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이야기

산초나무 '온화(溫和), 희생(犧牲)'

林 山 2023. 7. 27. 11:56

2022년 10월 초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남한산(南漢山, 522m)을 찾았다. 남한산성(南漢山城) 남문(南門)인 지화문(至和門)에서 성곽길을 따라 동문(東門)인 좌익문(左翼門)을 향해 가다가 산초나무(山椒木)를 만났다. 가을 햇볕을 받아 산초 열매 껍질이 바알하게 변해 있었다. 껍질이 녹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한 것은 종자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종자가 완전히 여물면 열매 껍질이 활짝 벌어진다.

산초를 볼 때마다 산초기름에 지져낸 고소한 두부구이가 떠오르곤 한다. 산초와 두부는 궁합(宮合)이 아주 잘 맞는 음식이다. 산초 두부구이는 아마 애주가들의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산초나무와 비슷한 나무에 초피나무라는 것이 있다. 산초, 초피 두 나무는 너무나 비슷해서 초보자(初步者)들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두 종은 가시가 나오는 형태를 보고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산초나무의 가시는 어긋나기하고 붉은색이다. 반면에 초피나무의 가시는 마주나기하고 검은색이다. '어긋나는 가시는 산초나무, 마주나는 가시는 초피나무', 즉 '어산마초'라고 기억하면 되겠다.

산초나무(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산초나무는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Angiospermae) 쌍자엽식물강(雙子葉植物綱, Dicotyledoneae) 운향목(芸香目, Rutales), 운향과(芸香科, Rutaceae), 초피나무속(Zanthoxylum)의 낙엽 활엽 관목(落葉闊葉灌木)이다. 산초나무는 줄기와 잎, 열매가 매운 맛과 톡 쏘는 독특한 향기가 있어 '산(山)에서 나는 후추(椒)'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에는 민산초나무, 분지나무, 산추나무, 상초나무, 좀산초 등의 이명(異名), 분지나무(추천명), 민분지나무, 분디나무, 좀분지나무 등의 북한명이 실려 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는 민산초나무가 비추천명으로 등재되어 있다. 산초나무의 꽃말은 '온화(溫和), 희생(犧牲)'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산초나무의 학명은 잔톡실룸 스키니폴리움 지볼트 & 추카리니(Zanthoxylum schinifolium Siebold & Zucc.)이다. 속명 '잔톡실룸(Zanthoxylum)'은 '노란, 노란색의'라는 뜻을 가진 고대 그리스어 '크산토스(xanthós)'와 '나무, 목재, 숲(wood)'의 뜻을 가진 '크술론(xúlon)'의 합성어가 근대 라틴어 발음으로 변형된 고유명사다. 종소명 '스키니폴리움(schinifolium)'의 기원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설명을 찾지 못했다. 혹자는 '옻나무과 스키누스속(Schinus)의 잎과 같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스키니폴리우스(schinifolius)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가짜 후추(false pepper, 학명 Schinus molle L.)'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명사 '스키노(schino)'의 복수형 '스키니(schini)'와 '잎(leaf), 꽃잎(petal)'의 뜻을 가진 라틴어 명사 '폴리움(folium)'의 합성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더 합리적이다.

'지볼트(Siebold)'는 독일 의사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이다. 지볼트는 일본에서 서양의학을 처음 가르친 유럽인으로 유명하며, 일본의 식물과 동물 고유종을 연구했다. '추카리니(Zucc)'는 독일의 식물학자 요제프 게르하르트 추카리니(Joseph Gerhard Zuccarini, 1797~1848)이다. 뮌헨 대학교 식물학과 교수였던 추카리니는 지볼트가 일본에서 수집한 식물을 분류하는 것을 도왔으며, 멕시코 등지의 식물도 함께 기술했다.

국표, 국생정 등재 산초나무의 영어명은 매스틱-립 프리클리 애쉬(Mastic-leaf prickly ash)이다. '유향수(乳香樹) 잎에 가시가 달린 물푸레나무'란 뜻이다. 다음백과 국생정 등재 영어명은 프리클리 애쉬(prickly ash)이다.

