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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시국미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林 山 2023. 10. 8. 07:25

시국미사를 다시 시작합니다!

 

월요시국기도회를 다시 시작하는 이유!
 
신부님들께!
 
봄부터 늦여름까지 전국 총 17회에 걸쳐 진행했던 전국 순회 월요시국기도회로 아직도 고단하실 많은 신부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아들아, 너 오늘 포도밭에 가서 일 좀 해야겠다.”(마태 21,28) 하시는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 슬프고 무겁게 들립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가 해야 할 바는 또 무엇입니까? 지난 8월 1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폐막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7등급 핵사고 재난이 발생했던 후쿠시마가 130만t의 방사능 폐수를 바다로 투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류 앞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입니다. 장차 바다는 회복불능의 영구 오염지대로 남을 전망입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으니 인류 공동의 우물에 독을 타는 일본의 패륜적 범죄를 한국이 두둔하고 나섰다는 점입니다.
 
어찌하여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정당화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이 땅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나라를 팔아서라도 탐욕을 채우려는 기득권 세력의 조직된 동맹에 놀라고, 다른 한편으로 자주독립과 민족화해,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기꺼이 살을 베어주고 피를 쏟아주신 분들의 희생을 떠올리며 가슴을 칩니다. 하지만 혁명이란 오랜 시간을 두고 수없는 반동을 극복해가며 아주 느리게 이뤄내는 성과이니 오늘날의 역진과 퇴행에 낙심하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재앙의 시작은 사람의 도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리情理, 의리조차 배우지 못한 채 오로지 제 배를 세상의 전부로 아는 어느 전직 검사의 집권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체제의 실체는 따로 있습니다. ‘윤석열’ 하나가 없어지는 것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되살아난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신봉해온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일 수 없는 이유를 드러내야 하고, 참된 민주주의 즉 인류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시스템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궁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한편, 가짜 민주주의가 세계를 망쳐놓았다면, 우리는 종교가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부터 ‘민중의 이름’으로 출현한 대의정부가 오히려 민중의 이해와 정반대로 작동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하고 지냈습니다. 생명 평화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서 이 땅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일에 무관심했습니다. 그 결과 교회가 키운 마음들이 겨우 간장종지만 해서 세상의 불안을 달래고 사람들 가슴에 꽃을 피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막연한 희망으로는 안 됩니다. 너도나도 어떻게 일본의 오염수가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었는지 뼈저리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제인 우리들은 더더욱 삶의 밑바닥에 발을 딛고 거기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길어 올려야 합니다.
 
상반기 월요시국기도회에서 경험했듯이 가을 기도회에도 많은 반발과 위험이 도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국미사에 성당을 내주었다가 많은 신부님들이 여태껏 곤욕을 치르고 계신다고 합니다. 미사를 시작할 무렵 “신부님들이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러십니까?”(마산 창동사거리)하던 상인의 앙칼진 항의, 입당을 위해 대기하던 백여 명의 신부님들을 향해 “교회가 왜 이 모양이 되었느냐?”(인천 주안1동)고 꾸짖고 대들던 신자의 항의가 귓가에 맴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가 모여서 기도하는 그 자리가 바로 ‘슬픈 밑바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서울 폐막미사 내내 우리를 괴롭힌 욕설과 저주는 평생 잊기 어려울 듯합니다. 하지만 미동도 않고 자리를 지킨 채 지긋이 눈 감고 애써 기도하시던 수도자들과 교우들의 엄숙한 표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들의 얼굴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이어갈 힘을 얻었습니다.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월요시국기도회
“주님의 궤를 매고 백성 앞에 서서 나아가라.”(여호 3,6)
 
부산교구 시국기도회
10.9(월) 오후 5시 초량 정발장군상 앞(지하철1호선 초량역 5번 출구)
 
이후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16일 : 서울교구
10월 23일 : 수원교구
10월 30일 : 서울교구(이태원 참사 1주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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