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도 다 끝나가는 날 수원에 있는 광교산을 오르기로 한다. 충주에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경기도에 있는 산들은 잘 안 가게 된다. 오늘은 마음을 크게 먹고 광교산에 왔다. 경기대학교 후문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귀청을 때린다. 아직 짝짓기를 못한 녀석들일게다. 장장 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굼벵이로 살다가 땅위로 올라와서는 단 7일만 살다가 가는 매미..... 그러기에 후손을 남기려는 매미들의 짝짓기 본능은 처절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형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 오솔길
형제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험하지 않아서 좋다. 소나무숲 사이로 난 호젓한 오솔길을 따라서 걷노라니 마음마저 여유로와진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등산객이 참 많다.
*꽃며느리밥풀꽃
오솔길을 오르다가 길가에 피어있는 꽃며느리밥풀꽃을 만난다. 왜 하필 이름이 꽃며느리밥풀일까? 꽃며느리밥풀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 온다.
옛날 어느 산골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다. 혼기가 찬 아들은 이웃마을의 아리따운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에 은근히 질투심을 품고 미워했다.아들은 장가를 든 지 얼마 안 되어 이웃마을로 머슴살이를 떠났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며느리는 저녁밥이 다 되어 갈 무렵 뜸이 잘 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밥 한 숟가락을 떠서 씹어 보았다.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어른이 먹기도 전에 밥을 먼저 먹었다고 욕을 하면서 매질을 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며느리는 며칠을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듣고 머슴살이를 떠났던 아들은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이듬해 아내의 무덤가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자라나서 자주빛 붉은 꽃을 피웠다. 그런데 이 꽃들은 모두 며느리의 입술처럼 붉은 데다 하얀 밥풀을 입에 물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아닌가! 이 꽃을 본 사람들은 착한 며느리의 넋이 한이 되어 피어난 꽃이라 여겼다. 그래서 이름을 꽃며느리밥풀이라고 지었다고 하는 이야기.....
*뚝갈
얼마쯤 산길을 오르다가 하얀 꽃이 핀 뚝갈을 만났다. 때마침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뚝갈꽃 위에 앉는다. 뚝갈과 마타리는 같은 마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서 뚝갈은 흰꽃, 마타리는 노란꽃이 핀다. 흰색 꽃이 피는 뚝갈을 한약명으로 白花敗醬 또는 敗醬草라고 하고, 노란색 꽃이 피는 마타리는 黃花敗醬이라고 한다.
뚝갈이나 마타리는 보기와는 달리 젓갈이나 된장이 발효하는 냄새가 난다. 그래서 패장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패장초는 열을 내려주고 독을 풀어주며(淸熱解毒), 종기를 낫게 하고 고름을 배출시킬 뿐만 아니라(消腫排膿), 어혈을 없애주고 통증을 가라앉히는(祛瘀止痛) 효능이 있어 각종 염증이나 농양을 치료하는 좋은 한약재다. 오늘날에는 폐농양, 간농양, 자궁내막염, 자궁부속기염, 난소낭종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양호한 치료효과를 보여준다.
*짚신나물꽃
키가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그늘 아래에는 노란꽃이 핀 짚신나물도 보인다. 짚신나물은 선학초(仙鶴草)라고도 하는데, 그 밖에도 용아초(龍牙草), 황화초(黃花草), 탈력초(脫力草)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용아초라는 이름은 이른 봄철에 돋아나는 새싹이 마치 용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생긴 것이다.
