.La), 으아리(Clematis mandshurica Rupr.), 참으아리(Clematis terniflora DC.), 대구으아리(Clematis taeguensis Y.N.Lee), 외대으아리(Clematis brachyura Maxim.), 큰꽃으아리(Clematis patens C.Morren & Decne.), 사위질빵(Clematis apiifolia DC.), 작은사위질빵(Clematis pierotii Miq.), 좀사위질빵(Clematis brevicaudata DC.), 좁은잎사위질빵(Clematis hexapetala Pall.), 요강나물[Clematis fusca Turcz. var. flabellata (Nakai) J.S.Kim], 개버무리(Clematis serratifolia Rehder), 할미밀망(Clematis trichotoma Nakai) 등이 있다.  

병조희풀(Hyacinth-flower clematis, タチクサボタン)은 한강토, 일본,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주로 백두대간에 야생하지만 그 이외 지역에서도 드물게 분포한다. 키는 1m 정도이다. 꽃은 7월 초~9월 초에 피며, 여러 개가 액생한다. 꽃대에 백색 털이 있다. 꽃받침 열편은 4개이고, 길이는 2~2.5cm로 통형이며, 짙은 하늘색으로 겉에 털이 있고, 뒤로 약간 말린다. 덩굴조희풀(Creeping hyacinth-flower clematis)은 국표에 학명,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미등록종이다. 

종덩굴(Violet Stanavoi clematis, キンチャクズル, 紫花鐵線蓮)은 한강토,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북에 난다. 꽃은 여름에 암자색으로 피고, 종형으로 밑으로 처지며, 잎겨드랑이에 1개씩 달린다. 검종덩굴(Stanavoi clematis, クロバナハンショウヅル)은 한강토, 중국, 극동 러시아,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함경북도에서 강원도 백두대간, 경기도 북부에 야생한다. 꽃은 양성꽃으로 7월초에 종처럼 생긴 1개의 어두운 보라색 정화(頂花)가 달린다. 꽃은 밑을 향해 핀다. 꽃대는 잎보다 짧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다. 두류산종덩굴(Duryusan clematis)은 국표에 학명,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미등록종이다. 바위종덩굴(Rock clematis)은 한강토 덕항산에 분포한다. 꽃은 5∼6월 잎겨드랑이에서 긴 화경이 나와 1개의 꽃이 밑을 향해 핀다. 꽃받침은 적자색을 띄며, 아래 표면은 드물게 부드러운 털이 있고, 가장자리에는 흰색 털이 밀생한다. 세잎종덩굴(Korean clematis, ミツバハンショウズル, 朝鲜铁线莲)은 한강토,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경기, 강원, 충북, 경남북, 제주에 난다. 꽃은 정생 또는 액생하고 1개씩 피며, 화경은 길이 8-11cm이고 꽃받침은 황색 또는 암자색이며, 종 같고 아래로 처진다. 자주종덩굴(Purple alpine clematis, ミヤマハンショウズル)은 한강토, 일본, 중국 동북 지방,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평북, 함남북에 난다. 일년생 가지는 붉은빛이 돌고 이년생 가지는 갈색이다. 꽃은 5∼6월 짙은 자색으로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대가 나와 1개씩 아래를 향해 달린다. 좀종덩굴(Thick-sepal clematis)은 한강토 북부 묘향산, 풍서군에 분포한다. 줄기는 덩굴성이며, 둥그스름하고 세로로 모난 줄과 홈이 있다. 꽃은 7월경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보통 1개씩 핀다. 양성꽃이다. 꽃은 종 모양이고, 회색을 띠는 갈색 또는 연한 자색을 띤다. 털종덩굴(Hairy clematis)은 국표에 학명, 국명, 영어명만 등재되어 있고, 국생정에는 미등록종이다.