국표, 국생정, 일문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일본명은 이누잔쇼우(イヌザンショウ, 犬山椒)다. '개산초'라는 뜻이다. 일본명 산쇼우(山椒)의 학명은 Zanthoxylum piperitum (L.) DC.이다. 국표 등재 Zanthoxylum piperitum (L.) DC.의 국명은 초피나무다. 한강토(조선반도)에서 산초나무는 일본에서 이누잔쇼우(イヌザンショウ, 犬山椒, 개산초나무), 일본에서 산쇼우(山椒, 산초나무)는 한강토에서 초피나무와 같다. 나무 이름을 통해서 일본인들은 산초나무보다 초피나무를 더 귀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FOM, 중문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중문백과전서(中文百科全書) 등재 중국명은 칭화쟈오(青花椒)이다. '푸른색 꽃이 피는 산초나무'라는 뜻이다. 열매(苻荚果)가 익으면 회록색 또는 갈색을 띠기 때문에 칭화쟈오(青花椒)라는 이름이 붙었다. 中文百科全書에는 예쟈오(野椒), 톈쟈오(天椒), 야쟈오(崖椒), 거샨샤오(隔山消), 샨쟈(山甲), 꺼우쟈오(狗椒), 칭쟈오(青椒), 샹쟈오즈(香椒子) 등의 이명이 실려 있다.

산초나무는 한강토, 중국, 대만, 일본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국에 분포한다(국생정). 이누잔쇼우(犬山椒)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이다. 일본에서는 혼슈(本州),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縄)에 분포한다(FOM). 칭화쟈오(青花椒)의 원산지는 중국 우링(五岭) 이북, 랴오닝(辽宁) 이남 지역이다. 한강토와 일본에도 분포한다(百度百科).

산초나무의 기는 3m까지 자란다. 줄기에는 길이 3~5mm의 가시가 엇갈려서 난다. 일년생 가지에는 1개씩 떨어져 나는 가시가 있다. 잎은 1회 깃 모양 겹잎이다. 소엽(小葉)은 13~21개이고, 피침형(披針形) 또는 타원상(楕圓狀) 피침형이며, 끝이 좁아지면서 오목형으로 밑부분이 예형(銳形)이다. 소엽 길이는 1.5~5cm로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잔톱니가 있다. 꽃대축에는 잔가시가 있다. 산초 특유의 향기가 있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8~9월에 피고 연한 녹색으로 핀다. 꽃 지름은 3mm로 향기가 없다. 가지 끝에 달리는 편평꽃차례는 길이 5~10cm이다. 꽃대에는 마디가 있다. 꽃받침조각은 달걀형의 원형이다. 꽃잎의 길이는 2mm로 피침형이고 안으로 꼬부라진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다. 삭과의 길이는 약 4mm이며, 녹갈색에서 홍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검은색으로 9월 중순~10월 중순에 성숙한다.

산초나무 열매는 식용유를 만드는 원료이며, 여러 가지 조미료로 사용된다. 농촌의 주택 주변에 심어 놓으면 모기가 모여 들지 않는다고 하여 모기향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국생정). 칭화쟈오(青花椒)의 어린 순과 잎, 열매는 깨끗한 물에 헹군 후 절여서 먹을 수 있으며, 끓는 물에 데쳐 무쳐 먹을 수도 있고, 성숙한 열매는 조미료로 사용할 수 있다(百度百科).

중국 밍(明)나라 본초학자 리싀젠(李時珍)의 뻰차오강무(本草綱目)에는 '화쟈오(花椒)는 이를 튼튼하게 하고, 머리를 검게하며, 눈을 밝게 한다. 오랫동안 먹으면 얼굴색이 좋아지고 늙지 않고, 오래 살며, 정신이 강건해진다.(花椒堅齒, 烏髮, 明目, 久服, 好顏色, 耐老, 增年, 健神)'고 나와 있다. 칭화쟈오(青花椒)의 열매는 맛이 맵고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 온중지통(温中止痛), 살충지양(杀虫止痒), 건위(健胃), 거풍산한(祛风散寒), 제습지사(除湿止泻), 활혈통경(活血通经)의 효능이 있다(百度百科).

