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한의과대학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된 이수삼습약(利水渗濕藥) 중 이뇨통림약(利尿通淋藥)에 본초명 해금사(海金沙)라는 한약재가 있다. 본초학 교과서에 등재된 해금사의 이명에는 좌전등회(左轉藤灰), 해금사(海金砂) 등이 있다. 교과서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철선등(鐵線藤), 정찰등(鼎擦藤), 합막등(蛤蟆藤), 맹고등(猛古藤), 금사등(金沙藤), 좌전등(左轉藤), 나망등(羅網藤), 토사초(吐絲草) 등의 이명도 있다.
이수삼습약은 수도(水道)를 통리(通利)시켜 수습(水濕)을 스며나가게 해서 제거(渗除)하는 약이다. 이뇨통림약은 이수삼습약 중 이뇨(利尿)로써 소변이 껄끄럽고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소통시켜 습(濕)과 열독(熱毒)을 제거하여 뇨빈(尿頻), 열림(熱淋), 소변작통(小便灼熱), 단삽자통(短澁刺痛), 뇨혈(尿血), 요로결석(尿路結石), 소변혼탁(小便混濁)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다.
해금사는 양치식물문(羊齒植物門, Pteridophyta) 고사리강(Polypodiopsida) 실고사리목(Schizaeales) 실고사리과(Lygodiaceae) 실고사리속(Lygodium)의 남방계 하록성(夏綠性) 또는 상록성 여러해살이 반원초본(攀援草本) 실고사리[Lygodium japonicum (Thunb.) Sw.]의 성숙한 포자(孢子, spore)를 건조한 것이다. 가을에 포자가 떨어져나가지 않았을 때 실고사리 줄기잎을 채취하여 햇볕에 말린 다음 포자를 털어 줄기잎을 제거한다. 그리고, 포자만 모아 다시 햇볕에 말린다. 해금사는 분말상(粉末狀)이며, 갈황색(褐黃色) 또는 연한 갈황색이다. 체(體)는 가볍고, 손으로 비비면 반들반들하고 매끄러운(光滑) 촉감이 있다.
해금사의 맛은 달며(甘), 성질은 차고(寒) 독이 없다(無毒). 방광(膀胱), 소장경(小腸經)으로 들어간다. 청열이습(淸熱利濕), 통림지통(通淋止痛)의 효능이 있다. 열림, 사림(砂淋), 석림(石淋), 혈림(血淋), 고림(膏淋), 요도삽통(尿道澁痛)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해금사는 북송(北宋) 때의 장위시(掌禹锡, 990~1066) 등이 쓴 '가우본초(嘉祐本草)'에 처음 등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위시 등은 '가우본초'를 집필할 때 '당본(唐本)'을 추가 인용했다고 했다. '당본(唐本)'은 '당본초(唐本草)' 곧 세계 최초의 국가약전(國家藥典)인 '신수본초(新修本草)'다. 하지만, '당본'을 분석해보면 장위시는 '신수본초' 원서를 본 적이 없으며, 그가 인용한 책은 '촉본초(蜀本草)'라고 추정된다. '신수본초'는 가우 2년(1057) '가우본초'를 편찬할 때 이미 산일(散佚)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신수본초' 원서를 복원하기 위해 '가우본초'를 참고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여기서는 서지학(書誌學, bibliography)적 측면에서 '가우본초'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해금사가 이미 당대(唐代) 본초서에 기재되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해금사는 조선시대 의관(醫官) 허준(許浚, 1546~1615)이 중국과 조선의 의서(醫書)를 집대성하여 1610년에 저술한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편(湯液篇) 토부(土部)에도 수재(收載)되어 있다. 탕액편에는 모두 1,389종의 본초명(本草名)이 수재되어 있다. 약물학(藥物學)을 다루는 탕액편은 총론과 각종 약재를 다룬 여러 각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탕액(湯液)'이라고 이름붙인 것은 약물을 끓여서 복용하는 것이 한의학(韓醫學)의 약물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탕액편 토부(土部)에는 해금사(海金沙) 등 18가지의 한약재가 실려 있다. 동의보감 초간본 영인본에는 당해금사(唐海金沙)라고 나와 있다. '당(唐)'자가 붙은 본초명은 중국에서 주로 나는 한약재를 말한다. 해금사가 토부에 실려 있는 것은 그 형태가 고운 모래와 비슷하고, 본초명도 '바다금모래'이기 때문이다.
토부 해금사(海金沙, 실고사리알 씨) 조에 나오는 원문은 '海金沙主通利小腸. 有草初生作小株, 才高一二尺, 七月採, 暴乾, 以紙襯, 擊取其沙落紙上, 旋收用之(本草).'다. 풀이하면 '실고사리풀이 처음 돋아났을 때에는 포기가 작지만 키가 1~2자까지 되게 자란다. 음력 7월에 뜯어서 햇볕에 말린 다음 종이를 펴고 털어서 그 위에 떨어진 것을 받아 쓴다(본초).'라는 뜻이다.
