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동해바다로 떠난 여행

林 山 2005. 10. 14. 19:06

 

1년에 단 한 번 뿐인 휴가를 맞아 동해바다를 보러 가기로 하였다. 삼척에 도착하니 어느덧 날은 저물고..... 삼척에는 선하 큰외삼촌이 살고 있다.

 

*새천년 도로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라는 삼척 새천년 도로....  동해바다는 어둠속에 잠겨 있고..... 저 멀리 집어등을 환하게 밝히고 오징어잡이를 하는 배들이 외로와 보인다. 저 깊은 바다는 고요하지만, 그 아래 심연의 세계에서 온갖 생명들이 삶을 엮어가는 이야기들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새천년 도로에서 선하 외삼촌 내외

 

*증산포구의 야경을 배경으로

 

새천년 도로가 끝나는 곳, 그곳에는 자그마한 증산포구가 있다. 바닷가에 옹기종기 둘러앉은 집들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아스라하다. 밤바다에 희미하게 비치는 증산포구의 야경이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바닷가 포장마차에서 조개를 굽다.

 

포구의 바닷가 포장마차를 찾아 조개구이를 주문한다. 키조개, 대합, 홍합, 가리비, 소라 등이 큰 접시에 풍성하게 담겨 나온다. 조개구이를 안주로 소주도 한 잔 하고..... 동해바다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간다.

 

*도라지꽃

 

다음날 선하의 외할머니 선영를 찾았다. 선영이 있는 곳은 삼척시 근덕면 광태리 야산..... 장모님 전에 인사를 올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남보라색 도라지꽃이 활짝 피어 있다. 어쩌면 저리도 이쁠까!  

 

*금마타리꽃

 

샛노란 금마타리꽃도 한창이다. 금마타리는 한약명으로 黃花敗醬 또는 敗醬草라고 한다. 마타리는 보기와는 달리 젓갈이나 된장이 발효하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 패장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패장초는 열을 내려주고 독을 풀어주며(淸熱解毒), 종기를 낫게 하고 고름을 배출시킬 뿐만 아니라(消腫排膿), 어혈을 없애주고 통증을 가라앉히는(祛瘀止痛) 효능이 있어 각종 염증이나 농양을 치료하는 좋은 한약재다. 오늘날에는 폐농양, 간농양, 자궁내막염, 자궁부속기염, 난소낭종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양호한 치료효과를 보여준다.

 

*참취 꽃봉오리

 

산기슭에는 참취가 막 꽃봉우리를 터뜨리려 하고 있다. 봄철 산나물중에서도 아주 향기로운 산나물인 참취..... 참취는 초롱꽃목 국화과인데 취나물, 취, 동풍채로도 불린다. 취나물은 그 종류도 참 많다. 우리나라 취나물의 종류는 70여종이나 된다. 참취, 미역취, 개미취, 곰취, 수리취, 단풍취, 바위취, 분취 등등..... 봄에 참취의 연한 어린 잎을 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다음 하루 정도 찬물에 담가 우려낸 뒤 무쳐서 먹으면 향과 맛이 뛰어난 산나물이다. 삼겹살을 구워 상추나 깻잎과 함께 참취에 쌈을 싸서 먹어도 그 향이 아주 좋다. 참취꽃망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쌉쓰름하면서도 상큼한 참취향이 입안에 감도는 듯 하다.

 

*목백일홍(배롱나무라고도 부름)

 

개울옆 길가에는 진분홍 배롱꽃이 한창이다. 옛부터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즉 열흘 이상 가는 꽃이 없다는 말이겠다. 그러나 목백일홍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기차게 피는 꽃이다. 그래서 나무백일홍 즉 목백일홍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배롱나무의 껍질은 갈색이나 담홍색으로 흰색의 둥들둥글한 얼룩이 있다. 중국이 원산인 배롱나무는 자미(紫薇), 파양수(伯痒樹), 만당홍(滿堂紅)으로도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간질나무 또는 간지럼나무라고도 불렀다. 자미화는 자주색 꽃이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사람들은 특히 자주색 꽃이 피는 배롱나무를 좋아해서 이 나무가 많이 심겨진 고을을 자미성이라고 이름붙였을 정도다.  간질나무, 간지럼나무는 중국의 한자명 파양수를 우리말로 풀어 놓은 것이다. 간질나무는 간지럼을 타는 나무라는 뜻으로, 얼룩덜룩한 배롱나무의 줄기 가운데 하얀 무늬를 손톱으로 긁으면 나무전체가 움직여서 마치 간지럼을 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접시꽃

