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林 山 2006. 2. 14. 18:16

2005년도 며칠 남지 않은 날. 출근을 하려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복도로 나갑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밤새 눈이 내려 온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렸네요. 하얀 눈을 보면 가슴이 왜 그렇게 술렁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마저 푸근해지는 듯 하네요. 하늘에서 축복이라도 내려온 것 같습니다.


*부강아파트에서 내려다 본 사거리

 

복도에서 잠시 부강아파트 사거리 풍경을 내려다 봅니다. 내가 사는 곳은 7층이라 부강아파트 사거리가 한눈에 보입니다. 차들이 설설 기어가고 있네요. 눈이 다져진 도로가 빙판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발이 계속 날리고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네요. 이런 날은 아무 생각없이 눈을 그냥 좀 맞아도 괜찮은데.....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주차장의 차들

 

7층에서부터 걸어서 내려가려고 엘리베이터를 지나 층계가 있는 복도로 향합니다. 주차장을 내려다 보니 차들이 눈을 뒤집어 쓰고 있네요. 양쪽 주차장 사이로 난 통행로도 눈이 다져져서 반들반들합니다.  



*눈이 내린 아파트 주차장 전경

 

아파트 1층까지 내려와 현관을 나섭니다. 현관 계단에는 부직포가 깔려 있네요.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아파트 화단 앞 인도는 누군가 눈을 깨끗이 치워 놓았습니다. 저 눈을 다 쓸어내려면 꽤나 힘이 들었을 텐데 말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그 누군가 이 사회를 위해서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훈훈해져 오지요.

 

몇 년 전 겨울 새벽. 그날도 눈이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많이 내렸지요. 주민들은 아직 깊이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빗자루를 찾아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을 쓸기 시작했습니다. 눈 치우는 일 이거 보통 일이 아닙니다. 힘이 엄청 듭니다. 잠시만에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버렸습니다. 아파트 정문까지 눈을 다 쓸었을 때 날이 환하게 밝아오더군요.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저 길 위의 눈을 치웠던 사람도 아마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아주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2005년 12월 26일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봄날의 충주호 밤나들이  (0) 2007.05.22
딸을 데려다 주면서  (0) 2006.03.02
올해 처음으로 맛본 송이버섯  (0) 2006.01.18
군인 간 아들 면회  (0) 2006.01.13
내가 즐겨 먹는 소머리국밥  (0) 2006.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