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
1957 서울 生
1980 이화여자대학 미술대학 서양화과졸업
1983 홍익대학 대학원 미학과 졸업
1991 뉴욕대학 대학원 졸업
圖像으로 엮는 내면
풍경 오광수/ 미술평론가 황주리의 화면에는 일상적인 오브제와 일상적인 사건으로 가득 채워진다.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주변 풍경과
삶의 편린들-빌딩, 자동차, 비행기, 기차, 전신주, 리어카, 집과 같은 바깥 풍경과 의자, 책상, 창, 전기스텐드, TV, 바둑판, 전등,
전화기, 가방, 옷걸이, 꽃, 노트, 연필, 가위, 현지봉투 등 실내의 풍경들이 현란하게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러한 일상의 단편들은
제각기의 삶을 누리듯이 화면에서도 그들의 삶을 살고 있는 인상이다. 일상의 주변에 서식하는 그 많은 이미지나 사상(事象)을 작가가 통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이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바라봄이라고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시선을 느끼는데 바로 이 점이 이미지의 언어화
또는 기호화의 채널을 통해 재구성되는 내역이다. 황주리의 생활과 제작의 범주는 서울과 뉴욕이다. <추억의 고고학> <맨하탄
블루스>같은 연작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삶의 내면을 단조로움과 변화라는 대조적인 속성을 통해 극적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 열려
있으면서도 언제나 닫혀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무의식과, 수없이 널려있는 이미지들을 항상 일정한 테두리 속에 가두지 않으면 안되는 작가의 절박한
현실대응이 화면에 스스럼없이 빚어져 나옴으로써 심리적인 자기고백체 같은 인상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
따라서 황주리의 화면에 등장되고 있는 일상의 풍경이나 소도구들은 일정한 거리의
대상이기보다는 작가의 내면 풍경으로 걸러진 기호들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것들은 때로 작가의 생활이나 기억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강한 자전적
색채를 띠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인 자신의 모습이 아로 새겨져 있지는 않으나 도형화된 인물이나 다른 사물들 속에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입술, 눈과
같은 신체부위는 생활 속에 편재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의 편린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의 화면은 문자 대신 도상(圖象)으로 엮어나가는 일기라고
함직하다.
돌위에 새긴 인간 군상, 황주리 '세월'전 24일 개막 | |
사람의 시간 다르고, 돌의 시간 다르다. 그런데 한동안 자연의 시간 속에서 그저 흐를 줄만 알았던 인간들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시간을,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시작했다. 그건 전횡에 해당하고, 그래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그 많은 문제를 일거에 바로 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가만가만, 조심스럽게 화해는 시도해야 한다. 황주리 작가는 언제부터인가 흐르는 강 옆의 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끝없이 흐르는 강의 흐름을 시간으로 체득하고 그 시간을 안으로 단련시킨 채 침묵하고 있는 돌들은 언제나 예사롭지 않다. 작가는 그런 돌들을 하나 둘 모아 그 위에 사람들을, 특유의 현대인 초상을 그려대기 시작했다. 때론 컬러로, 때론 모노톤으로 그려진 인간들은 돌 위에서 사랑하고, 위로하고, 명상한다. 돌은 슬슬 현대의 인간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는다. 돌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화해를 모색하는 순간이다. 그런 모색의 순간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황주리 개인전 '세월'(8월 24일~9월 13일ㆍ갤러리 아트사이드)의 한 구석은 얼마간 아찔한 느낌을 준다. (02)725-1020 [이지형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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