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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DF2024] 플라잉 핸드(Flying Hands) - 배움과 소통을 위한 아름다운 손짓

林 山 2024. 8. 19. 19:48

제21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4) 막이 올랐다. 첫 관람 영화는 8월 19일 오후 1시쯤부터 EBS 전파를 탄 빠울라 이글레시아스(Paula Iglesias), 마르따 고메스(Marta Gómez) 감독의 '플라잉 핸드(Flying Hands)'다. 

'플라잉 핸드(Flying Hands)'의 한 장면

 

'플라잉 핸드(Flying Hands)'는 직역하면 '날으는 손' 정도의 뜻이 되겠다. 여기서는 배움과 소통을 위해 소리가 아닌 손짓을 이용해서 뜻을 전달하는 손말(手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풀라잉(Flying)'에는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비상(飛上, 飛翔)'의 뜻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르따 고메스

 

마르따 고메스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 프로듀서, 스크립트 컨설턴트다. 스페인, 호주, 중미, 프랑스 등지에서 극영화 및 방송 대본을 써 왔다. 콜롬비아 영화진흥기구 프로이마헤네스 꼴롬비아(Proimagenes Colombia)의 심사위원 겸 컨설턴트이며, 보고타국립대학교의 문예창작 석사 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빠울라 이글레시아스

 

빠울라 이글레시아스는 저널리스트이자 감독, 프로듀서, 편집자다. '그들은 단지 물고기일 뿐(They're Just Fish, 2019)', '블러(Blur, 2021)를 연출했다. '그들은 단지 물고기일 뿐'은 에스빠냐의 대표적인 영화상인 고야상(los Premios Goya, Goya Awards) 후보로 지명되었다. '플라잉 핸드'는 2024년 캐나다에서 개최된 북미 최대 다큐멘터리영화제인 핫독스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Hot Docs Canadian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에서 최초로 상영된 작품이다. 

'플라잉 핸드(Flying Hands)'의 한 장면

 

고메스, 이글레시아스 듀오 감독은 파키스탄 카라코람산맥(karakoram mountains) 기슭에서 살아가는 아니카 바노와 청각 장애가 있는 딸 나르지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다.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Gilgit-Baltistan)과 중국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의 국경을 이루는 카라코람산맥에는 에베레스트산(Mount Everest, 8,848.86 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초고리산, Mount Qogir, Chogori, 8,611 m)가 있다. 이 산맥에는 K2 말고도 K1(마셔브룸산, Mount Masherbrum, 7,821m), K3(브로드피크산(Mount Broad-Peak. 8,047m), K4(가셔브룸 2봉, Gasherbrum II, 8,035m) , K5(가셔브룸 1봉, Gasherbrm I, 별명 히든 피크, Hidden Peak, 8,080m) 등이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있다. 아니카를 따라가는 여정에서 문득문득 나타나는 카라코람산맥의 웅장한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파키스탄은 정식 국호가 파키스탄 이슬람 공화국이다. 이슬람은 남녀 차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종교다. 무슬림 여성은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 부속물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갖는다. 장애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더욱 극심하다. 한 청각 장애인 소녀는 이름조차도 없다. 딸이 청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가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라잉 핸드(Flying Hands)'의 한 장면

 

장애인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기 일쑤다. 파키스탄에는 장애인을 위한 교육 기관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장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장애인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음지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니카는 결혼을 하고 학교에 다니던 도중에 딸 나르지스(نرجس, Narjis)를 낳았다. 나르지스는 아랍어로 수선화(水仙花)라는 뜻이다. 아니카는 나르지스가 태어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청각 장애가 있음을 알았다. 아니카 부부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식이었다. 이때부터 아니카는 눈물 젖은 육아일기(育兒日記)를 쓰기 시작한다.    

나르지스의 학령기(學齡期)가 다가오자 아니카는 농아학교(聾啞學校)를 수소문한다. 하지만, 아니카는 파키스탄에 농아학교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렵사리 수소문한 끝에 카라치(Karachi)에 농아학교가 있음을 안 아니타는 딸을 그 학교에 입학시킨다. 카라치는 길기트-발티스탄에서 1,400km가 넘는 아주 먼 거리다. 그럼에도 아니카는 어린 딸의 교육을 위해 카라치행을 선택했다.  

아니카 부부가 교육을 받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딸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이런 선택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르지스는 행운아다. 카라치 농아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16살이 된 나르지스는 엄마가 쓴 육아일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그건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부모를 둔 행운아인지 깨달은 행복감에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플라잉 핸드(Flying Hands)'의 한 장면

 

아니카는 딸 나르지스로 인해 파키스탄에서 장애인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게 되면서 딸의 이름을 붙인 농아학교를 설립한다. 아니카 부부는 청각 장애를 가졌음에도 너무 가난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국 각지를 여행한다. 그 결과 나르지스 농아학교에는 학생들이 하나 둘씩 점점 늘어나게 된다.  

먼저 입학한 학생들은 어렵사리 농아학교에 오게 된 동무들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날으는 손'으로 비록 서툴지만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신입생들의 미소 띤 행복한 모습은 보는 이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