 

광태리 선하 외삼촌네 시골집 벽돌담 가에는 하얀 접시꽃 두 송이가 수줍은 듯 부끄러운 듯 피어 있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란 시집으로 더욱 유명해진 꽃..... 긴 장대에 납작한 꽃이 달려있는 모양이 흡사 접시와 꼭 닮았다. 그래서 접시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무궁화와 같은 아욱과에 속하는 접시꽃은 중국이 원산지로 흰색,분홍색,붉은색 그리고 노란색 등 4가지가 있다. 

 

*상사화

 

연분홍빛 상사화도 활짝 피었다. 6월경 잎이 지고 나서야 7,8월경에 피는 꽃..... 그래서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달려 있을 때는 꽃이 없다. 잎과 꽃이 결코 서로 만날 수 없는 꽃..... 이 꽃은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그런 의미로 상사화(相思花)란 이름을 얻었다. 상사화는 분홍의 꽃이 크고 아름다워 사람들이 화단에 많이 심는 꽃이다. 상사화로 유명한 곳은 고창 선운사다. 그런데 선운사의 상사화는 꽃무릇, 또는 석산(石蒜)으로 짙은 붉은색의 꽃이 핀다.

 

상사화를 보고 있노라니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운명을 가진 연인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이 꽃의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인 것일까!

 

*다알리아

 

옥수수밭 한켠에 다알리아도 피었다. 씨앗의 상태로 3000년이나 기다린 끝에 피어난 꽃.....! 다알리아가 이 지구상에 다시 모습을 나타내기까지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영국의 고고학자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발굴하던 중 한 미이라를 발견하였다.미이라의 손에는 바싹 마른 꽃 한송이가 들려 있었는데, 관뚜껑을 열자마자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그 꽃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꽃이 부서져 떨어진 자리에서 몇 알의 꽃씨를 발견하여 영국으로 가지고 와 심었더니 싹이 나고 자라 꽃이 피었다. 그런데 당시의 꽃들 중에는 같은 품종이 없었다. 다알리아(Dahlia)의 기원은 1789년 멕시코의 식물원장 '세르반테스'로 부터 다알리아 종자가 스페인 마드리드 식물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마드리드 식물원장 아베 카바닐루(Abbe Cavanilles)가 그 당시 저명한 스웨덴의 식물학자 안드레아 다알(Andreas Dahl)을 기념해서 '다알'의 이름을 따 "다알리아"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다알리아 꽃말은 '감사', '화려',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등이다.


다알리아에 얽힌 일화가 또 있다. 나폴레옹의 황후인 조세핀은 파리 교외의 저택에서 다알리아 꽃을 가꾸었다. 다알리아꽃이 만발할 때면 귀족들을 모아 원유회를 개최하곤 했는데, 단 한송이의 꽃도 남에게 주지 않았다. 황후의 시녀중 한 사람이 다알리아꽃을 얻으려고 황후에게 간청했으나 그녀는 매정하게 거절했다. 시녀는 결국 정원사를 매수해 다알리아의 구근을 구해다가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그 일을 안 황후는 그 꽃에 흥미를 잃고 정원에 있는 다알리아를 모조리 뽑아버리고 그 시녀도 내쫓아 버렸다는 이야기.....

 

*참나리꽃

 

대나무숲 가장자리에 참나리꽃 두 송이가 활짝 피어났다. 노란 빛이 도는 붉은 색 바탕에 흑자색 반점이 있는 �잎은 뒤집히듯이 발랑 제껴져 있고..... 꽃밖으로 길게 나와 있는 6개의 수술들은 끝에 자주색 꽃밥을 단 채 서로 제 유전자를 남기려는 듯 암술을 빙 둘러싸고 있다. 후대에 자손을 길이 남기려는 의지는 식물도 예외가 아니구나! 엽액(葉腋)에는 짙은 갈색의 주아(珠芽)가 달려 있다. 이것이 다른 나리와 구별할 수 있는 참나리만의 특징이다. 7월말부터 8월말까지 피는 참나리..... 

