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0월 2일 일요일. 세종대학 호텔경영학부 조리학 전공 2학년에 다니다가 휴학을 하고 지난 4월에 군에 입대한 아들 정하에게 면회를 갔다. 정하는 지금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대대급의 독립된 부대에 배치되어 근무하고 있다. 조리학 전공이라 취사병 보직을 받았다고 한다.
부대 정문에서 면회수속을 마치고 대기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잠시후 정하가 나타난다. 얼룩무늬 군복에 작대기 하나 이등병 계급장을 붙이고 나타난 정하가 군인답게 거수경례로 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등병이라 그런지 군복만 입었지 아무리 보아도 군인이라는 느낌이 안든다. 내가 공수부대 장교출신이라 더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임정하 이병 모자
모자간의 상봉은 좀더 애틋하다. 이렇게 성장하여 군복무를 하는 아들녀석이 대견한가 보다. 밥은 잘 먹는지, 군대생활은 할 만 한지 이것저것 물어본다. 또 고생은 안 되는지, 취사병 생활은 힘들지 않은지도...... 아마 자신의 뱃속에서 태어난 자식이라 더 애틋한 정이 가는 것이리라. 정하는 그저 편안하게 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도 있듯이 군생활이 그리 편할 리가 있을까? 그저 마음 편하라고 하는 말일 게다.
*임정하 이병
정하는 초등학교 때 책벌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었다. 밥을 먹을 때도 책을 보고, 화장실에 갈 때도 책을 가져갈 정도였으니까. 초등학교 시절에 '소피의 선택'이라는 책도 읽었다. 그런 아이가 중학교에 가더니만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컴퓨터 게임 대회에도 나갔을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되자 느닷없이 호텔경영학과를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호텔 리어'라는 TV 연속극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내가 보기엔 아무래도 정하는 그 연속극을 보고 호텔 리어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호텔경영학부에 들어가서는 조리학 전공을 선택했다. 겨우 라면이나 끓여본 경험밖에 없으면서..... 그렇게해서 조리학 전공 2학년에 다니다가 입대를 한 것이다.
인생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일 게다. 나는 정하가 자신 이롭고 다른 사람도 이롭게 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자신의 인생은 그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나는 정하가 사람들에게 환경친화적이면서 맛 좋고 영양 좋은 음식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외식산업의 경영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음식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더 좋겠다.
*정하의 내무반 동료
정하의 안내로 간부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내무반을 쓰는 장병들을 불렀다. 준비해간 피자를 내놓았으니 장병들이 참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흐믓하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피자였다고 한다. 부대에서 피자를 직접 만들어서 장병들에게 제공하면 어떨까!
저녁 때가 다 되어서 정하를 남겨두고 부대를 떠난다. 멀어져 가는 정하를 자꾸만 뒤돌아 본다. 자식을 두고 떠나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얼마 안 있으면 정하가 휴가를 나온다고 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그때 또 다시 만나도록 하자꾸나.
2005년 10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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