왕초피나무, 산초나무, 초피나무의 과피는 화초(花椒), 근(根)은 화초근(花椒根), 엽(葉)은 화초엽(花椒葉), 종자는 초목(椒目)이라 하며 약용한다. 화초는 온중산한(溫中散寒), 제습지통(除濕止痛), 살충(殺蟲), 해어성독(解魚腥毒)의 효능이 있다. 소화불량, 위내정수(胃內停水), 심복냉통(心腹冷痛), 구토(嘔吐), 애기(呃氣), 해수기역(咳嗽氣逆), 풍한습비(風寒濕痺), 하리(下痢), 산통(疝痛), 치통(齒痛), 회충증(蛔蟲症), 음부소양증(陰部搔痒症), 창개(瘡疥)를 치료한다. 화초근은 신방광(腎膀胱)의 허냉(虛冷)으로 인한 색이 탁한 증상에는 조금씩 복용하고, 색이 선명하면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화초엽은 한적(寒積), 곽란전근(轉筋霍亂), 각기(脚氣), 칠창(漆瘡), 개선(疥癬)을 다스린다. 초목은 수종창만(水腫脹滿), 부종(浮腫), 담음천역(痰飮喘逆)을 치료한다. 음허화왕자(陰虛火旺者)는 복용을 금한다(국생정).

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는 초피나무와 산초나무, 화초(花椒, Zanthoxylum bungeanum Maxim.)를 본초명 촉초(蜀椒)라고 한다. 이명에는 천초(川椒), 화초(花椒), 산초(山椒) 등이 있다. 본초학에서 촉초는 온리약(溫裏藥)으로 분류된다. 촉초는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약한 독성이 있다. 온중산한, 제습지통, 살충, 해어성독의 효능이 있다. 적식정음(積食停飮), 심복냉통, 구토, 희애(噫呃), 해수기역(咳嗽氣逆), 풍한습비(風寒濕痺), 설사(泄瀉), 이질(痢疾), 산통, 치통, 회충병(蛔蟲病), 요총병(蟯蟲病), 음양(陰痒), 창개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달인 물로 씻으면 습진소양증(濕疹搔痒症)을 치료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초목(椒木, 조피열매씨)에 대해 '성질은 차고[寒] 맛은 쓰며[苦] 독이 없다(독이 조금 있다고도 한다). 12가지 수종을 낫게 한다. 물을 잘 빠지게 하고 오줌을 잘 나가게 하며 수고(水蠱)를 낫게 한다[본초]. ○ 이 약은 물을 오줌으로만 몰아내고 대변으로는 내보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내보내는 효과가 제일 빨리 나타난다. ○ 약간 닦아서[微炒] 쓴다[입문].' 초엽(椒葉, 조피나무잎)에 대해 '성질은 열(熱)하다. 분돈(奔豚), 복량(伏梁) 및 신과 음낭이 켕기면서 아픈 것을 낫게 한다. 곽란으로 쥐가 이는 때에는 쪄서 찜질한다[본초].', 촉초(蜀椒, 조피열매)에 대해 '성질은 열(熱)하며 맛은 맵고[辛] 독이 있다(독이 조금 있다고도 한다). 속을 따뜻하게 하며 피부에 죽은 살, 한습비(寒濕痺)로 아픈 것을 낫게 한다. 또한 6부에 있는 한랭기운을 없애며 귀주(鬼疰), 고독(蠱毒)을 낫게 하고 벌레독이나 생선독을 없애며 치통을 멈추고 성기능을 높이며 음낭에서 땀나는 것을 멈춘다. 허리와 무릎을 덥게 하며 오줌횟수를 줄이고 기를 내려가게 한다. ○ 곳곳에서 난다. 나무의 높이는 4~5자 된다. 수유나무와 비슷한데 작고 가시가 있으며 잎이 굳고 미끄럽다. 음력 4월에 열매가 열리는데 꽃은 없다. 다만 잎 사이에 팥알 비슷하고 둥근 것이 자란다. 껍질은 자줏빛이다. 음력 8월에 열매를 따서 그늘에서 말린다. 일명 천초(川椒), 파초(巴椒), 한초(漢椒)라고도 한다. ○ 촉초는 껍질과 살이 두텁고 속이 희며 냄새와 맛이 진하고 세다. 쓸 때는 씨와 벌어지지 않은 것을 버려야 한다. 벌어지지 않은 것은 사람을 죽인다. 약한 불에서 진이 날 정도로 닦은 것이라야 효과가 좋다. 절구에 쓸어 붉은 가루만 골라 쓴다[본초]. ○ 술에 축축하게 버무려 쪄서 동이에 넣어 그늘에서 말린다. 바람을 쏘이면 안 된다[입문].', 진초(秦椒, 분지)에 대해 '성질이 따뜻하며[溫] 맛은 맵고[辛](쓰다[苦]고도 한다) 독이 있다. 문둥병으로 감각이 아주 없는 것을 낫게 하며 이빨을 든든하게 하고 머리털을 빠지지 않게 한다. 눈을 밝게 하고 냉으로 오는 복통과 이질을 낫게 한다. ○ 진나라 땅에서 나기 때문에 진초라고 한다. 나무의 잎, 줄기, 열매는 다 조피나무와 비슷한데 다만 맛이 좀 못하고 열매가 잘고 빛이 검누른 색이다. 음력 8~9월에 딴다[본초]. ○ 사천성에서 나는 것을 촉초(蜀椒), 천초(川椒)라 하고 관중, 협서에서 나는 것을 진초(秦椒)라고 한다[입문].'고 나와 있다.

