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9일 한강토(조선반도, 한반도)의 최고봉 백두산(白頭山, 2,744m)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운동원촌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북파(北坡) 천문봉(天文峰, 2,620m)에 올랐다. 신령한 하늘연못(天池) 북파 천문봉에는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태풍급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오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들었다. 온 세상을 날려버리기라도 할 듯 불어닥치는 바람을 견디며 먼동이 터오기를 기다렸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먼동이 터오자 천문봉 기슭에 펼쳐진 드넓은 천상(天上)의 화원(花園)이 마법처럼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풀꽃들은 키를 바싹 낮추고 대륙의 강풍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천상의 화원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피어나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천문봉 북쪽 기슭에는 두메양귀비, 좁은잎돌꽃, 천지괭이눈, 바위구절초, 구름송이풀 같은 풀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고 있었다. 때마침 이들 사이에서 홍자색(紅紫色) 꽃을 피워올린 두메자운을 발견했다. 말로만 듣던 두메자운을 바로 눈앞에서 실물로 접하니 감개무량(感慨無量)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국생관)에는 두메자운이 피자식물문(被子植物門, Magnoliophyta) 목련강(木蓮綱, Magnoliopsida) 장미아강(薔薇亞綱, Rosidae) 콩목(Fabales) 콩과(Fabaceae) 두메자운속(Oxytropis)의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표준식물목록(국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국생정)에 등재된 두메자운의 학명(學名, Scientific name)은 옥시트로피스 아네르티아이 나카이 엑스 기타가와(Oxytropis anertii Nakai ex Kitag.)다. IPNI(International Plant Names Index), KEW(Royal Botanic Gardens, Kew), 국생관 등재 학명은 옥시트로피스 아네르티아이 나카이(Oxytropis anertii Nakai)다.
속명(屬名, generic name) '옥시트로피스(Oxytropis)'는 '날카로운(sharp), 뾰족한(pointy)'이란 뜻의 고대 그리스어 '옥수스(oxús)'와 '용골(龍骨, keel)'이란 뜻을 가진 '트로피스(trópis)'의 합성어 '옥시트로피스(oxytropis)'에서 유래한 근대 라틴어 고유명사다. 스위스 식물학자 오귀스탱 피라무스 드 캉돌(Augustin Pyramus de Candolle, 1778~1841)이 최초로 사용한 용어다. 화관(花冠)의 뾰족한 용골을 표현한 이름이다.
종명(種名, specific name) '아네르티아이(anertii)'는 인명(人名) '아네르트(Anert)의'라는 뜻이다. 사람 이름을 종명으로 쓸 때는 이름 뒤에 영문 소문자 'ii'를 붙인다. 'ii'는 종명이 인명에서 유래했음을 표시하는데, 끝의 'i' 발음은 '아이'로 읽는다.
'나카이(Nakai)'는 일본 식물 분류학자인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다. 나카이는 제국주의(帝國主義) 일본의 식민지(植民地) 시대에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에서 근무하며 한강토의 식물을 정리하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일제(日帝) 강제점령기(強制占領期)'에 발견된 한강토 자생 식물의 학명에는 대부분 그의 성 'Nakai(中井, 나카이)'가 명명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는 특히 물푸레나무과(Oleaceae)에 속하는 세계 1속 1종의 한강토 특산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미선나무속(Abeliophyllum)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했다. 나카이는 1935년 'Report of the First Scientific Expedition to Manchoukuo under the Leadership of Shigeyasu Tokunago June October 1933. Section IV. Part I-IV. [Botany]. Part 2. Contributio ad Cognitonem Florae Manshuricae(Standard Form: Rep. Exped. Manchoukuo Sect. IV, Pt. 2, Contr. Cogn. Fl. Manshuricae)'에서 세계 최초로 두메자운의 학명을 출판했다.
'엑스(ex)'는 처음 이름을 붙인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하지 못하고, 다음 사람이 유효한 출판을 했다는 뜻이다. '기타가와(Kitag.)'는 일본의 식물학자로서 양치식물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기타가와 마사오(北川政夫, Kitagawa Masao, 1910~1995)다. 그는 나카이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IPNI와 KEW, 국생관은 두메자운에 대한 기타가와의 학명 유효 출판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표 등재 Oxytropis anertii Nakai(ex Kitag.)의 국명(國名, common name)에는 두메자운(추천명), 흰두메자운 등이 있다. 다음백과 국생정에는 장백국두(長白麴豆), 다음백과 국생관에는 두메돔부 등의 이명(異名, synonymy)이 등재되어 있다.
