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명산 명승지

일본 큐슈 기행-가고시마로 가는 길

林 山 2005. 2. 1. 09:31

아침 8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 떠나는 외국여행인지라 가슴이 약간은 설레인다. 공항 대합실은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서 온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10시발 대한항공 여객기에 오른다. 일본 남큐슈 가고시마로 가는 비행기다. 비행기는 잠시 활주로를 달리더니 금방 하늘로 떠오른다. 인천 앞바다가 빤히 내려다 보인다. 기내에서 주는 햄버거 하나로 점심을 대신한다. 가이드가 일본에 도착하면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내식은 되도록 먹지 말라고 했는데..........

잠시 바다가 보이더니 얼마후 비행기는 구름바다 위에 떠있다. 마치 하얀 솜을 풀어헤쳐 놓은 듯 하다. 난기류 때문인지 기체가 몇 번 요동을 친다.

11시 30분 가고시마 공항에 내렸다. 인천공항에 비하면 가고시마공항은 아주 작은 규모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오자 2박3일 동안 태우고 다닐 소형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기사는 마쓰다라는 이름을 가진 가고시마 토박이다. 공항주변에는 녹차밭이 많다. 일본인들도 녹차를 즐겨 마시는 모양이다. 가고시마는 일본의 4 개의 도(道) 중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잡은 큐슈에 있다. 큐슈에서도 구마모토현,미야자키현에 이어 가장 남쪽지방이다.

 

▲ 가고시마공항 근처에 있는 녹차밭

 

마침 점심때라 공항근처 뷔페식당에 들렀다. 메뉴는 한국의 뷔페식당과 거의 비슷하다. 처음보는 생선과 소스는 맛이 어떤지 몰라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다. 한국에서 즐겨 먹던 고기와 생선을 구워서 점심을 먹는다. 맛은 괜찮은 편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소정원을 향해 떠난다.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길가에는 빠알간 색의 동백꽃이 자주 눈에 띈다. 이소정원은 가고시마만 바닷가 전망좋은 곳에 있었는데 일본 막부시대 때 이 지방의 권력자가 살던 집이라고 한다.

▲ 가고시마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백꽃

 

정원을 들어서자마자 활짝 핀 모란꽃이 반갑게 맞아 준다. 온갖 나무들과 바위들이 아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주 포석정과 같은 것을 이소정원에도 만들어 놓았다. 목조건물 담을 따라서 매화나무들이 한창 꽃눈을 틔우고 있다. 이소정원의 신사에서 모시는 신은 특이하게도 고양이신이다. 일본인들은 만물이 다 신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이소정원을 보고나서 심수관 도요지에 들렀다. 조선시대 때 일본으로 건너가 14대째 전수되어 내려오고 있는 일본 최고의 도자기 명가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자마자 나는 도자기에 흠뻑 빠져 버린다. 대가 거듭될수록 도자기는 점점 더 정교하고 화려해지는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12,13,14대 심수관이 만든 도자기들은 인간의 손으로 빚었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심수관의 저택은 한국총영사관을 겸하고 있다.

심수관 도요지를 떠나 치란 사무라이 마을로 향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산에는 삼나무숲이 우거져 있다. 한국 산의 특징이 소나무 숲이라면 일본 산의 특징은 바로 삼나무 숲이다.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삼나무 조림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치란 사무라이 마을 중심가 배수로에는 놀랍게도 잉어가 살고 있었다. 일본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얼마나 건방지고 섣부른 사람들인지는 이 한 가지만을 보고도 알 수 있겠다. 한국같으면 아마도 어느 밤새 누가 잡아갔는지도 모르게 잉어씨가 말랐을 것이리라. 일본이 갑자기 정겨운 나라로 다가온다. 일제치하 엄청난 피해를 준 나라라 할지라도......

 

▲ 사무라이 고가마을의 골목길


일제 식민지 치하 36년이야 지지로도 못나고 뒤떨어진 조상들 탓이 아니던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민족반역자가 대통령을 했던 나라........ 총칼로 국민을 학살했던 자들이 대통령을 했던 나라....... 그게 한국이다. 일본의 지도층은 자신의 실수를 할복자살로 갚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 경제를 망친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이란 자들 중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자를 보았는가! 일본의 지도층에 비해서 한국의 지도층은 비겁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다. 이게 일본과 한국의 차이다.

치란 사무라이 마을은 옛날 막부시대 때 사무라이들이 살던 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일본의 전통가옥과 일본식의 아기자기한 정원을 볼 수 있다. 집집마다 막 터지려고 하는 꽃눈을 단 매화나무들이 몇 그루씩 자라고 있다. 이것으로 보아 사무라이들이 얼마나 매화를 사랑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긴 매화는 지조의 상징이 아니던가! 당시의 사무라이들은 주군에 대한 충성과 절개가 유일한 가치였다. 그러므로 사무라이들은 절개의 꽃 매화에 대하여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 사무라이 고가 정원 안의 모습 

 

▲ 사무라이 고가 정원 안의 모습.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막 터뜨리려 하고 있다.

 

▲ 사무라이 고가 툇마루에서

어떤 사무라이 고가에 들르니 노오란 색의 수선화가 피어 있다. 정원의 바위위에 홀로 핀 수선화가 퍽 쓸쓸해 보인다. 귤나무에는 잘 익은 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일본의 정원은 좁은 공간에 자연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정원은 연못이 있는 정원과 없는 정원이 있다. 연못이 없는 정원에 깔아놓은 모래는 물을, 바위는 섬을 상징한다.

 

▲ 사무라이 고가 정원에 피어난 수선화


치란 사무라이 마을을 보고나서 가고시마 시내로 들어가 번화가를 구경하기로 한다. 간 곳은 서울의 명동거리에 해당되는 곳이었다. 큰길 한가운데로 전철버스가 수시로 오고간다. 충주의 순대골목이나 먹자골목, 아니면 포장마차같은 곳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일본에는 그런 곳이 없단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에서 나그네의 회포를 풀면서 술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아쉽기 짝이 없다.

시내구경을 마치고 이브스키 해변에 있는 이와자키 호텔로 돌아와 여장을 풀었다. 여장을 푼 뒤 잠옷에 해당하는 유카타로 갈아 입었다. 안에 입는 옷의 색깔은 남녀 모두 같으나 겉에 걸치는 옷의 색은 다르다. 남자는 푸른색이고 여자는 붉은색 계통이다. 유카타 차림으로 호텔식당에 가서 뷔페식으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 호텔 뷔페는 생선요리가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 이와사키호텔 로비

 

식사를 마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검은 모래찜질을 하러 갔다. 바닷가 흑사장 아래로 뜨거운 온천수가 흐른다고 한다. 온천수에 의해 뜨거워진 흑사장에 파놓은 구덩이에 누우면 호텔직원들이 삽으로 모래를 퍼서 몸을 덮어 준다. 찜질에 들어간 지 5분 정도 지나자 땀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몸속의 온갖 노폐물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듯 한 느낌이다. 찜질을 마치고 노천 온천탕에 들어가 모래를 씻어낸다. 머리 위로 하얀 눈이 송이송이 떨어진다.

객실로 돌아와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마신다. 상쾌하기 그지없다. 경제가 어려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홀로 이렇게 호의호식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테라스로 나가 이브스키의 야경을 바라본다. 바다에 비치는 불빛이 아스라하다. 이브스키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20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