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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윔블던] 女單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마르케타 본드루소바 결승 격돌

林 山 2023. 7. 14. 07:29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튀니지, 6위, 28세)와 '타투쟁이'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체코, 43위, 24세)가 2023 윔블던 챔피언쉽(총상금 5,652만 달러, 약 736억 원) 각각 준결승을 통과 결승전에서 우승패 비너스 로즈워터 디쉬(Venus Rosewater Dish)를 놓고 최후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관중들에게 손키스를 날리는 온스 자베르

자베르는 7월 13일 10시 45분(한강토 시간) 런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2023 호주 오픈 챔피언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2번 시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 2위, 25세)를 2시간 19분 만에 2-1(6-7, 6-4, 6-3)로 격파하고 지난 대회에 이어 2연속 결승에 올라갔다. 아직 메이저 대회 타이틀이 없는 자베르가 이번 대회에서 과연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타이거' 사발렌카의 선공(先攻, 서브 게임)으로 시작된 1세트에서 두 선수는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사발렌카는 첫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따내고 기세를 올렸지만, 자베르도 듀스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 균형을 이루었다. 이후 두 선수는 게임 스코어 2-2, 3-3, 4-4, 5-5에 이어 6-6까지 초박빙(超薄氷) 승부를 펼쳤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자베르는 에이스에 이어 위너 하나를 성공시키며 4-2로 앞서갔다. 이어 사발렌카도 에이스 하나에 힘입어 4-4로 균형을 맞춘 뒤 상대의 범실 하나를 틈타 6-4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세트 포인트에 몰린 자베르는 위너 하나를 성공시켜 5-6으로 추격했다. 하지만 사발렌카는 서브 포인트를 지켜 1세트를 7(7)-6(5)로 힘겹게 따냈다.    

2세트는 자베르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사발렌카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상대 서브 게임 하나를 잡고 게임 스코어 4-2로 앞서갔다. 추격에 나선 '튀니지 특급'은 상대를 4게임에 묶어놓은 채 4게임을 내리 따내는 투혼(鬪魂)을 발휘하며 2세트를 6-4로 이겨 승부를 원점(原點)으로 되돌렸다.  

3세트는 자베르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자베르는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사발렌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 5-2로 달아났다. 승부의 추가 자베르에게 기울고 있었다. 사발렌카는 2번의 듀스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 3-5로 따라붙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베르는 매치 포인트에서 통쾌한 에이스를 작렬시키며 3세트를 6-3으로 따내고 대망(大望)의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자베르는 4회전에서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9위, 33세),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3위, 24세) 등을 꺾으면서 강서버들을 상대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런 경험은 강서버 사발렌카를 물리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더블 폴트의 여왕' 사발렌카는 이날 경기에서도 상대보다 8개나 많은 10개의 더블 폴트를 기록했다. 자베르는 이제 한 번만 더 승리하면 비너스 로즈워터 접시를 들어올린 최초의 아랍인이자 아프리카 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결승전 진출이 확정된 뒤 코트 인터뷰에서 자베르는 "나를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감사드린다. 사발렌카의 강한 서브와 샷을 받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나를 응원하고 믿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나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시합에 져서 지금쯤 집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깊이 파고들었고 힘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마르케타 본드루소바

한편,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시드 배정도 받지 못하고 출전한 본드루소바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아기 엄마 선수 엘리나 스비톨리나(Elina Svitolina, 우크라인, 75위, 28세)를 1시간 15분 만에 2-0(6-3, 5-3)으로 가볍게 완파하고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챔피언쉽 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본드루소바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여자 단식에서 시드를 받지 못한 결승 진출자라는 기록을 세웠다. 왼손잡이 본드루소바는 2019 프랑스 오픈 결승까지 올라간 바 있다. 본드루소바는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비너스 로즈워터 디쉬를 들어올리게 된다.   

윔블던 잔디 코트는 체코 태생의 왼손잡이 여자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살아있는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6세)는 윔블던 여자 단식을 9번 제패했고,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9위, 33세)는 2011년과 2014년 대회 등 두 번 우승했다. 본드루소바가 과연 이들의 전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테니스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본드루소바는 "여기 잔디 코트에서는 전에 많은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결승 진출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 최고의 경기는 2라운드였다. 클레이 코트나 하드 코트 경기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잔디 코트는 내게 어려웠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니! 황홀하다."라고 말했다.   

본드루소바는 두 번의 왼쪽 손목 수술로 인해 2022년에 6개월 동안 고통을 겪었고, 11월이 되어서야 투어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녀는 "복귀가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수준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토너먼트에서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다시 코트에 돌아와 고통 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 감사하다. 정말 감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혼합 복식 챔피언 마테 파비치-류드밀라 키체노크 조

7월 14일 오전 센터 코트에서 열린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는 마테 파비치(크로아티아)-류드밀라 키체노크(우크라이나) 조가 요란 블리에겐(벨기에)-쉬이판(徐一幡, 중국) 조를 2-1(6-4, 6-7, 6-3)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파비치-키체노크 조는 우승컵과 상금 12만7,240달러(약 1억7천만 원), 블리에겐-쉬 조는 준우승패와 상금 6만3,620달러(약 8천300만원)를 받았다. 

 

7월 14일에는 남자 단식 준결승전이 벌어진다. 준결승전은 모두 센터 코트에서 열린다. 오후 9시 30분에는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2위, 36세) 대 8번 시드 야닉 시너(이탈리아, 8위, 21세)의 경기, 늦은 밤 11시 30분 센터 코트에서는 톱 시드의 강력한 우승 후보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1위, 20세) 대  2021 US 오픈 우승자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3위, 27세)의 경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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