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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 기행-바레루바레 와인공장, 사이고 다카모리 기념관

林 山 2005. 2. 19. 15:17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호텔사우나에서 온천욕을 하다. 아직 사방은 어둠컴컴하다. 뜨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기분좋은 쾌감이 밀려온다. 몸과 마음이 느긋하게 이완되면서 오는 아주 편안한 느낌이다.

지구상에서 온천욕을 가장 즐기는 사람들은 아마도 일본인들일 것이다. 일본은 습기가 많아서 불쾌지수가 꽤 높은 나라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목욕으로 심신의 피로를 푼다고 한다. 일본의 목욕탕들이 어째서 아침에는 늦게 문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는지 그 이유를 알겠다.

온천욕을 하고나자 시장기가 돈다. 레스토랑으로 가서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는다. 역시 생선요리가 다양하게 나와 있다. 한국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뷔페식은 아무리 잘 먹은 것 같아도 언제나 허전하다. 어릴 때부터 김치와 된장찌개에 익숙해진 탓이리라.

아침식사를 마치고 가고시마공항 가까운 곳에 있는 바레루바레 와인공장에 들르다. 안내인이 술을 만드는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공장안에는 발효중인 커다란 술통들이 꽉 들어차 있다. 안내인을 따라 기념품 판매장으로 가서 이 공장에서 생산한 소주를 맛보다.안내인이 고기를 직접 구워 안주로 내놓는다. 고구마로 빚었다는 소주(사츠마사케)맛이 괜찮아서 두 병을 산다. 우리 돈으로 한 병에 만 오천원 정도 한다. 한국에서 가지고 간 비자카드로도 계산이 된다.


▲ 바레루바레 와인공장 전경


▲ 바레루바레 와인공장 내부. Since1924란 표지판으로 보아 이 공장이 1924년 설립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장안에서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와인이나 술 외에도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다. 와인공장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을 갖춰 놓음으로써 방문객들로 하여금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게끔 해놓았다. 일본인들의 빈틈없는 상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술 한 병을 안 사가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것은 결코 직원들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공장을 둘러보고 이 공장에서 만드는 술 한 잔을 맛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바레루바레 와인공장을 나와서 일본의 대원군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 기념관에 들르다. 기념관도 가고시마 공항 근처에 있다. 회랑벽에는 사이고 다카모리의 일생을 설명한 그림과 글이 붙어 있다. 시간이 촉박해서 주마간산격으로 훑어본다. 정원에 세워진 우람한 그의 동상이 근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내려다 보고 있다.


▲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

사이고 다카모리 기념관에도 제법 큰 규모의 기념품 매장이 있다. 각종 해산물과 찹쌀떡(일본말로 모찌), 그리고 과자와 녹차를 전시해 놓았다. 녹차시음장에서 종업원이 따라주는 녹차 한 잔을 마셔보니 한국산 녹차보다 맛과 향이 떨어진다. 일본산 녹차는 풋내와 떫은 맛이 강하게 난다. 녹차맛이 좋으면 몇 봉지 사려고 했는데.........



▲ 사이고 다카모리 기념관 기념품 매장에서



▲ 사이고 다카모리 기념관 정문앞에서

이것으로 일본에서의 일정은 모두 마친 셈이다. 가고시마 공항으로 가기 위해 전용버스에 오른다. 그러고보니 일본에 와서 차를 타고 다니면서 지금까지 3일동안 자동차 경적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 한 것 같다. 일본의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이러한 운전습관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일본의 시민의식은 한국보다 아무래도 한 단계 높지않나 생각된다.

가고시마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치고 한국행 12시 30분 KE786 비행기에 오르다. 비행기는 곧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로 솟아 오른다. 2박3일간의 일본여행은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해 주었다. 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다. 그래서 여행은 사람에게 견문과 시야를 넓혀 준다. 여행은 놀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것이다. 여행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 아닐까?

언제 다시 한 번 혼슈에 있는 북알프스 트레킹을 하기 위해 일본에 다시 오련다. 가고시마여, 사요나라!

2005.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