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순례기

진해 시루봉 포토기행

林 山 2005. 6. 10. 17:48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1년에 한두 번은 다녀갔던 진해..... 군항제가 열릴 때 쯤이면 진해시가지를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이던 벚꽃..... 바람에 날려 꽃비처럼 내리던 벚꽃잎들..... 분홍색의 벚꽃바다 위로 내 두 눈을 사로잡던 시루봉..... 언젠가 한 번 오르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어언 3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서야 비로소 시루봉에 오르게 되다.


 

▲안민고개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능선길


창원에서 살고있는 ROTC 동기 두 명, 연하인 당숙과 함께 창원에서 진해로 넘어가는 안민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왼쪽으로는 창원시내가, 오른쪽으로는 진해시가지와 진해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길가에 서있는 벚나무에는 버찌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잘 익은 버찌 하나를 입에 물고 그 맛을 음미해 본다. 쓴맛 뒤에 오는 달콤한 맛.....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 같은 법..... 苦盡甘來라.....



▲불모산 정상


능선길 왼쪽으로는 불모산이 보이고..... 정상에는 방송국 중계소가 있다. 그 전에는 군사용 레이더 기지가 있었다고 하는데.....



▲가운데 젖꼭지처럼 보이는 것이 시루봉 정상


능선길 오른쪽으로는 시루봉이 저만치 바라다 보인다. 산봉우리에 놓여있는 바위가 시루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붙여진 시루봉.... 시루봉은 그렇게 진해시가지와 진해만을 포근하게 감싸안고 있다.



▲시루봉 정상에서 바라본 진해시가지와 진해만 전경


한참 땀을 흘린 끝에 마침내 시루봉 정상에 오르다. 정상에 시루처럼 놓인 바위를 중심으로 한바퀴 돌면서 사방을 바라본다. 진해만 바다위를 한가로이 오가는 배들..... 동쪽으로는 김해와 부산까지 보이고..... 부산쪽 해안에는 신항만 건설이 한창이다.

신병교육을 마친 해병대원들이 마지막으로 오른다는 시루봉..... 시루봉에 올라야만 진정한 해병이 된다는..... 그래서 해병이라면 누구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질 시루봉.....



▲하산길에 시루봉을 배경으로


시루봉에 잠시 머물다가 하산길에 오른다. 산을 내려오다가 전망이 뛰어난 곳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진해만을 배경으로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한가로이 흘러가고..... 진해만 앞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 어디선가 뻐꾹새 한 마리가 구성지게 울어댄다. 초여름 더위에 갈증이 일고..... 얼음물을 한 잔 마시자 온 몸을 타고 전해지는 그 시원함.....



▲시루봉을 배경으로 오촌 당숙과 함께


멀리 충주에서 장조카가 내려왔다고 가게를 비우고 산길을 따라나선 6년 연하의 오촌 당숙 아재..... 창원시 명서동 '거제횟집' 주인..... 산에서 내려와 '거제횟집'에 들르자 싱싱한 괴불과 해삼, 멍게를 다 먹지 못할 정도로 내놓던 아재..... 내가 충주로 돌아갈 때 자연산 생선회와 매운탕 거리 생선을 한 보따리 실어주던 아재..... 코가 줄줄 흐르던 어린 시절부터 나를 좋아하고 잘 따랐던 소년이..... 이제는 어언 40대 중반의 중년가장..... 세월은 참 빠르기도 하여라!



▲시루봉 능선에서 ROTC 17기 동기생 친구와 함께.

왼쪽부터 이건우 군, 필자, 이진우 군. 왼쪽으로 시루봉, 오른쪽으로 진해만이 보인다.


오랜만에 창원에서 만난 학국단 17기 동기생 두 사람..... 이건우 군은 사업에 성공해서 수백억대의 자산가가 되었고..... 이진우 군은 한 때 어려운 시절을 겪었지만 지금은 꽤 많은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가가 되었다. 청년시절의 전우를 만난 반가움이란.....



▲하산길에 안민능선을 배경으로 한 컷 더


이건우 군은 환경보호라든가 불우이웃을 위한 일에 드러내지 않고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어제는 창원에서 가장 요리를 잘 한다는 한정식집에서 저녁식사를 대접한 고마운 친구..... 이진우 군은 학군동기회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와는 젊은 시절 대학을 함께 다닐 때 노상 붙어다니던 사이다. 둘 다 사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인간적으로도 꽤 괜찮은 친구들이다.



▲하산길의 안민능선.

바로 앞 봉우리를 다 내려간 지점의 가장 낮은 안부가 산행을 시작했던 곳.


이제는 산을 내려가야만 할 때..... 모든 인연은 반드시 헤어질 때가 있는 법..... 會者定離라 했느니..... 친구들과도 작별을 고해야 할 순간은 다가오고.....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눈 뒤 창원을 떠나다.

2005년 6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