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윔블던 챔피언쉽(총상금 5,652만 달러, 약 736억 원)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이변(異變)이 일어났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아기 엄마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Elina Svitolina, 우크라인, 75위, 28세)가 우승 후보 0순위로 거론되던 이가 슈피온텍(폴란드, 세계 1위, 22세)을 격파하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스비톨리나는 7월 11일 밤 8시 30분(한강토 시간) 런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슈피온텍을 2시간 51분 만에 2-1(7-5, 6-7, 6-2)로 물리치고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4강이 겨루는 준결승에 올라갔다. 역대 윔블던에서 와일드카드로 여자 단식 4강에 오른 선수는 스비톨리나가 세 번째다. 이날 경기 승리로 스비톨리나의 랭킹은 27위까지 올라갔다.
스비톨리나의 선공으로 시작된 1세트는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接戰)이 벌어졌다. 슈피온텍은 상대 서브 게임을 2번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5-3으로 앞서갔다. 슈피온텍의 1세트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스비톨리나는 상대를 5게임에 묶어놓은 채 내리 4게임을 따내는 괴력(怪力)을 발휘하며 1세트를 7-5로 뒤집었다. 이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스비톨리나의 선공으로 시작된 2세트에서도 두 선수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대접전을 벌였다. 두 선수는 서로 서브 게임을 한 번씩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1-1, 3-3, 4-4, 5-5에 이어 6-6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스비톨리나는 위너 하나와 에이스 하나를 성공시키며 4-1에 이어 5-4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슈피온텍이 상대를 5점에 묶어놓은 채 내리 3게임을 따내 2세트를 7(7)-6(5)으로 가져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스비톨리나는 매치 포인트에서 통한(痛恨)의 백핸드 범실로 세트를 잃었다.
슈피온텍의 선공으로 시작된 3세트에서 스비톨리나는 펄펄 날았다. 스비톨리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킨 뒤 상대 서브 게임을 두 번이나 잡아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 5-1로 달아났다. 슈피온텍은 위너 2개와 에이스 하나를 작렬시키며 서브 게임을 지켜 2-5로 따라붙었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스비톨리나는 위너 2개와 상대의 범실 2개로 서브 게임을 지켜 3세트를 6-2로 따내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스비톨리나는 지난해 10월에 태어난 딸 스카이(Skai)의 출산 준비 때문에 2022 윔블던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2019 US 오픈 준결승에 오른 스비톨리나는 통산 세 번째 그랜드 슬램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스비톨리나는 슈피온텍을 이김으로써 세계 랭킹 1위를 상대로 7번이나 승리하는 기록도 세웠다. 스비톨리나는 승리 후 코트 인터뷰에서 "이곳에서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정말 정말 기쁘다. 그리고 멋진 분위기 속에서 멋진 경기를 하면서 나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슈피온텍과의 경기에 대해 스비톨리나는 "오늘 이가와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세계 랭킹 1위이고 항상 파이팅하고 있다. 하지만 알다시피, 오늘은 믿을 수 없는 경기였고, 나는 이번 경기에서 이길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경기 후 슈피온텍을 따뜻하게 포옹하면서 감정에 북바친 스비톨리나는 또한 그녀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보내준 지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스비톨리나는 "이가는 위대한 챔피언일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녀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을 준 첫 번째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좋은 순간을 많이 공유하는 사람과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대회 초반에 누군가가 내가 준결승에 진출해 세계 랭킹 1위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그들이 미쳤다고 말했을 것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힌편, 오후 9시 비가 내려 지붕을 폐쇄한 1번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4번 시드 제시카 페굴라(US, 5위, 29세)가 '타투쟁이'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체코, 43위, 24세)에게 2-1(4-6, 6-2, 4-6)로 패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 패배로 '윔블던의 억만장자' 페굴라는 그랜드 슬램 8강에 진출한 6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는 부진한 기록을 남겼다. 본드루소바는 폐쇄된 실내 코트 조건에 빠르게 적응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2019 프랑스 오픈 결승까지 올라갔던 왼손잡이 본드루소바는 이날 경기 승리로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챔피언쉽 준결승에 진출했다. 본드루소바는 이제 두 번만 더 이기면 토요일에 비너스 로즈워터 접시를 들어올리게 된다.
윔블던 잔디 코트는 체코 태생의 왼손잡이 여자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살아있는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6세)는 윔블던 여자 단식을 9번 제패했고,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9위, 33세)는 2011년과 2014년에 두 번 우승했다.
본드루소바는 야나 노보트나, 카롤리나 플리스코바, 루시 사파로바, 바르보라 스트리코바, 크비토바에 이어 윔블던 챔피언쉽에서 준결승에 오른 여섯 번째 체코 여성이 되었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코트 인터뷰에서 본드루소바는 "잔디 코트를 사랑하고 있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다. 정말 놀라운 느낌이다. 믿을 수가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본드루소바는 준결승에서 세계 1위 슈피온텍을 격침시킨 스비톨리나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본드루소바-스비톨리나의 준결승은 7월 13일 센터 코트에서 열린다.
7월 12일에는 여자 단식 8강전이 이어진다. 오후 9시 1번 코트에서는 2023 호주 오픈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 2위, 25세) 대 25번 시드 매디슨 키스(US, 24위, 28세)의 경기, 센터 코트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3위, 24세) 대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튀니지, 6위, 28세)의 메인 이벤트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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