두메자운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두메는 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첩첩산중(疊疊山中)을 말한다. 접두어 두메가 붙는 식물은 대개 깊고 높은 산에서 자라는 고산성 식물이다. 자운(紫雲)은 보라색 구름이라는 뜻이다. 두메자운은 두메산골에서 자라는데, 꽃이 자운영(紫雲英)을 닮아서 얻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두메자운이 일제히 피어난 높은 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보라색 구름이 감도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래서 두메자운이라는 이름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국표, 국생정 등재 두메자운의 영문명(英文名, English name)은 마운튼 로코위드(Mountain locoweed)이다. '산(Mountain) 로코위드(locoweed)'라는 듯이다. 로코위드는 크레이지위드(crazyweed) 또는 로코(loco)라고도 한다. 로코위드는 가축에 해로운 앨컬로이드(alkaloid)인 스웨인소나인(swainsonine)을 생성하는 유독성(有毒性) 콩과 식물을 북아메리카에서 일반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다음백과 국생관 등재 영문명은 와이트-플라워 마운튼 로코위드(White-flower mountain locoweed)이다. '흰색 꽃(White-flower)이 피는 산(mountain) 로코위드(locoweed)'라는 뜻이다.
국표, 국생정 등재 두메자운의 추천 일본명(日本名, Japanese name)은 미야마켄게(ミヤマケンゲ)다. 'ミヤマケンゲ'는 일본어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름이다. 미야마겐게(ミヤマゲンゲ, 深山紫雲英)'의 오기(誤記)로 보인다. 일본 우표식물도감(切手植物図鑑)에는 1974년 발행된 북조선(北朝鮮) 우표의 삽화로 실린 두메자운(Oxytropis anertii)의 일본명이 미야마겐게(ミヤマゲンゲ)로 명기(明記)되어 있다. '미야마겐게(ミヤマゲンゲ)'는 '두메(深山) 자운영(紫雲英)'이라는 뜻이다.
'紫雲英'이라는 이름은 일본에 들어올 때의 한명(漢名)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크기는 크지 않지만 그 수가 많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땅 위에 잔잔히 떠 있는 보라색 구름(紫雲)처럼 보이기도 하는 꽃(英)이라고 해서 '紫雲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일반적으로 '紫雲英'을 '렌게소우(れんげそう, 蓮華草)'라고도 하는데, 교토(京都)나 간사이(関西) 등지에서는 불교(仏教)의 연꽃(れんげ, 蓮華)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겐게(ゲンゲ)'라고 부른 것이 이름 유래라고 한다.
중국식물지(中国植物志), 바이두백과(百度百科), 아토미군보우후(跡見群芳譜)에 등재된 두메자운의 중국명(中國名, Chinese name)은 창바이지더우(长白棘豆, 东北植物检索表)다. '장백산(长白, 백두산) 두메자운속(棘豆屬) 식물'이라는 뜻이다. 중국식물지와 바이두백과에는 라오관차오(老鹳草), 마오지더우(毛棘豆, 长白山) 등의 이명도 실려 있다.
두메자운은 한강토 북부 지방에 자생한다. 중국에 분포한다(국생관). 두메자운은 중국(동북)에 분포한다. 낭림산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란다. 높은 산 중복 이상이 생육지이다(국생정).
창바이지더우(长白棘豆)는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바이산(长白山, 백두산)에 난다. 종(種)의 기준 표본(模式标本)은 랴오닝성(辽宁省)에서 채집한 것이다. 조선(朝鲜, 한강토)에도 분포한다. 해발 2,000~2,660m의 고산 툰드라(冻原), 습지(草甸), 초원(草原), 바위틈(石缝), 숲가장자리(林缘), 양지바른 언덕(阳山坡)에서 자란다(百度百科).
두메자운의 뿌리는 매우 굵다. 뿌리의 선단(先端)에서 여러 줄기가 모여나기한다. 전체에 명주실 같은 털이 있다. 키는 높이 12c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뿌리에서 모여나기하고 원줄기와 높이가 비슷하며, 10~20쌍(11~33개)의 소엽(小葉)으로 구성된 홀수깃모양겹잎으로서 엽병(葉柄)이 길다. 소엽은 피침형(披針形)에 예두 원저(銳頭圓底)이고, 길이 8~15mm, 너비 2~4mm로서 양면에 긴 털이 있으며 가장자리가 뒤로 말린다.
