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라파엘 나달' 까를로스 알까라스(에스빠냐, 1위, 20세)가 2023 윔블던 챔피언쉽(총상금 5,652만 달러, 약 736억 원)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세계 2위, 36세)를 물리치고 대망(大望)의 우승을 차지했다. 알까라스는 우승컵과 함께 상금 290만 달러(약 38억 원)를 받았다. 조코비치는 준우승패와 함께 상금 150만 달러(약 19억 원)를 받았다.
2022 호주 오픈 챔피언 알까라스는 직전 대회인 2023 롤랑 가로스 준결승에서 '무결점 테니스' 조코비치에게 1-3(3-6, 7-5, 1-6, 1-6)으로 패한 바 있다. 당시 알까라스는 3세트 초반부터 온몸에 경련과 쥐가 나면서 컨디션이 급격하게 떨어져 조코비치에게 무력하게 무너졌다. 하지만, 리턴 매치 격인 이번 대회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이김으로써 롤랑 가로스에서의 패배를 멋지게 설욕(雪辱)했다.
2023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남자 단식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를 탈환하며 GOAT(Greatest Of All Times, 역대 최고)에 등극했던 조코비치는 6월 25일 영국 런던의 더 퀸스 클럽에서 열린 ATP 투어 신치 챔피언십서 우승한 알까라스에게 다시 1위 자리를 내주고 이번 대회 2번 시드를 받았다.
메이저 대회 23회 우승으로 GOAT에 등극한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제패하면 윔블던 5연속 우승 기록과 함께 캘린더 그랜드 슬램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캘린더 그랜드 슬램은 1년 동안 호주 오픈과 롤랑 가로스, 윔블던 챔피언쉽, US 오픈 등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위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알까라스에게 패함으로써 로드 레이버(호주, 84세) 이후 54년 만에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려던 꿈도 무산되고 말았다. 남자 단식에서는 1969년에 로드 레이버가 마지막으로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바 있다.
현재 윔블던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은 로저 페더러(스위스, 41세)가 보유하고 있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총 8번 우승했으며, 2003~2008년 대회까지 연속 5회 제패 기록을 갖고 있다. 비외른 보리(스웨덴, 67세)도 1976~1980년 대회까지 5연속 우승했다. 윔블던을 7회 제패한 조코비치는 2018~2022년 대회까지 4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준우승에 그침으로써 5연승 기록 달성에도 실패했다. 2023 윔블던은 조코비치에게 여러모로 아쉬운 대회였다.
20살의 신예 알까라스는 7월 16일 밤 10시(한강토 시간) 런던 올 잉글랜드 클럽 센터 코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4시간 42분간의 풀 세트 접전 끝에 백전노장(百戰老將) 조코비치에게 3-2(1-6, 7-6, 6-1, 3-6, 6-4) 역전승을 거두고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1세트는 조코비치의 선공(先攻, 서브 게임)으로 시작됐다. 챔프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상대 서브 게임 두 개를 잡아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 5-0으로 달아났다. 알까라스는 위너 3개를 성공시키며 서브 게임을 지켜 1-5로 추격했지만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챔프는 러브 게임으로 서브 게임을 지켜 1세트를 6-1로 따내고 상대의 기선(機先)을 제압(制壓)했다. 이때만 해도 분위기는 챔프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알까라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2세트에서는 초반부터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두 선수는 서로 상대 서브 게임을 하나씩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 2-2, 3-3, 4-4, 5-5에 이어 6-6까지 혈투(血鬪)를 벌였다. 결국 승부는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갔다. 챔프는 상대의 범실과 서브 포인트 하나에 힘입어 3-0으로 먼저 리드를 잡았다. 반격에 나선 알까라스는 에이스 하나를 작렬시키며 3-3으로 따라붙었다. 이후 두 선수는 4-4, 5-5에 이어 6-6까지 예측불허(豫測不許)의 승부를 벌였다. 이때, 알까라스에게 서브권이 돌아왔다. 알까라스는 상대의 백핸드 범실에 이어 위너 하나를 성공시키며 2세트를 7(8)-6(6)으로 따내고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조코비치의 선공으로 시작된 3세트는 1세트와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챔프의 첫 서브 게임을 잡은 알까라스는 게임 스코어 2-0으로 앞서갔다. 반격에 나선 챔프는 서브 게임을 지켜 게임 스코어 1-2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알까라스는 챔프를 1게임에 묶어놓고 내리 4게임을 이겨 3세트를 6-1로 따내고 경기 흐름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알까라스는 5번째 게임에서 무려 13번의 듀스 끝에 상대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투혼(鬪魂)을 선보였다.
