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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윔블던] 세계 1위 까를로스 알까라스 준결승 진출, 루네 3-0 완파

林 山 2023. 7. 13. 12:49

톱 시드의 강력한 우승 후보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1위, 20세)가 2023 윔블던 챔피언쉽(총상금 5,652만 달러, 약 736억 원) 남자 단식 8강전을 통과 4강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하며 이 대회 첫 우승을 향한 순항(順航)을 이어갔다.   

2023 윔블던 최대 관심사는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2위, 36세)와 알까라스의 리턴 매치 성사 여부다. 조코비치는 먼저 준결승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알까라스는 직전 대회인 2023 프랑스 오픈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1-3(3-6, 7-5, 1-6, 1-6)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알까라스는 3세트 초반부터 온몸에 경련과 쥐가 나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져 조코비치에게 무력하게 무너졌다. 알까라스와 조코비치는 이제 각각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우승컵을 놓고 리턴 매치를 벌이게 된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포효하는 세계 1위 까를로스 알까라스

'제2의 라파엘 나달' 알까라스는 7월 13일 오전(한강토 시간) 런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8강전에서 2시간 21분 만에 6번 시드의 동갑내기 홀게르 루네(덴마크, 6위, 20세)를 3-0(7-6, 6-4, 6-4)으로 물리치고 생애 처음 이 대회 준결승에 올라갔다.    

1세트는 알까라스의 선공(先攻,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두 선수는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게임 스코어 1-1, 2-2, 3-3, 4-4, 5-5에 이어 6-6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두 선수는 1-1, 2-2, 3-3까지 균형을 이루었다. 이때 루네가 더블 폴트를 범하면서 균형이 깨졌다. 알까라스는 루네에게 포스드 에러(Forced Error) 두 개를 유발시킨 뒤 위너 하나를 성공시켜 1세트를 7(7)-6(3)으로 따내고 승기(勝機)를 잡았다.  

2세트는 루네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2세트에서도 두 선수는 각자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게임 스코어 1-1, 2-2, 3-3에 이어 4-4까지 여리박빙(如履薄氷)의 승부를 벌였다. 이때 알까라스가 루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균형을 깨고 나섰다. 알까라스는 이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2세트를 6-4로 따내고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갔다. 승부의 추가 알까라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3세트는 루네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알까라스는 서브 게임을 모두 지킨 뒤 루네의 서브 게임 하나를 잡아 게임 스코어 5-3으로 리드를 잡았다. 루네는 듀스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 4-5로 따라붙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알까라스는 자신의 마지막 서브 게임을 지켜 3세트를 6-4로 따내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루네는 알까라스보다 생일이 1주일 더 빠르다. 두 선수는 14살 때부터 함께 복식 경기를 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다. 따라서, 두 선수는 서로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알까라스는 "내게는 놀라운 일이다. 내가 테니스를 시작한 이후 이곳 윔블던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항상 꿈이었다. 나는 이 윔블던 잔디 코트에서 이렇게 훌륭한 수준의 경기를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말도 안 된다."고 탈어놓았다. 이어 그는 "힘들었다. 처음에 나는 여기 윔블던에서 8강전을 치르는 것이 정말 정말 긴장되었다. 나와 동갑내기인 대단한 수준의 루네와 경기하는 것은 특히 더 어려웠다. 하지만 일단 코트에 서면 친구는 없다. 자신에게 집중해야 하고, 나는 그 부분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윔블던 챔피언십이 시작될 때 알까라스는 "목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단도직입적으로 "우승이다."라고 답변했다.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왜냐하면 그는 잔디 코트 초보임에도 불구하고 윔블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퀸스 클럽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그는 올 잉글랜드 클럽 챔피언에 도전해서 우승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공중으로 던진 라켓을 받는 다닐 메드베데프

알까라스의 준결승 상대는 2021 US 오픈 우승자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3위, 27세)다. '문어' 메드베데프는 알까라스-루네 전에 앞서 1번 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윔블던에 첫 데뷔한 크리스토퍼 유뱅크스(US, 43위, 27세)를 2시간 58분 간의 풀 세트 접전 끝에 3-2(6-4, 1-6, 4-6, 7-6, 6-1)로 힘겹게 물리치고 생애 처음 이 대회 준결승에 진출했다. 메드베데프는 2023 마이애미 마스터스 준준결승에서도 유뱅크스를 2-0(6-3, 7-5)으로 이긴 바 있다.   

메드베데프는 3세트가 끝나갈 무렵 지고 있는 상황이 언짢은 듯 짜증스럽게 공을 날렸다. 그런데, 이 공이 공교롭게도 TV 카메라에 맞았다. 체어 엄파이어 데미안 뒤무소이는 스포츠맨답지 않은 행동으로 메드베데프에게 경고를 주었다.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는 "첫 세트가 끝난 후,나는 게임 스코어가 5-5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3세트 이후에 나는 확실히 5세트까지 가고 싶었다. 경기 자체를 완전히 망친 순간이 있었다. 나는 가라앉기 시작했고,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3세트에서는 무언가 계기를 만들었고, 그것은 내가 4세트를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타이브레이크부터 나는 멋진 플레이를 했고, 나는 그런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알까라스와의 대결을 앞두고 메드베데프는 "준결승전에서 나는 많은 에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우린 잔디 코트에서 인생 최고의 경기를 할 수도 있고, 3번의 타이브레이크 승부에서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잘 플레이했는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러시아가 제재를 받으면서 2022 윔블던 챔피언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메드베데프의 별명은 '문어(Octopus)'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198cm의 장신에서 터져나오는 날카롭고 빠른 서브를 구사하는 카운터펀처에 디펜시브 베이스라이너다. 그는 큰 키에 팔이 길어서 스트로크로 커버하는 범위가 매우 넓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문어'다.   

메드베데프에게는 '불쉿 러시안(Bullshit Russian)'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있다. 직역하면 '지랄 러시아인'이라는 뜻이다. 2018년 3월 메드베데프와의 대결에서 패한 '스몰 3'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5위, 24세)가 분풀이로 상대에게 '불쉿 러시안'이라고 도발했다. 이에 메드베데프가 카메라 앞에서 온갖 험한 말로 항의하면서 '불쉿 러시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뱅크스의 주요 패인(敗因)은 체력 저하였다. 생애 처음 그랜드 슬램 대회 준준결승에 진출한 유뱅크스는 타이브레이크 승부 끝에 4세트를 잃은 뒤부터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졌다. 마지막 5세트에서 유뱅크스는 체력이 완전히 방전된 듯 시종일관 메드베데프에게 끓려다녔다.   

경기가 끝난 뒤 유뱅크스는 "윔블던은 내 커리어를 보는 방법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싸울 수 있는 내 능력을 믿는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들을 좌절시킬 수 있는지 보았다. 나는 이 감정을 계속 간직하고 싶다. 나는 오늘 노력한 것 이상으로 괜찮다. 오늘 경기는 내가 경험한 것 중 최고의 분위기 중 하나였다. 나를 응원한 관중들은 매우 멋졌고 그것을 기억에 담았다. 오늘 경기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닐이 수준을 높였고, 그게 그가 이긴 이유다. 승자는 단 한 명이다. 그것이 테니스다."라고 말했다.   

7월 13일에는 여자 단식 준결승전이 열린다. 오후 9시 30분 센터 코트에서는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아기 엄마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Elina Svitolina, 우크라인, 75위, 28세) 대 '타투쟁이'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체코, 43위, 24세)의 경기, 10시 45분 같은 코트에서는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튀니지, 6위, 28세) 대 2023 호주 오픈 챔피언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 2위, 25세)의 경기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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