꽃은 (6)7~8월 긴 화경(花莖) 끝에 홍자색으로 핀다. 1~5개의 꽃이 밀집되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드물게 흰색 꽃도 있다. 작은포는 피침형이고 막질(膜質)이며, 길이 15mm 정도로서 끝이 길게 뾰족해진다. 꽃받침은 종형(鐘形)이고 겉에 긴 털이 있으며, 끝이 5개로 갈라진다. 기꽃잎(旗瓣)은 거꿀달걀모양(倒卵形)으로서 끝이 파진다. 날개꽃잎(翼瓣)은 기꽃잎보다 다소 짧고 끝이 비스듬히 파지며, 용골꽃잎(龍骨瓣)이 가장 짧다.
열매는 협과(莢果, legume)이다. 협과는 부풀며 긴 타원형(長楕圓形)이고, 겉에 긴 털이 있으며 길이 2cm 정도로서 긴 부리가 있다. 협과에는 5개 정도의 종자(種子)가 들어 있다.
두메자운은 관상용으로 정원에 심는다. 백두산 부근의 민간에서 전초를 종독증(腫毒症)에 내복(內服) 또는 외용(外用)한다(다음백과 국생정). 창바이지더우(长白棘豆)는 연한 남자색(淡蓝紫色) 작은 꽃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에 분재(盆栽)나 정원 녹화(庭园绿化), 관상용으로 심는다(百度百科).
국표 등재 두메자운의 유사종(類似種, similarity species) 자생식물(自生植物, indigenous plant)에는 관모두메자운[Oxytropis caerulea (Pall.) DC.], 시루산돔부(Oxytropis strobilacea Bunge), 털두메자운(Oxytropis racemosa Turcz.) 등 3종이 있다.
관모두메자운(Blue locoweed, フジボゲンゲ, 蓝花棘豆)은 한강토 북부 지방에 나며, 러시아, 몽골, 중국 등에 분포한다. 꽃은 6~9월에 보라색, 자주색, 파란색, 흰색 등 다양한 색으로 핀다. 꽃줄기에 10~15개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시루산돔부에 비해 전체에 흰 털이 있고, 꽃차례에 꽃이 성글게 달리므로 구분된다. 시루산돔부(Siberian locoweed)는 함경북도 시루산에 분포하는 한강토 고유종이다. 꽃은 6월에 자주색으로 피며, 잎 사이에서 나온 긴 꽃줄기에 10개 정도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관모두메자운에 비해 전체에 노란색 털이 있고 꽃차례에 꽃이 밀집하며, 두메자운과 비교하여 꽃줄기가 잎보다 길어 구분된다. 시루산두메자운이라고도 부른다. 털두메자운(Racemose locoweed, キヌゲンゲ, 砂珍棘豆)은 한강토 함경도, 평안북도 등 북부 지방에서 자라며, 몽골, 중국 등에 분포한다. 꽃은 7~8월 자주색 또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며, 꽃줄기에 7~10개의 꽃이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두메자운에 비해 잎이 4~6개가 돌려나므로 구분된다. 비단돔부, 털산돔부, 비단두메자운이라고도 부른다.
국표 등재 두메자운의 유사종 재배식물(裁培植物, garden plant, cultivated plant)에는 귀두메자운영, 노랑두메자운영, 돌개두메자운영, 라플란드두메자운영, 루테니아두메자운영, 메이델두메자운영, 미모두메자운영, 베세이두메자운영, 자주두메자운영, 쿠식두메자운영, 큰꽃두메자운영, 항카두메자운영 등 12종이 있다.
2024. 11. 5. 林 山
#두메자운 #장백국두 #長白麴豆 #두메돔부 #ミヤマゲンゲ #深山紫雲英 #长白棘豆 #老鹳草 #毛棘豆
'야생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 야생화] 호범꼬리 (2) | 2024.11.07 |
---|---|
[백두산 야생화] 구름범의귀 (0) | 2024.11.06 |
실고사리 본초명(本草名) 해금사(海金沙)에 대하여 (4) | 2024.10.31 |
[백두산 야생화] 구름송이풀 (1) | 2024.10.29 |
[백두산 야생화] 천지괭이눈 (2) | 202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