'동의보감'에 인용된 '본초(本草)'는 어떤 의서일까? 중국 명대(明代) 의학자(醫學者) 리스전(李時珍, 1518~1593)이 지은 본초서(本草書) '본초강목(本草纲目)'이 조선에 전해진 것은 선조 이후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본초강목'이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 본초학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동의보감'에는 '본초강목'을 참조한 흔적이 전혀 없으며, 조선시대 의학자들은 송대(宋代) 이전의 본초학을 집대성한 '증류본초(證類本草)'를 인용해 왔다. 리스전도 '증류본초'를 기반으로 '본초강목'을 저술했으며, '동의보감' 탕액편도 '증류본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실고사리의 학명은 리고디움 자포니쿰 (툰베리) 슈바르츠[Lygodium japonicum (Thunb.) Sw.]다. 속명 '리고디움(Lygodium)'은 '버드나무 같은 나무(willow-like tree)'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루고스(lúgos)'와 '모습, 모양(appearance)'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에이도스(eîdos)'의 합성어다. 실고사리과의 양치식물(climbing ferns)을 뜻하는 라틴어 속명이다. 버드나무 가지처럼 줄기가 가는 것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 '자포니쿰(japonicum)'은 '일본의(Japanese)'라는 뜻의 라틴어 형용사로 자생지나 최초 발견지가 일본임을 나타낸다.
'툰베리(Thunb.)'는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페테르 툰베리(Carl Peter Thunberg, 1743~1828)다. 툰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식물학의 아버지', '일본의 린네'라고 불린다. 웁살라 대학교에서 '식물학의 시조' 칼 폰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에게 배운 툰베리는 177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선의(船醫)가 되었고, 1775년에 일본 큐슈(九州) 나가사키(長崎)에 도착하여 1777년 7월 떠날 때까지 식물을 수집했다. '슈바르츠(Sw.)'는 스웨덴의 식물학자이자 분류학자 올로프 페터 슈바르츠(Olof Peter Swartz, 1760~1818)다. 슈바르츠는 분류학과 양치식물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슈바르츠는 1801년에 'Journal für die Botanik. [Edited by H. A. Schrader]. Göttingen'에서 최초로 실고사리의 학명을 출판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등재 추천 국명은 실고사리다. 실고사리는 줄기가 실처럼 가늘고 길게 벋는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국표 등재 추천 영문명은 바인-라이크 펀(Vine-like fern)이다. '덩굴성(Vine-like) 양치식물(fern)'이라는 뜻이다. 일본어판 Flora of Mikawa(三河の植物観察, FOM) 등재 영문명은 재퍼니즈 클라이밍 펀(Japanese climbing fern)이다. '일본의(Japanese) 기는(climbing) 양치식물(fern)'이라는 뜻이다.
국표, FOM 등재 실고사리의 일본명은 가니쿠사(カニクサ, 蟹草)다. '게풀(蟹草)'이라는 뜻이다. '가니쿠사(蟹草)'는 일본에서 어부들이 이 덩굴로 게를 낚았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중국어판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위키백과(維基百科), FOM 등재 실고사리의 중국명은 하이진샤(海金沙)다. 하이진샤는 잎의 앞과 뒤쪽에서 자라는 포자낭군(胞子囊群)이 서서히 성숙하는 단계에서 타이완(台灣)의 북동쪽 모퉁이 푸룽 해변(福隆海邊)의 모래처럼 갈색을 띤 황금색(黃帶褐色)으로 변한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실고사리는 일본, 타이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네팔, 호주 등지에 분포한다. 숲 속이나 산야의 양지 바른 곳에서 자란다.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에서는 제주도, 강원도 태백산, 전남, 전북, 경남에 야생한다(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한강토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에 나며, 중국 중부 이남, 일본 중부 이남, 인도 등 아시아의 열대 지역에 분포한다(국립생물자원관).
가니쿠사(蟹草)는 일본 혼슈(本州) 후쿠시마현(福島県) 이남, 시코쿠(四国), 규슈(九州), 오키나와(沖縄), 조선(朝鮮, 한강토), 중국, 인도, 타이완, 부탄, 네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필리핀, 오스트레일리아,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FOM).
하이진샤(海金沙)는 중국 장쑤(江苏), 저쟝(浙江), 안후이(安徽) 남부, 푸졘(福建)、광둥(广东), 샹강(香港, 홍콩), 광시(广西), 후난(湖南), 구이저우(贵州), 쓰촨(四川), 윈난(云南), 샨시(陕西) 남부에 난다. 일본, 류큐(琉球), 타이완(台湾), 스리랑카(锡兰), 자바(爪哇), 필리핀(菲律宾), 인도(印度), 열대 호주(热带澳洲) 등지에 분포한다(百度百科),
실고사리의 근경(根莖)은 딱딱하고 땅 속을 기며 지름 3~4mm, 길이 1mm 정도의 검은 털이 있다. 키는 길이 3m(국생관) 또는 1~4m(국생정) 까지 자란다. 잎은 엽병(葉柄)이 원줄기처럼 되어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면서 길이 2m 내외로 자라며 잎처럼 보이는 우편(羽片)이 호생(互生)한다. 엽신(葉身) 우편은 처음 1쌍의 소우편(小羽片)이 갈라지면서 생장이 중지되고, 끝에 눈이 생기므로 차상(叉狀)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소우편은 3출상이며 2~3회우상으로 갈라지고, 열편(裂片) 가장자리에 톱니와 성긴 털이 있다. 특히 열편은 길게 자라서 뒷면 가장자리에 포자낭군이 달린다. 포자낭군이 많이 달리는 열편은 더욱 잘게 갈라지기도 한다. 위포막(僞胞膜, false indusium) 가장자리는 불규칙한 톱니처럼 되며 털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실고사리의 키가 '1~2자(一二尺)'라고 했다. 조선은 명나라의 표준을 따랐는데,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1자는 약 31.1cm이다. 그렇다면 동의보감에 설명된 실고사리의 키는 약 31~62cm 정도이다. 국생정의 1~4m, 국생관의 3m와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다른 식물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자생지와 생장 정도에 따라서 키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본다.
2024. 10. 31. 林 山
#해금사 #실고사리 #海金沙 #Vinelikefern #Japaneseclimbingfern #カニクサ #蟹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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