4세트는 알까라스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심기일전(心機一轉)한 조코비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킨 뒤 상대 서브 게임 하나를 잡아 게임 스코어 4-2로 앞서갔다. 알까라스는 위너 하나와 에이스 하나를 작렬시키며 서브 게임을 지켜 3-4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챔프는 상대를 3게임에 묶어놓은 채 내리 두 게임을 이겨 4세트를 6-3으로 따내고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4세트는 챔프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두 선수는 각각 자신의 첫 서브 게임을 지키며 팽팽한 출발을 보였다. 이때, 챔프가 두 번째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면서 분위기가 갑자기 알까라스 쪽으로 기울었다. 알까라스는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착실하게 지켜 5세트를 6-4로 따내고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알까라스는 잔디 코트 대회 출전 4번 만에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빠른 적응력을 보여 주었다. 이날 우승으로 알까라스는 보리스 베커(독일, 55세)와 비에른 보리(스웨덴, 67세)에 이어 오픈 시대 세 번째 최연소 남자 단식 챔피언이 되었다.
시상식장 연설에서 알까라스는 "우승한 것이 너무 좋다. 하지만, 내가 졌다 하더라도 난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토너먼트에서 역사를 만든 스포츠의 전설과 결승전을 치렀다. 나에게 있어 그것은 놀라운 일이다."라면서 "이런 무대에서 뛰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20살의 소년에게 놀라운 일이다. 나는 이런 상황에 빨리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 나는 우리 팀과 이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매일 노력한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조코비치에 대해 알까라스는 "나는 노박을 축하해야 한다, 그와 경기하는 것은 놀라웠다. 그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를 보면서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그는 이미 토너먼트에서 이기고 있었다. 그는 36살이 새로운 26살이라고 말했고, 그것을 실현했다. 정말 놀랍다."고 칭송했다.
알까라스는 복제 트로피와 상금 외에도 회원 넥타이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올 잉글랜드 클럽을 방문할 수 있는 카드도 얻었다. 그는 페더러가 한때 그의 카드 없이 올 잉글랜드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경비원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다. 이에 알까라스는 "카드는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 카드를 가져와야 한다. 나는 로저 페더러가 카드 없이 들어가려다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놀라운 클럽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정말 상징적이다. 꼭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로열 박스에는 올 잉글랜드 클럽 후원자인 웨일즈 공주와 윌리엄 왕세자, 루이 왕자, 샬럿 공주, 켄트의 마이클 공 부부와 아들 프레드릭 윈저 경 부부,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 영국 주재 스페인 대사 호세 파스쿠알 마르코 마르티네스, 이안 휴이트 올 잉글랜드 클럽 회장과 그의 손님 영화배우 다니엘 크레이그 등이 참석해 결승전을 지켜 보았다. 조코비치의 코너 석에는 세르비아 공화국 대사 알렉산드라 조코비치가 있었다. 또, 영화배우 제임스 노튼, 그랜드 내셔널 우승 기수 레이첼 블랙모어의 모습도 보였다.
테니스계에서는 닐 프레이저(1960), 스탠 스미스(1972), 얀 코즈(1973), 스테판 에드베리(1988, 1990), 마이클 스티치(1991), 빌리 진 킹(1966, 1967, 1968, 1972, 1973, 1975), 크리스 에버트(1974, 1976, 1981) 등이 초청을 받았다. 초청자들은 명예의 전당 갤러리의 우승자들이다. 빌리 진 킹과 크리스 에버트는 소개가 필요없는 여자 경기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테니스의 전설들이다. 1966년 센터 코트에서 우승한 위대한 스페인 선수 마누엘 산타나의 미망인 클라우디아 산타나도 초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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