최근에는 짚신나물이 암 치료에 효과가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펴낸 <동의학 사전>에는 '위암·식도암·대장암·간암·자궁암·방광암 등에 쓴다.'고 적혀 있다. 한의대에서 쓰는 본초학 교과서를 보면 짚신나물을 예부터 민간에서 지혈제, 지사제(설사를 �추게 하는 약)로 분류하고 있다. 또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짚신나물을 신장병·간장병·관절염 등을 치료하는데 써 왔으며, 유럽에서도 위궤양·장염·설사·출혈 등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편 짚신나물은 단백질, 지질, 당질 등 영양분이 매우 풍부해서 나물로 먹어도 좋다. 그리고 섬유질이나 회분, 철분, 비타민 C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짚신나물이 정력에도 좋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짚신나물은 혈압을 높이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물봉선
산기슭 응달진 곳에 분홍색 물봉선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물봉선은 봉선화와 모양이 비슷하고 봉선화씨와 마찬가지로 손을 살짝 대기만 해도 열매가 터져 씨가 밖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에 영문이름도 Touch-me-not(나를 건드리지 마세요)이다. 물봉선의 꽃은 흰색, 노란색, 홍색, 짙은 자주색(가야물봉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산초
길가에 산초열매 송이를 달고 있는 키작은 산초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산초열매 가루는 추어탕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조미료다. 그 맛과 향이 독특해서 추어탕의 맛을 한결 더해 준다. 또 산초열매로 짠 기름으로 두부구이를 하면 맛이 훨씬 좋다. 한방에서는 산초열매를 방향성 건위제로 쓴다. 또 옛날에는 구충제로도 썼다. 지금은 좋은 구충제가 많이 나와서 그럴 일은 없지만.....
*김소월의 '山有花'를 새긴 목판
등산객들이 쉬어갈 만한 쉼터에는 김소월 시인의 시 '산유화'를 새긴 목판이 걸려 있다. 김소월의 시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시..... 시심에 젖어 '산유화'를 마음 속으로 불러본다.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버섯(이름을 모름)
솔잎이 쌓인 곳에는 이름모를 버섯도 보이고..... 버섯의 종류는 하도 많아서 나는 단지 식용버섯 몇 가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표고, 능이, 송이, 싸리버섯 등..... 버섯은 확실히 식용버섯인지 알고 먹어야 한다. 독버섯을 먹게 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버섯 중독사고는 대개 버섯을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법이다. 버섯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낯선 버섯을 아예 먹지 않기 때문이다.
*닭다리버섯
닭다리버섯도 두어 개 보인다. 이 놈은 내가 확실히 아는 버섯이다. 물론 식용할 수 있다. 내가 먹어봐서 확인했는데 맛도 좋은 편이다. 버섯대궁 생긴 모양이 흡사 닭다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닭다리버섯이란 이름을 얻았다. 학명으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밤송이
밤나무 밑에는 밤 몇 송이가 채 여물지도 못하고 떨어져 있다. 며칠 전에 불어온 강풍 때문에 떨어진 것이리라. 밤송이를 보니 이제 가을도 멀지 않았음을 느끼겠다.
*형제봉을 오르는 암벽
형제봉에 거의 다 이르러 암벽을 만난다. 밧줄을 잡고서 마지막 힘을 써본다. 이마에서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떨어진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문암골 계곡
마침내 형제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문암골 계곡의 신록이 짙푸르다. 땀을 흘리며 힘들여 산정상에 올라 탁 트인 사방을 바라보는 쾌감이란..... 산은 바로 이런 맛에 오르는 것!
*형제봉에서 바라본 종루봉
종루봉이 저만치 건너다 보인다. 형제봉에서 종루봉으로 가는 길은 별로 가파르지 않다. 형제봉을 내려가 양지재에 이르러 점심을 먹는다. 시장하던 차에 음식이 꿀맛이다.
양지재를 떠나 종루봉에 오른다. 지붕을 씌운 정자가 하나 세워져 있다. 정자에 올라 형제봉을 뒤돌아 본다. 토끼재 건너 봉우리인 시루봉도 손에 잡힐 듯 바라다 보인다.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만 할 때.....
*사방댐 등산로 입구
토끼재를 거쳐 사방댐 등산로 입구로 내려오니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았다. 등산로 입구에는 표지석이 시루봉과 형제봉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 주고.....
*사방댐 호수에서 한가로이 유영을 하는 비단잉어떼
사방댐 호수에는 형형색색의 비단잉어들이 한가로이 헤엄을 치고 있다. 물속에 비친 산기슭의 풍경이 시원하다. 흘러가는 시간과 공간의 한가운데 서있는 나의 존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산을 내려가다.
2005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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