으아리(Manchurian clematis, オオコウライセンニンソウ, 东北铁线莲)는 한강토, 중국, 극동 러시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함북부터 백두대간, 황해도에 난다. 키는 2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5월 말~9월 초에 흰색으로 핀다.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의 취산꽃차례에 달린다. 참으아리(Sweet autumn clematis, utumn clematis, Japanese clematis, センニンソウ, 仙人草, 圆锥铁线莲)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중부 이남에 난다. 특히 울릉도를 비롯한 바닷가에 가까운 산과 들에 많다. 줄기 길이는 5m 정도까지 자란다. 꽃은 7~9월에 흰색으로 핀다. 액생 또는 정생하는 원뿔 모양 꽃차례 또는 취산꽃차례에 많은 꽃이 피어 뒤덮으며 향기가 있다. 대구으아리(Daegu clematis)는 한강토와 중국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강원, 충북, 경북에 난다. 꽃은 6∼7월 단순 액생(腋生)하는 취산화서(聚繖花序) 또는 복취산화서(複聚繖花序)에 1~20개가 흰색으로 핀다. 외대으아리(Unifloral clematis, イチリンサキセンニンソウ)는 한강토 고유종으로 경기도, 강원도 중부 이북에 난다. 키는 1m쯤 자란다. 꽃은 6월 초~9월 말 가지 끝에 1~3개씩 흰색으로 핀다. 큰꽃으아리(Big-flower clematis, カザクルマ, 風車, 轉子蓮, 大花鐵線蓮)는 한강토와 중국 동북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전국 각지의 해발 100~850m 지역에서 자란다. 꽃은 5~6월 가지 끝에 1개씩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5~10cm이다. 깃 모양으로 변한 암술대는 전체적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선회상을 이룬다.  

사위질빵(Three-leaf clematis, Apiifolia virgin's bower, ボダンズル, 牡丹蔓, 女萎)은 한강토, 중국,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황해도부터 남쪽까지 분포한다. 울릉도, 제주도에도 난다. 꽃은 7월 초~9월 중순 액생하는 짧은 취산꽃차례 또는 원뿔 모양 꽃차례에 흰색으로 달린다. 꽃잎은 4장으로 십자 모양 꽃부리이다. 작은사위질빵(Small virgin’s-bower clematis, コバノボタンヅル)은 한강토, 일본, 타이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제주, 전남 보길도에 난다. 꽃은 9월에 흰색으로 피고, 상향하여 수평으로 퍼진다. 1~3개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좀사위질빵(Short plumous clematis, コボタンズル, 短尾铁线莲)은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에 분포한다. 잎이 2회3출이며, 열매에 털이 없다. 잎이 작기 때문에 좀사위질빵이라고 한다. 꽃은 7~9월에 흰색으로 핀다. 원추상 취산꽃차례는 잎겨드랑이에서 자라고 많은 꽃이 달린다. 좁은잎사위질빵(Narrow three-leaf clematis, ホソバシロクサボタン, 細葉草牡丹)은 한강토, 중국, 몽골, 러시아 극동 지방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경기도 이북에서 자란다. 줄기 윗부분의 잎은 3출엽, 밑부분의 잎은 2~3개의 깊은 결각이 있다. 소엽(小葉)은 피침형이다. 꽃은 6~8월 액생화 또는 정생화가 흰색으로 핀다.  

요강나물(Black-flower Korean clematis)은 설악산 이북 높은 지대에서 자란다. 꽃은 5~6월 줄기 끝에 1개씩 밑을 향해 흑자색으로 핀다. 화피에 흑갈색 털이 밀포한다. 개버무리(Hermitgold clematis, オオワクノテ, 齒葉鐵線蓮)는 한강토, 중국, 극동 러시아에 분포한다. 한강토에는 함경북도에서 강원도까지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꽃은 8월 말~9월 초 노랑색 등과 같은 꽃이 대단히 많이 핀다. 할미밀망(Three-flower Korean clematis, オオボタンズル)은 한강토 고유종으로 강원도부터 주로 백두대간에 분포한다. 꽃은 6월에 피고 액생하는 취산꽃차례에 3개씩 흰색으로 핀다. 수과는 15~16개가 한 군데에 모여 달린다.

국표에 등재된 자주조희풀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위령선(威靈仙, Clematis florida Thunb.)을 비롯해서 73종이 있다. 자주조희풀의 유사종 재배식물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2023. 5. 18. 林 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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