 

참나리의  비늘줄기는 한방에서 백합(百合)이라고 하는데 해소·천식·종기·혈담을 치료하는 한약재다. 민간에서는 영양제나 강장제, 진해제로 사용된다. 참나리는 꽃도 아름답지만 인간의 병을 고쳐주는 한약재로도 아주 유용한 식물이다.

 

*모과

 

뒤안에 한 그루 서있는 모과나무에는 모과들이 탐스럽게 열렸다. 모과는 단맛과 신맛이 나는데 신맛이 더 강한 편이다. 또한 모과는 향기가 강하고 육질이 단단하다. 그래서 방안이나 승용차안에 모과를 한두 개 놓아두면 그 은은한 향을 오래도록 맡을 수 있다. 모과는 꿀이나 설탕에 재워 먹기도 하고 차로 만들거나 술을 빚기도 한다. 모과주는 맛과 향이 뛰어나 내가 즐겨 마시는 술중의 하나다.

 

장미과에 속하는 모과나무 열매인 모과는 한방에서 거풍습 서근활락약(祛風濕 舒筋活絡藥)으로 풍습비통(風濕痺痛)과 근맥구련(筋脈拘攣), 각기종통(脚氣腫痛)을 치료하는 중요한 한약재다. 또한 토리과다(吐利過多)로 인해 다리가 저리고 땡기는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효능이 있어서 전근(轉筋)을 치료한다. 옛날부터 민간에서는 진경(鎭痙)·거담(去痰)·감기·천식 등에 모과를 달여서 먹기도 하였다.

 

*감

 

우물가에는 아름드리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반들반들한 윤기가 나는 잎을 달고 있는 감나무에는 어린애 조막만한 감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덜익은 감은 떫은 맛이 나는데, 그것은 디오스프린이라는 탄닌성분 때문이다.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가 되기 쉬운데, 그것은 탄닌성분이 지방질과 작용하여 변을 굳게하기 때문이다. 감에는 비타민 A,B,C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감나무 잎은 비타민 C와 P가 많이 들어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좋다. 또한 감은 장아찌를 담가서 먹기도 한다. 

 

감의 원조는 고욤이다. 고욤나무의 묘목에 감나무 가지를 접붙이면 추위에 잘 견디게 된다. 늦가을에 잎이 다 떨어진 뒤 고욤을 따서 항아리에 재워서 발효시켜서 한겨울에 한 숟가락씩 떠먹으면 아주 맛이 좋다. 고욤나무 잎으로도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

 

감으로 유명한 곳이 전국적으로 몇 군데 있다. 단감은 경남 진영, 홍시는 경북 청도,  곶감으로는 경북 상주가 유명하다.

 

*남애항

 

광태리를 떠나 근덕면 남애항에 들렀다. 바다에서 돌아온 자그마한 통통배들이 닻을 내리고 쉬고 있다. 항구안의 바다는 더없이 잔잔하다. 한낮의 더위가 찌는 듯 하다. 홍게를 먹고 있던 마을사람들이 맛이나 보라고 한 마리 건네 준다. 남애사람들은 푸근한 얼굴표정만큼이나 인심도 후하다.

 

*남애항 방파제

 

남애항 방파제에 올라 드넓은 바다를 바라다 보니 가슴마저 시원해지는 것 같다. 저 넓고 깊은 바다를 가슴에 담으려고 애를 써보지만 그러기에는 내 가슴이 너무나도 작다. 방파제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가로와 보인다. 물고기를 낚으려는 것인지, 세월을 낚으려는 것인지..... 낚시꾼들의 원조 강태공의 고사가 떠오른다. 세월을 낚기 위해서 낚시를 했다는 강태공..... 낚시를 하다가 주군의 눈에 띄어서 자신의 뜻마저 얻었다는 강태공.....

 

*남애항 앞바다 풍경

 

방파제에서 눈을 돌리니 멋진 경치가 모습을 나타낸다. 쪽빛 바다와 어우러진 바위절벽과 소나무..... 가없는 수평선..... 불타는 태양..... 문득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남애항을 떠나 바닷가 풍경이 멋진 횟집에 들러 시원한 가자미 물회 한 그릇을 맛본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물회맛이다. 고소하면서도 상큼한 그 맛! 그러면서도 시원한.....

 

이제는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만 할 때..... 동해바다를 남겨 두고 아쉬운 발걸음을 �긴다. 언제 다시 오려나.....

 

 

2005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