 

산초나무(경기도 광주 남한산, 2022. 10. 8)

 

국표 등재 산초나무의 유사종 자생식물에는 초피나무[Zanthoxylum piperitum (L.) DC.], 왕초피나무(Zanthoxylum simulans Hance), 개산초(Zanthoxylum armatum DC.), 머귀나무(Zanthoxylum ailanthoides Siebold & Zucc.), 좀머귀나무[Zanthoxylum fauriei (Nakai) Ohwi] 등 5종이 있다.

초피나무(Chopi, Korean pepper, Japan pepper, サンショウ, 山椒, アツカワザンショウ, 厚皮山椒, イボザンショウ)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혼슈, 시코쿠, 규슈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경기도,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에 주로 분포한다. 강원도는 설악산, 금강산 등 해안 지역에만 분포한다. 키는 3m 정도까지 자란다. 가시는 마주나고, 길이 1cm 정도이다. 일년생 가지에는 잎의 양쪽에 커다란 가시가 있다. 소엽은 9~19개다. 꽃잎이 없다. 왕초피나무(Large-leaflet prickly-ash, オオバザンショウ, 大葉山椒, 野花椒)의 원산지는 중국, 타이완이다. 한강토에서는 제주도에 분포한다. 키는 7m까지 자란다. 초피나무에 비해 일년생 가지에 잔털이 있다. 소엽은 7~11개이며, 대형이다. 개산초(Winged prickly-ash, フユサンショウ, 竹叶花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인도, 네팔, 부탄, 파키스탄, 라오스, 미얀마,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이다. 한강토에서는 전라남도, 경상남도에 분포한다. 키는 4m까지 자란다. 소엽은 3~7개이며, 엽병에 넓은 날개가 있다. 상록성이다. 가시는 편평하고 마주나기한다. 머귀나무(Alianthus-like prickly-ash, カラスザンショウ, 烏山椒, 椿叶花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이다. 일본에서는 혼슈, 시코쿠, 규슈, 오키나와에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울릉도와 남쪽 섬에 분포한다. 키는 15m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와 가지에 굵고 예리한 길이 5~7mm의 가시가 있다. 소엽은 19~23개이고 두꺼우며 넓은 피침형이다. 대부분의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3지목(三枝木) 같은 느낌을 준다. 좀머귀나무(Lesser alianthus-like prickly-ash, コカラスザンショウ, 小烏山椒)의 원산지는 한강토,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동해 지방 서쪽에서 규슈까지 분포한다. 한강토에서는 남부 지방에서 자란다. 키는 15m까지 자란다. 소엽은 7~11쌍이고 피침형이며, 물결 모양의 잔톱니가 있고, 뒷면이 회록색이다. 엽병과 가시는 붉은 빛이 돈다. 머귀나무에 비해 잎이 소형이다. 대부분의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3지목(三枝木)같은 느낌을 준다.

국표 등재 산초나무의 유사종 재배식물에는 미국왕초피나무(Zanthoxylum clava-herculis L.), 미국초피나무(Zanthoxylum americanum Mill.) 등 2종이 있다. 설명은 생략한다.

2023. 7. 27. 林 山

#산초나무 #초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