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쟁이'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체코, 43위, 24세)가 2023 윔블던 챔피언쉽(총상금 5,652만 달러, 약 736억 원)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튀니지 특급' 온스 자베르(튀니지, 6위, 28세)를 물리치고 감격적인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본드루소바는 우승패 비너스 로즈워터 디쉬(Venus Rosewater Dish)와 함께 상금 290만 달러(약 38억 원)를 받았다. 지난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준우승에 그친 자베르는 준우승패와 함께 상금 150만 달러(약 19억 원)를 받았다.
왼손잡이 본드루소바는 여자 단식 역사상 1963년 빌리 진 킹(US, 79) 이후 60년 만에 처음으로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한 우승자가 되었다. 본드루소바는 두 번의 왼쪽 손목 수술로 인해 2022년에 6개월 동안 고통을 겪었고, 11월이 되어서야 투어에 복귀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본드루소바는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윔블던 잔디 코트는 체코 태생의 왼손잡이 여자 선수들과 인연이 깊다. '살아있는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66세)는 윔블던 여자 단식을 9번 제패했고,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9위, 33세)는 2011년과 2014년 대회 등 두 번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본드루소바는 윔블던을 제패한 세 번째 체코 출신 왼손잡이 여성이 되었다.
본드루소바는 7월 15일 밤 10시(한강토 시간) 센터 코트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베르를 2-0(6-4, 6-4)으로 완파했다. '살아있는 전설' 빌리 진 킹 여사는 로열 박스 맨 앞줄에 앉아서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1세트는 자베르의 선공(先攻,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자베르는 상대 서브 게임을 두 번 브레이크, 게임 스코어 4-2로 앞서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자베르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본드루소바는 상대를 4게임에 묶어놓고 내리 4게임을 따내는 괴력(怪力)를 발휘하며 1세트를 6-4로 뒤집는데 성공했다. 뚝심이 약한 자베르는 초반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逆轉)을 허용하고 말았다.
자베르의 선공으로 시작된 2세트에서 두 선수는 초반부터 서로 상대의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열전(熱戰)을 벌였다. 자베르는 상대 서브 게임 하나를 더 잡고 게임 스코어 4-3으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본드루소바는 상대를 4게임에 묶어놓고 내리 3게임을 따내는 투혼(鬪魂)을 발휘하며 2세트를 6-4로 이겨 대망(大望)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특히 마지막 게임 더블 매치 포인트에서 성공시킨 백핸드 발리 위너는 인상적이었다.
자베르는 에이스(1-0)와 더블 폴트(0-4)에서 상대를 앞서는 한편 위너(25-10)에서는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반면에, 본드루소바는 리시브 포인트(32-29)와 서비스 포인트(36-28)에서 앞서는 한편 첫 서브 성공률( 63%-48%)과 첫 서브 득점률(61%-48%), 두 번째 서브 득점률(55%-45%)에서는 상대를 압도했다.
자베르는 상대보다 무려 18개나 많은 31개의 범실(凡失)을 기록하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아랍인이자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를 바랐던 '튀니지의 행복장관' 자베르는 지난 여름 결승전에서 엘레나 리바키나(카자흐스탄, 3위, 24세)에게 패한 이후 1년 만에 또다시 윔블던에서 맞이한 비참한 결승전이 되고 말았다.
2023 윔블던 결승전에서 마르케타 본드루소바에게 져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무른 자베르는 시상식장에서 "내 경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패배였다."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자베르는 "더 강하게 돌아와 타이틀에 다시 도전하겠다. 목표 달성에 너무 가까웠고, 원하는 것에 거의 다 이르렀다고 느꼈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 나는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없애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자베르는 경기 내내 그녀의 많은 팬들로부터 열정적인 응원을 받았다. 시상식에 참석한 웨일즈 공주는 코트에서 자베르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들의 대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자베르는 "작년과 거의 같은 것이다. 내가 더 강해져서 다시 돌아와 그랜드 슬램에서 우승하라는 격려였다. 분명히 그녀는 매우 친절했다. 그녀는 나를 안아주는 것을 원하는지 아닌지 몰랐다. 나는 그녀의 포옹은 언제나 나에게 환영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매우 좋은 순간이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 세계 랭킹 1위 킴 클리스터스(벨기에, 40세)도 2005 US 오픈에서 최종 4개의 슬램 중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기 전에 4개의 그랜드 슬램 결승전에서 패한 경험을 들려주며 자베르를 격려했다. 킴의 격려에 자베르는 "나는 킴을 너무 사랑한다. 그녀는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자랐다. 그녀가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정말로 나를 안아주고, 항상 내 곁에 있어 준다는 사실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자베르는 "그랜드 슬램 단식에서 우승한 최초의 아랍인이자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많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그녀는 그 압박감이 그녀의 성공의 부산물이라고 인정했다. 자베르는 "내가 좋은 결과를 낼수록 나는 더 많은 압박감을 느낀다."라면서 "나는 반드시 계속해서 배울 것이고, 계속해서 긍정적일 것이다. 나는 그것이 나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승전 경기 내용에 대해 자베르는 "오늘 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서브를 제대로 넣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되었다. 또, 백핸드가 잘 들어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US 오픈을 포함해 지난 네 번의 여자 그랜드 슬램 결승전 중 세 번의 결승전에 출전했다는 점을 상기시키자 미소가 돌아온 자베르는 "그것은 내가 아마도 집중해야 할 긍정적인 것이다. 나는 자만심을 버리고 내가 일관된 선수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경험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내 게임을 계속 향상시킬 수 있다. 난 내가 되고 싶은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베르는 마지막으로 "그러나 나는 이런 것들을 알고 있다. 아마도 몇 년이 걸릴 것이다. 나는 우승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기회가 올 때마다, 경기에서 확실히 배울 것이다. 바라건대 나는 그랜드 슬램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우승할 수 있는 선수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본드루소바-자베르 경기에 이어 센터 코트에서 열린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는 베슬러이 쿨호프(네덜란드)-닐 스컵스키(UK) 조가 오라시오 세바요스(아르헨티나)-마르셀 그라노예르스(에스빠냐) 조를 2-0(6-4, 6-4)으로 격파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쿨호프-스컵스키 조는 우승컵과 상금 76만4799달러(약 10억 원)를 받았다. 스컵스키는 2021년과 2022년 두 번의 혼합 복식 우승에 이어 남자 복식 우승 트로피를 추가함으로써 1926년 레슬리 갓프리 이후 영국 남자 선수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세바요스-그라노예르스 조는 준우승패와 상금 38만2399달러(약 5억 원)를 받았다.
시상식장 인터뷰에서 스컵스키는 "TV에서 이 놀라운 챔피언쉽을 보며 성장했다. 리버풀의 파머스톤 테니스 클럽에서 시작해 아빠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 기분 최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와 베슬러이는 18개월 전에 팀을 만들었고, 그랜드 슬램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올해의 목표 중 하나였다. 이제 우리는 목표를 이뤘고, 우승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7월 16일 센터 코트에서는 남자 단식 결승전과 여자 복식 결승전이 열린다. 밤 10시에는 남자 단식 결승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2위, 36세) 대 '제2의 라파엘 나달'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1위, 20세)의 리턴 매치, 12시에는 여자 복식 결승 엘리제 메르텐스(벨기에)-스톰 샌더스(호주) 조 대 바보라 스트리코바(체코)-셰수웨이(謝淑薇, 타이완) 조의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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